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요령 6
-공감각적 묘사법에 대하여
1. 오감을 활용한 글쓰기
인간은 오감(五感),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세상을 경험합니다. 공감각적 묘사법은 이러한 감각 중 하나를 다른 감각으로 전이시켜서 대상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입니다. 공감각(Synesthesia)은 한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이 지닌 인지현상(認知現象) 이며, 이 인지 현상의 원리를 문학적 글쓰기에 끌어와서 활용하는 수사법(修辭法)을 두고 공감각적 묘사법이라 합니다. 이 기교를 잘 쓰면 작가의 주관적인 정서와 인상을 독자들에게 아주 깊이 있게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작가 정신’은 없이 기교만 잘 쓰면 사기꾼이 되니 먼저 자기 내면을 씻어 내고나서 기교를 배우세요. 기교만 가지고 인간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남에게 뽐내기 위해서, 서푼도 못 되는 상금을 위해서 달려드는 가짜 작가들이 기교부터 배우면 문학이 망하고 사람도 망하게 되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기교보다 먼저 사람(생명)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부터 배우고 나서 문장을 배우도록 하세요. 문학 교실을 열고 있는 선생님들께서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첫 수업 시간에 이걸 강조 또 강조하세요. 수시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세요.)
2. 공감각적 묘사의 주요 유형과 작법
글쓰기에 활용하기 쉽고 문학적으로 효과적인 네 가지 주요 유형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1) 청각의 시각화 (소리 →색깔/모양)
이 작법은 소리, 즉 청각의 요소를 색깔이나 모양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어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김광균의 시 외인촌(外人村)에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고 표현된 구절이 있는데 이는 공감각적 표현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종소리(청각)를 푸른색(시각)으로 표현하여, 소리를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감각을 전이시킵니다. '푸른색'은 쓸쓸함, 고독, 신비함과 같은 이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으며, '분수처럼 흩어지는' 의 역동적인 이미지는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서 종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 "바이올린 선율이 붉고 날카로운 빛처럼 꽂혔다."는 표현을 들 수가 있는데 이 문장은 이상(李箱)의 작품 《날개》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주인공 '나'가 아내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불안감과 감각적 혼란을 표현한 문장입니다. 소리가 주는 정서적 자극이 매우 강렬하고 고통스러워서, 마치 붉고 날카로운 빛이 몸에 꽂히는 듯한 충격으로 느껴지는 것을 묘사합니다. 독자에게 소리의 강렬함과 역동성을 시각적인 형태로 전환하여 감각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충격을 높이고, 소리의 색채를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2) 시각의 청각화 (빛/모양 →소리)
대상의 모양이나 빛깔, 풍경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소리, 즉 청각의 속성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정지용의 《향수》에 묘사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란 표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실개천(시각)이 흐르는 모습을 마치 사람이 속삭이는 듯한 소리인 '지줄대는(청각)'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표현법은 독자로 하여금 정적인 대상을 역동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3) 청각의 촉각화 (소리 →만져지는 느낌)
소리(청각)가 주는 느낌을 따뜻함, 부드러움, 차가움 등 만져지는 감각인 촉각으로 바꾸어 표현합니다. 이는 소리가 지닌 정서적인 영향을 구체적인 물리적 감각으로 전달하여 독자의 감정 이입을 돕습니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나뭇잎의 쓸쓸한 소리가 / 얇은 유리창에 차가운 입김을 불어 넣는다." 나뭇잎 지는 소리(청각)를 유리창에 '차가운 입김(촉각/온도 감각)'을 불어넣는 행위로 묘사하여, 청각적 쓸쓸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한 차가운 고독감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따뜻한 솜처럼 부드럽게 감쌌다." 같은 표현법도 청각을 촉각화 시킨 표현법입니다.
