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31
천자문220
동봉
0793쉬울 이易easy
0794가벼울 유輶light
0795바 유攸place
0796두려울 외畏fear
이여우여우웨이易輶攸畏yiyouyouwei
-소홀하고 경솔함은 두려워할바-
(담장에도 귀가있음 마음에두라)
0793쉬울 이易easy
바꿀 역, 쉬울 이易
날 일日 부수에 그림象形 문자입니다
쉬울 이易 자는 도마뱀에서 왔다는 설과
햇日살勿이 쏟아지는 모습이란 설이 있습니다
도마뱀은 아주 약삭빠르게 옮겨 다니므로
자주 바뀌다, 쉽게 변하다의 뜻이 있고
햇살도 늘 흐렸다 개었다 자주 바뀝니다
그러나 구름에 가리어 비추지 못할 뿐
언제 어디서나 비추므로 쉽다는 뜻이 됩니다
바꿀 역易 자로 새길 경우
1. 바꾸다, 고치다, 교환하다, 무역하다
2. 바뀌다, 새로워지다, 다르다, 전파하다
3. 번지고 퍼지다, 어기다, 배반하다
4. 주역, 역학
5. 점占, 점장이
6. 바꿈, 만상의 변화
7. 국경
8. 겨드랑이
9. 도마뱀과의 파충류 등의 뜻이 있고
쉬울 이易 자로 새길 경우
1. 쉽다
2. 편안하다, 평온하다
3. 경시하다, 가벼이 보다
4. 다스리다
5. 생략하다, 간략하게 하다
6. 기쁘다, 기뻐하다
7. 평평하다, 평탄하다
8. 주역周易 등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쉬울 이易 자와 관련된 한자 중에서
昜 : 볕 양, 쉬울 이 자를 비롯하여
化 : 될 화, 잘못 와
改 : 고칠 개
更 : 고칠 경, 다시 갱
貿 : 무역할 무
贸 : 무역할 무의 간체자
變 : 변할 변
革 : 가죽 혁, 중해질 극 자가 있으며
場 : 마당 장
揚 : 날릴 양
暢 : 화창할 창
楊 : 버들 양
湯 : 끓일 탕, 물이 세차게 흐를 상, 해돋이 양
腸 : 창자 장
陽 : 볕 양 자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易'자를 2가지로 읽지요
Exchange일 때는 바꿀 역易으로 읽고
Easy일 경우에는 쉬울 이易로 읽습니다
그러나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Exchange든 Easy든 '이yi'로 발음합니다
물론 같은 '이yi'로 읽더라도 성조는 다르겠지요
바뀐다는 것易은 쉬움易입니다
자연의 이치는 바뀌지 얂는 게 어려움이지
바뀌는 것이 어려움이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인사말에 '여전如前하시지요?'라 하는데
이는 얼핏보아 좋은 말인 듯하면서도
실제로 알고보면 그다지 좋은 말이 아닙니다
앞서 가난하고 힘들고 어렵게 살았는데
여전하느냐면 지금도 그러냐는 것이지요
뭔가 좀 나아졌느냐고 묻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내가 지난 8월 중순부터 느닷없이 도진
좌골신경통 때문에 병원 2곳을 입원하면서
결국은 수술을 한 뒤 퇴원했습니다
이때 내게 묻는 안부는 한결같았습니다
"통증은 좀 나아졌습니까?
"차도는 좀 어떠합니까?"
"훌훌 털어버리고 어서 쾌유하십시오."
"어서 쾌차하시길 빕니다." 등이었습니다
이들 인사말 속에는 여전如前의 뜻이 아니라
앞서의 아픔이 이어지지 않고 달라지기기를
전보다는 더욱 더 낫기를 바라는
이른바 변화變化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삶은 변화입니다
삶은 변화를 요구합니다
일상에서도 변화를 추구합니다
변화가 없고 발전이 없음은 '죽음'입니다
생명이 끊어진 것만이 죽음은 아닙니다
변화가 없고 굴곡이 없는 사회가 죽음입니다
지구는 시속 1,670km로 자전하면서
동시에 시속 108,000km로 공전합니다
자전의 속도가 마하 1.5 정도로 빠르고
공전의 속도는 자그마치 마하 100정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도
잠시도 멈추지 않고 운동하고 변화하듯이
그에 맞추어 지구 위의 삼라만상도
계절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사말은 "여전하십니까?"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 수 더 떠서 얘기합니다
"내 사랑은 변함이 없어!"
