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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촉촉이 내린 지난 6일 오전. 경남 김해에서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50대 중반의 사업가 K 씨와 점심으로 '뭐 먹을지…'를 놓고 한참 입씨름했다. "내 고향 시골의 먹거리가 더 좋다"며 촌뜨기 같은 말싸움을 하다, 순간 둘의 눈빛 교환 느낌과 동시에 나온 말이 '논고둥'이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가을걷이 즈음에 논에서 잡은 고둥을 찌거나 삶아서 허기를 채웠던 기억. 그 기억을 더듬으며 무조건 팔을 끄는 K 씨의 발길을 따라 찾은 곳은 시내 동상동 김해중학교 인근 논고둥찜 전문점인 '친정집'이었다.
상호만큼이나 고향 집을 생각나게 하는,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다. 아담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들깨와 채소 냄새가 뒤섞인 시골집 냄새가 물씬 나서 후각을 자극했다.
K 씨가 이 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고유의 맛을 내는 데 있단다. 잠시 뒤 나온 음식에서 K 씨의 말이 허투루가 아님이 확인됐다. 정갈하게 나온 논고둥찜은 굳이 맛을 보지 않아도 눈으로 맛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들깻가루가 들어가 고소함을 더한 논고둥찜은 고사리와 숙주, 표고버섯, 죽순, 부추에 경상도 사람의 입맛에 맞는 방아 잎 등 양념만도 10가지가 넘는다. 어릴 적 추억을 일깨우기에 충분한 맛이다.
정작 친정집 대표 류미진(54) 씨는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재료"라고 말한다. 손맛보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신선도가 먼저라는 것이다. 김해가 고향으로 야학과 봉사활동을 주로 해 온 류 대표가 음식점을 연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자신 있게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라고. 어릴 적부터 보고, 먹고, 느껴 온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곳 친정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김해에서 생산된 신선한 것만 고집한다. 옛날 김해 들녘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던 논고둥은 지금도 조만강 주변에서 양식한다.
논고둥의 장만 과정도 남다르다. 갓 잡은 논고둥은 소금과 식초를 적당히 섞은 물에 5차례가량 씻어낸다. 강하고 약한 불을 번갈아가며 조리를 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친정집만의 비법인 조개와 새우, 찹쌀로 만든 육수로 친정집 논고둥찜의 맛을 완성시킨다.
찜과 함께 나오는 반찬도 이곳 김해서만 볼 수 있는 콩잎에다 고들빼기, 열무물김치, 우엉 등 시골풍경을 그대도 옮겨 놓은 듯하다. 밥솥과 반찬 그릇 또한 지역 특산품인 분청사기다. "한번 먹으면 곧 단골이 된다"는 친정집은 고향이자 시골집, 추억의 음식이다.
논고둥찜(들깨찜·매운찜) 정식 1만 5천 원, 논고둥 회무침 1만 5천 원, 논고둥 파전 1만 2천 원, 양념오리·훈제오리 4만 원. 영업시간 11:30~21:00, 김해시 동상동 725의 2. 055-336-2223. 정태백 기자 jeon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