4) 시각의 후각화 (색깔/모양 → 냄새)
색깔이나 형태(시각)를 냄새(후각)로 바꾸어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때 효과적이며, 시각적 아름다움에 정서적 깊이를 덧입힙니다.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메밀꽃의 하얀 아름다움이 애잔한 향기처럼 번졌다." 표현이 바로 시각의 후각화 표현입니다. 단순한 풍경 묘사에 정서적 깊이와 아련함을 부여하며, 독자가 냄새를 통해 그 장소의 분위기를 기억하고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공감각 유형들을 활용하여 글을 쓰면, 독자는 묘사된 장면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3. 오감이 총동원된 복합 공감각적 묘사법
《메밀꽃 필 무렵》에
"달이 지금 막 서산에 넘어가려는 찰나였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촉촉이 젖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문장은 달밤의 메밀밭이 지닌 고요함 속의 생명력을 독자가 온몸의 감각으로 체험하도록 이끄는 복합 공감각적 표현의 백미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시각, 청각, 촉각을 매우 정교하게 얽어 넣어 묘사의 깊이를 극대화 시킵니다. 한국 현대 소설의 명문장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문장이 어떻게 복합적인 공감각을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시각의 청각화 (달에 소리를 입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대상인 '달(시각)'을 생명이 있는 존재인 '짐승'에 비유하고, 이 짐승이 '숨소리(청각)'를 낸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그냥 그저 표현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독자들에게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임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물레방앗간의 야합의 정경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하룻밤 인연이 음탕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본능과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이 결합 된 순간이었음을 보여 주며 소설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극화 시킵니다.
2) 청각의 촉각화 (소리를 만지게 하다)
그다음, 앞서 만들어낸 '숨소리(청각)'가 얼마나 생생한지를 '손에 잡힐 듯이(촉각)' 들린다고 덧붙입니다.
소리라는 비물질적인 청각적 요소를 만져질 수 있는 물질적인 촉각으로 전환하는 청각의 촉각화 기법입니다.
숨소리가 너무나 생생하여, 그 소리의 공기가 손에 닿고 느껴질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독자는 그 소리가 존재하는 공간적인 밀도감과 긴장감까지 체험하게 됩니다. 오감이 총동원된 복합 공감각적 묘사법이 절묘하게 사용된 이 문장 덕분으로 달빛 아래 고요한 정적 속에서, 달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미세하고, 웅장한 생명의 기척이라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척박한 땅에 흩뿌려져서 하얗게 피어나는 메밀밭 위로 퍼지는 달빛을 통해서 아무도 돌보지 않고 자라는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찬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메밀꽃 필 무렵》은 공감각적 묘사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소설 중 하나입니다. 열 번쯤 정독하시길 권하며, 공감각적인 묘사법을 부지런히 연습하여 멋진 문장을 창조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적 역량은 뛰어난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듯이 바로 이 스킬에서 판가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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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서: 필자가 글쓰기 요령을 이 카페에 쓰는 것은 문학의 가치를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내 마음 때문입니다. 작가가 된 일을, 책 쓰는 일을 하나의 자기 과시용으로 여기는 분이 있다면 그는 문학을 모르는 분이니 마음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아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그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필자가 등단 초기에 쓴 수필 <소>에 "모깃불이 피어올라 은하수의 물을 적셔 이슬로 내리는 밤이면"이라는 표현은 창작하여 집어넣었는데 이 역시 복합적인 공감각적 묘사에 속하며, 주로 시각의 촉각화와 시각의 시각화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지상의 작은 존재인 모깃불의 연기가 하늘의 거대한 존재인 은하수까지 닿는다는 공간적인 비약을 보여 주며 눈으로 보이는 은하수(시각)를 마치 실제로 만져지는 액체(물/이슬)처럼 형상화하여, 하늘의 광활한 이미지를 지상의 촉촉한 감각으로 끌어내리며 은하수가 지상에 내려와 피부에 닿을 듯한 서정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독자들에게 꿈은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고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며 무한대로 자라는 그 꿈을 우리가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며 이 수필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제가 작품 <소>를 써서 당시 정혜옥 초대회장님께 가져갔더니 “대표작”으로 삼을 만하다고 하셨지요. 자랑이 아니고 예시로 권유드리는 것이니 제현들께서는 작가정신을 공고히 하시고 이상 설명드린 공감각적 묘사법을 잘 활용하셔서 문필을 드날리시길 바랍니다. 작가 정신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진실을 향한 치열한 사유를 멈추지 않으며, 언어를 갈고닦아 그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구현하려는 총체적인 정신 자세‘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