1966년, 확실한 날자는 모른다. 사이공 주월한국군사령부 채명신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국에서 유명한 모윤숙 시인이 왔는데 시인인 박 중령 대대에 보낼테니 안전하게 잘 모시고 전선 상황을 잘 설명 해주도록" 다음날, 헬기편으로 모윤숙 시인이 대대에 도착했다. 나는 정중히 안내하면서 전선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모윤숙 시인은 내가 시인으로 정식 등단한 것을 알고 채명신 장군에게 부탁해 박 중령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나는 대대에서 건설한 在求村을 보여주고 지휘소 천막으로 돌아오자 모윤숙 시인은 노트와 펜을 꺼내더니 날세게 시 한 편을 즉석에서 지어 나에게 주었다.
야전 지휘소 천막에서 이 시를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가 2006년,채명신 장군 회고록 '베트남전쟁과 나' 집필시 인용했다가 다시 13년 후에 찾아 이 서재에 게재하게 되었다. 야전에서 쓴 시이고 즉흥적으로 썼기 때문에 일부 문장이 거북스러운 점이 있지만 내가 손댄다는 것은 모윤숙 시인에게 결례라고 생각되어 그대로 옮겼다. 모윤숙 시인은 우리나라 시단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시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모윤숙 시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제 시대에 모윤숙이 지은 몇 편 친일 시들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