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선물, 우리를 위해 태어난 한 아기(홍미라 수녀, 인보성체수도회 서울인보의집 원장)
12월 26일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면서, 성탄 팔일 축제 중 맞이하는 주일입니다.
2005년, 뇌병변 중증 장애인 시설 요한의집에 사회복지사로 있을 때입니다.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주말 연속극이 있었습니다. 탤런트 김해숙(비비안나)씨가 어머니 역으로 나온 ‘부모님 전상서’입니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도 부족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김해숙 엄마를 유난히 좋아해서, 원장 수녀님을 찾아가 탤런트 김해숙 엄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이들이 하늘의 별을 따 달라면 따다 주실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했던 수녀님은 저를 부르시더니, “미라 수녀, 아이들이 김해숙씨가 보고 싶다니깐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봐요.” “(웬 날벼락), 어떻게요?” 하니, “그거야 담당 사회복지사의 몫이지.” 저는 방송국의 ‘부모님 전상서’ 팀에 사연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남이 이루어졌고, 벚꽃이 만개한 부활절에는 방송국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김해숙 엄마의 안내로 요한의집 가족들은 드라마 세트장도 볼 수 있었고, 자녀로 나왔던 젊은 연예인들도 만났지만, 아이들은 예쁘고 잘생긴 언니 오빠들에게는 시큰둥, 오로지 김해숙 엄마였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은 그렇게 이어갔습니다.
매년 성탄절이 돌아오면 요한의집 가족들은 봉사자, 후원자님들을 초대하여 성탄 예술제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은 김해숙 엄마도 성탄 예술제에 와주시길 간절히 바라서 초대했지만, 지방 촬영이 있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의 실망은 컸지만 방법은 없었지요. 성탄 예술제를 시작하려는데, 현관으로 흰색 밴 한 대가 들어오더니, 김해숙씨가 내렸습니다. 촬영 일정을 뒤로 미루시고, 아이들을 보기 위해 달려오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깜짝 선물로 김해숙 엄마를 선물로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중증장애로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아이들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온몸으로 연극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였습니다. 봉사자, 후원자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김해숙 엄마는 성탄 예술제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때의 아이들은 비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몸은 불편하지만 행복한 아이로, 지금은 성인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해지는 성탄절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가장 작은 이들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우리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어줍니다. 소외된 우리 이웃을 돌아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