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사업이 실패하게 되어 하루아침에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한 가정이 있어 여러 분들과 함께 그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넓은 집도 잃어버리고 방 한 칸에 온 식구가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위로의 말을 건네며 안부를 묻던 중, 함께 방문하신 분들이 하나 둘씩 봉투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형편이
어려워진 가정을 위해 얼마씩 도울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봉투를 받는 입장에서는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어머니는
머뭇거리며 받기를 꺼려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다 봉투에 쓰여 있는 글귀를 읽어보시더니 이내 감사 인사를 건네며 받으셨습니다.
마침 이 가정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 방문하신 분들이 봉투에 ‘입학 축하금’ 이라 적어 건넸던
것입니다. 상심에 처한 가정의 심정을 헤아려 준 동행 분들의 마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금전이나 물질에 앞서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구제는 도리어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구제는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서로의 짐을 함께 지는 것은 마음의 짐까지도 함께
담겨 있는 것입니다. 나눔이 생활이 되고 배려가 행복이 되는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바로 우리가 나눠든 짐 안에 그 꿈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