"내 마음은 한결 같아."
"나는 변함없는 사람이야."
사랑은 변해야 합니다
마음도 변해야 하고
사람도 변해야 합니다
어제의 사랑이 슬픔이었다면
오늘의 사랑은 더 기쁨이어야 하고
어제의 마음이 아픔이었다면
오늘의 마음은 더 즐거움이어야 하고
어제의 사람됨이 내성적이었다면
오늘의 사람됨은 화사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어제의 가난이 이어질 게 아니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사는 삶이어야 하지요
진정한 변화는 새로운 창조입니다
창조는 끊임없는 새로움입니다
하느님의 창조는 한 번으로 끝나지만
인간의 창조는 변화에 적응함이며
끝없이 새로움을 만들어냄이며
생각을 불변不變의 창고에 가두지 않고
끊임없이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는 것입니다
어느날 한 거사님이 내게 묻더군요
"사서삼경의《역경易經》의 경명을
중국어로는《이징易經》이라 한다던데
큰스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내가 되물었습니다
"어떻다니요, 거사님? 뭐 문제라도 있나요?"
"바뀔 역과 쉬울 이는 새김이 다르잖습니까?"
"그렇습니다. 분명 다릅니다."
"그런데 왜 중국어 발음은 같으냐 이거지요."
"네, 거사님. 그게 바로 중국이니까요."
이해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거사님은 앞에 놓인 머그잔의 커피를
단숨에 다 마시고 커피를 더 달라 했습니다
마음 경계心境에 분명 변화가 생긴 모양입니다
빠뀜의 뜻을 지닌 역易의 세계도
쉬움의 뜻을 지닌 이易의 세계도
우리나라처럼 다르게 발음하더라도
또는 중국어 발음처럼 동일하게 내더라도
변화하고 있는 한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0794가벼울 유輶light
가벼울 유輶 자는
수레거변車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수레 거車의 수레는 2개의 바퀴이거나
또는 4개의 바퀴로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혹은 말이 끌고 혹은 소가 끕니다
때에 따라서는 사람이 끌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마차牛馬車가 있고
사람이 끄는 인력거人力車가 있습니다
대승불교의 꽃《妙法蓮華經》에 따르면
양이 끄는 수레羊車
사슴이 끄는 수레鹿車
소가 끄는 수레牛車가 있습니다
이를 일컬어 성문의 수레라 하고
연각의 수레 보살의 수레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들 3수레三乘을 뛰어넘어
일불승一佛乘이 있으니 백우거白牛車입니다
글자 그대로 흰소가 끄는 수레입니다
수레는 무겁고 천천히 달리는 게 있는가 하면
가볍고 빨리 달리는 수레가 있습니다
유거輶車는 가볍고 빠른 수레입니다
유거의 유輶에서 추장 추酋 자를 쓴 것은
추장, 곧 우두머리가 타는 수레이지요
유헌輶軒은 천자의 사신이 타는 수레입니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무게가 중심이 아니라
배기량과 속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배기량이 높은 차가 무거운 차고
배기량이 낮은 차는 가벼운 차입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느냐에 따라
차의 순발력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도 동력의 단위를 얘기할 때는
말의 힘馬力horse power으로 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고급 승용차냐 중소형이냐 경차냐
수입차냐 아니냐를 떠나 차는 모두 소중합니다
그러나 차는 사람의 생명을 싣고 다닙니다
그런 까닭에 형편이 자라간다면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차가 좋은 차겠지요
가벼울 유輶 와 관련된 한자로는
輏 : 가벼울 유 자 외에
輕 : 가벼울 경의 번체자
軽 : 가벼울 경의 약자
轻 : 가벼울 경의 간체자
惹 : 가벼울 약/이끌 야
侻 : 가벼울 탈/알맞을 태
僄 : 가벼울 표/날랠 표
爂 : 가벼울 표
偞 : 가벼울 엽/천할 협
媥 : 가벼울 편
㛔 : 예쁘고 가벼울 봉 자 등이 있습니다
여기《천자문》에서 얘기하는 쉽고 가벼움은
