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
일본 말로 된장을 ‘미소’라 하는데 756년에 쓰인 고문헌의 미쇼(未醬)가 그 어원이다. 일본의 한 언어학자는 이 미소의 어원을 미소←미죠←메죠←메주로 소급, 한국의 메주가 일본 된장·간장의 뿌리임을 어원 측면에서 입증했다. 한국이 종주국인 간장·된장을 쇼유(醬油)·미소라는 이름으로 온 세계에 팔아먹고 있는 일본이다. 두부도 한국에서 건너갔고 일본서 제일로 치는 고치(高知)두부는 임진왜란 때 붙잡혀간 경주 성장 박호인이 만든 한국 두부다. 간장과 더불어 세계적 음식이 된 두부도 일본 이름인 도후로 통하고 있다. 역시 세계 음식이 되고 있는 불고기도 야키니쿠(燒肉)로 일본화하고 있다. 해마다 담북장의 국제화를 위해 세계 식품학자와 음식업자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축제를 벌이고 있는 담북장의 일본 이름인 낫도(納豆)가 국제적 이름으로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김치를 보면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던 일본 사람들이 전세계 김치 수요의 85%를 수출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일본 식민주의가 국토를 먹어 들었듯이 20세기 말에는 일본의 음식 식민주의가 겁 없이 먹어 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가장 한국적인 고유음식인 비빔밥까지 일본이 역수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빔밥의 뿌리에 대해서 중국의 골동반(骨董飯)을 드나 ‘자학집요(字學集要)’의 골동반 짓는 것을 보면 어육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미리 쌀과 섞어 넣어 짓는 밥이라 했다. 결과적으로 비빔밥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모든 사물의 뿌리를 중국에 갖다 대지 않고는 성이 풀리지 않는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골동반 기원설이다. 비빔밥의 뿌리는 우리 나라의 제사음식에서 찾는 것이 순리로 본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제사상의 밥과 나물들을 고루 섞어 비빈 밥을 식구들이 골고루 나누어 먹는데 이는 받드는 신명과 그 신명의 보우를 바라는 후손들의 공식의식(共食儀式)인 것이다. 한국적 정신이 스민 한국의 비빔밥 전문 음식점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 200여 개소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첨단 장비를 내장시켜 열을 조절하는 돌솥 전주비빔밥을 개발한 한 일본 업체가 한국에 역수출하여 시장 개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 아니도록 여기게 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을 사는 세대가 역사 앞에서 그 죄악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규태 코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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