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온라인 쇼핑업체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ru)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타티야나 바칼추크(44)가 러시아 최대 여성 갑부에 올랐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바칼추크 대표는 고려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바칼추크는 재산이 14억 달러(1조 6천억 원)로, 12억 달러를 유지한 옐레나 바투리나(유리 루쉬코프 전 모스크바 시장 부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개인재산 6억 달러로 2018년 처음 러시아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칼추크는 지난해 바투리나의 뒤를 이어 2위에 오르더니, 1년만에 바투리나마저 제쳤다. 온라인 쇼핑몰 '와일드베리스'가 지난해 88%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수도권(모스크바주) 출신의 바칼추크는 결혼하기 전 김씨였다. 처음 그녀의 기사를 쓸 때 얼굴 사진을 보고 몽골계(특히 부리야트공화국 출신) 소수 민족을 떠올렸다. 기사를 본 고려인이 SNS를 통해 김씨 성을 쓴 고려인이라고 알려줬다.
러시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여성 기업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은 카메라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은둔형 기업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녀는 여성갑부 1위로 오른 뒤 사실상 처음(?)으로 언론의 공식 인터뷰에 나섰다. 포브스(러시아어판)가 발행하는 '포브스 우먼'의 취재에 응한 것. 그녀는 여성 기업인의 삶에서 억만장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개인과 가족의 삶, 기업의 성공 비법, 기업 경영 스타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세세히 밝혔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억만장자가 된 기분을 "아주 큰 (조리용)레인지가 쏟아진 것 같은.."이라며 "일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 도전하는 젊은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센터 오픈'과 물품 제공 업체과의 '윈윈 사업' 구상, 새롭게 나서야 하는 '언론 홍보' 등 기업 규모에 맞춘 '일거리'를 설명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후 영어 교사와 과외 선생으로 일하던 2004년, 아파트에서 독일 의류와 신발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 나이 28세. 첫딸의 출산 휴가를 받고 쉬던 중, 어린 아기를 가진 여성들이 쇼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지 재테크 블로그 '모이루블'(나의 루블화)는 "출산 휴가를 받은 여성이 어떻게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지 바칼축이 보여줬다"고 썼다. 그녀는 자녀가 셋이다.
그녀의 온라인 판매 사업은 2005년 IT 기술자인 남편 블라디슬라프 바칼추크가 가세하면서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와일드베리스는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0년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7년에는 러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
바칼추크는 '포브스 우먼'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2012~13년 이라고 했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고, 몇주일씩 자녀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와일드베리스는 이제 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 국가들에 사업망을 갖추고, 의류와 신발을 비롯해 화장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어린이용품, 책, 보석류, 식료품 등 3만여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