난이도難易度의 어려움과 쉬움이 아니고
수레의 중重하고 경輕함이 아닙니다
으레 자동차의 경중의 경도 아닙니다
사람이 지닌 마음의 가벼움이고
사람이 움직이는 행동의 가벼움이며
사람이 토해내는 말의 가벼움을 말합니다
말과
행동과
마음을 쓰되
쉽고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0795바 유攸place
바 유攸자는
등글월문攵의 뜻모음 문자입니다
등글월문攵/攴은 '일하다'의 뜻 외에
'회초리로 치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람 인人 갈고리 걸亅등글월문攵의
3글자가 한데 모여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갈고리 궐亅자는 따로 독립된 글자이나
여기서는 물 수水 자에서 양쪽 흐름이 생략된
이른바 '생략형 물 수亅'이므로 물의 뜻입니다
또는 '물 흐르는 모양 유浟' 자라든가
'흐르는 물 유汷'와 같은 자로 보는 까닭입니다
물에서 사람을 수영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 바 유攸 자에 담긴 뜻으로는
1. 바所
2. 곳, 장소, 처소
3. 이, 이에, 어조사
4. 달리다, 빠르다
5. 재빠른 모양
6. 위태로운 모양
7. 오래다, 장구하다
8. 위태롭다
9. 아득하다 따위가 있습니다
비슷한 글자로는
浟 : 물 흐르는 모양 유를 비롯하여
汷 : 흐르는 물 유
收 : 거둘 수 자가 있습니다
0796두려울 외畏fear
두려워할 외畏 자는
밭 전田 부수에 뜻모음 문자입니다
그림象形 문자나 꼴소리形聲 문자와 달리
뜻모음會意 문자는 생각보다 매우 복잡합니다
이 두려워할 외畏자도 참 복잡하지요
두려울 외畏 자를 분해해 놓고 보면
옛날 불알(괘종)시계 만큼이나 복잡합니다
1. 밭 전田
2. 불, 귀신머리, 죽은 사람의 머리一
3. 삐침별丿
4. 죽음의 뜻, 비수 비匕
이들 4글자가 모여 음산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나중에 '무서워하고 조심하다'가
'황공스럽게 여기다'의 뜻으로 변했습니다
뚜안위차이의《說文解字》에 따르면
귀신 머리에 호랑이 발톱을 하고 있다 하고
그런 까닭에 추악하고 무섭다고 합니다
갑골문자에 의거하여 풀이해 보면
머리를 묶은 귀신이 손에 긴 막대기를 들고
착해 보이는 사람을 때리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협박하는 뜻을 담고 있지요
귀신 얘기라니 상상만 해도 무섭지 않습니까
그래도 중국의 귀신은 귀여운 편입니다
중국의 귀신 강시殭屍 Frozen corpse는
대개 남자 귀신인데 뛰는 모습에서부터
전혀 무서운 기색이라곤 없습니다
서양의 귀신은 어떻습니까
뱀파이어Vampire는 좀 무서운 편이지만
초자연력에 의해 시체로 되살아난 모습
좀비Zombie 보다는 덜한 것 같습니다
가장 무서운 귀신은 바로 한국 귀신이지요
머리를 풀어헤치고 핏기 없는 얼굴에 붉은 입술
하얀 치마 저고리에 피라도 묻어 있으면
그야말로 꿈에 볼까 무섭습니다
게다가 한을 품고 죽은 여자 귀신이라면
그 공포는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남자의 엉큼성보다는 여자가 지닌 표독성이
죽은 자에게서 더 깊게 느껴지는 것은
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본능에 자리한 팜므파탈의 세계를
남성이 여성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습니다
이 두려워할 외畏에 담긴 뜻으로는
1. 두려워하다, 경외하다
2. 꺼리다
3. 심복心服하다,
4. 마음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해 순종하다
5. 조심하다
6. 으르다, 협박하다
7.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8. 죽다, 세상을 버리다
9. 두려움 등이 들어 있습니다
두려울 외畏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怯 : 겁낼 겁
怖 : 두려울 포
悚 : 두려울 송
惶 : 두려울 황
懼 : 두려울 구
恐 : 두려울 공 자 등이 있습니다
어젯밤 귀신 꿈 꾼 분 없으신가요?
간밤에 귀신 꿈을 꾸고 나면
이튿날 귀인이 나타난다고 하더이다
09/30/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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