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30년’을 특집으로 한 『푸른사상』 2024년 봄호(통권 47호). 2024년 3월 25일 간행.
김남주 시인 타계 30주기를 맞아 시인의 아내인 박광숙 여사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분단 극복과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활동해왔던 시인의 행적과 사유를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시인이 아내에게 보낸 옥중 서신들과 새로 발굴한 「그 길을 간 사람들」을 비롯한 시들도 시인의 민중의식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작란은 김용아, 박동주, 백무산, 서수찬, 안명옥, 엄원태, 임동확, 이승철, 정세훈, 함진원, 홍순영 등 11명 시인의 신작 시와 이도원 작가의 신작 소설로 지면을 꾸몄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가 24회를 맞이했고, 새로 기획 연재되는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를 이병국 평론가가 열어주었다. 오미옥 시인은 여수 순천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조사 연구 및 창작 활동과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의 기념사업을 자세하고 소개해주고 있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의 회고담은 이번호로 마무리된다. 2014년 여름호부터 장장 10년간에 걸친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은 김수영 시인의 시 세계는 물론 시인의 생애 전체를 깊게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기념비적인 증언이자 역사적인 자료이다.
■ 목차
특집 | 김남주 시인 30년
대담 박광숙·맹문재_ 자유와 혁명을 외친 전사
시_ 살아가는 기술 외 4편
편지_ 몸 전체가 평화요 사랑인 그대 외 4편
발굴 시_ 그 길을 간 사람들
신작 시
김용아_ 올리브나무의 기억
박동주_ 다시 다음날이 되었다
백무산_ 괘종시계
서수찬_ 버스 손잡이
안명옥_ 너의 눈동자가 가려울 때
엄원태_ 해빙
임동확_ 택시
이승철_ 우리가 그에게 물려받은 것들
정세훈_ 봄날이 지나갔네
함진원_ 비에 젖은 것들은 그리움을 물고 온다
홍순영_ ‘뿔’이라는 몸 이야기
시인이 읽는 소설 (신작)
이도원_ 극단적 산책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24) 호손의 『주홍글씨』와 멜빌의 『모비 딕』
이병국_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1) 비인간 동물을 전유한 시계(視界)의 확장
문단 현장
오미옥_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 기념사업 및 활동
김현경 회고담·20 (마지막 회)
대담 김현경·맹문재_ 김수영 시 읽기(10)
■ 책 속으로
박광숙 : 옥중에서 쓴 김 시인의 시를 처음 받았을 때 무서웠어요. 아주 살벌해 누구에게 전하기도 부담스러웠어요. 저에게 시를 전해 받은 출판사의 직원도 난감해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 김 시인이 쓴 시를 가지고 왔다고 직장으로 연락해 올 때면 두려웠어요. 당시 교도소에 근무하던 직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김 시인의 옥중시를 전해주었어요. 그럴 때마다 원고를 숨기느라고 힘들었어요. 핸드백에 넣고 다니기도 했고, 장독대에 감추기도 했어요. 어떤 때는 시를 타이프로 치고 원고를 찢어버렸어요. 김 시인이 출옥한 뒤 원고를 왜 찢었느냐고 아쉬워했지만, 그 일을 감당한 저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안했어요. 언젠가는 수색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자유와 혁명을 외친 전사」, 31쪽)
미국의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은 개척시대 미국의 역사는 물론 아메리카 문학 ‘르네상스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도시로는 보스턴과 뉴욕 등인데 여기에서 오늘날의 미국문학의 토대가 다져진다. 특히 보스턴은 영국의 청교도혁명 기간 중에 성공회주의자들에게 박해를 받은 ‘청교도인들’이 대거 이주해 터를 잡은 곳이어서 청교도적인 문화의 색채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김준태의 시 70년 오디세이」, 134쪽)
앞에서 살펴본 이기성, 김선오, 신철규, 강지혜, 정다연, 변윤제의 시적 수행은 비인간 동물을 전유하여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사유하고 이에 책임감을 지닌 채 응답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당장의 위기에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문학의 방식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응시하고 응답하고자 하는 태도 속에 문학이 놓여야 함은 분명하다. 이들을 포함한 여타의 시인들의 시가 사적 층위의 서정에 머물러 위안을 갈구하기보다 그 시계를 확장하여 사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병국, 「비인간 동물을 전유한 시계(視界)의 확장」, 167~168쪽)
10·19 연구소는 여수 순천 지역의 역사적 사건, 특히 10·19사건, 그와 관련한 문학예술 작품·법·제도·정치·경제·사회 현상을 조사 연구하고, 나아가 전남 동부지역을 비롯한 남도 지역의 역사, 문학예술, 제도의 변천 등을 조사 연구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전통과 민주주의의 계승·발전·확산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평화와 인권, 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연구소로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오미옥,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 기념사업 및 활동」, 186쪽)
김현경 소공동 상업은행 뒤에 가면 외국 잡지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어요. 거기에 나와 같이 가서 『애틀랜틱』이나 『보그』 같은 잡지를 샀어요. 우리의 데이트 코스였지요. 나는 『문예춘추』 같은 일본 잡지를 보고, 대중 소설을 한 편 쓰기도 했어요. 김 시인은 그곳에서 산 잡지에 실린 글 중에서 필요한 것을 번역해서 잡지사에 팔았어요. 그러다가 중앙문화사의 번역 일을 하면서 『사상계』나 『현대문학』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때 중앙문화사에서 공보처의 번역 일을 맡아 출판했어요. 김 시인의 번역은 알아주었어요. 교정볼 것도 없다고 했어요. 번역하다가 조금만 이상한 것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찾아 해결했어요. 옥스퍼드 사전 등 여러 사전이 집에 있었지만, 사전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도서관에 갔어요.
(「김현경의 회고담」, 196~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