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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년의시작 신간 안내
시작시인선 0316 공광규 시집 서사시 금강산
서사시 금강산 / 공광규/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380쪽/ 시작시인선(세트 0316)
2019년 12월 30일 발간/ 정가 13,000원
ISBN 978-89-6021-469-9 04810 / 바코드 9788960214699 04810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등단 초기부터 생활 일상을 맑고 투명한 언어로 서정화하는 것은 물론 민중 민족 현실을 시로 담아내는 걸 놓치지 않는 공광규 시인의 8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전체 5부 129편으로 구성된 1만여 행에 달하는 서사시 『금강산』이다. 공 시인은 금강산 관광이 가능했던 2004년 7월 금강산 외금강과 해금강을 다녀온 적이 있다. 시집은 ‘제1부 금강산에 가며’ ‘제2부 내금강’ ‘제3부 외금강’ ‘제4부 해금강’ ‘제5부 금강산을 나오며’로 구성하였다.
이 시집은 주인공인 남한의 남성 시인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해설원의 금강산 탐승 안내를 받으며, 금강산의 봉우리와 계곡, 폭포와 담소, 내려오는 전설과 일화, 수목과 화초 등을 이야기하며 금강산 전체를 둘러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집의 전후, 그리고 이야기의 중간중간 남북의 현실과 평화와 통일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시인은 “젖은 모래밭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세대를 건너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듯, “이념을 분단을 잊어버린 모습”의 평화를 표현하며 “동족 간 대결 없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것으로 시집을 마무리한다.
금강산 여행 노정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비무장지대 철책 길을 맨발로 걸어 철원에서 금강산에 들어가 탐승을 한 뒤 강원도 고성 명파리와 마차진으로 돌아 나온다. 금강산에서는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순서로 예부터 상례화된 탐승 경로를 따라 다닌다. 1950년 6・25 상잔 때 폭격으로 대부분 불탄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 신계사 등 금강산 내 많은 사찰과 페허 속에 남아있는 불상과 부도 등 문화유산들, 금강산을 방문하고 시를 쓴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 김삿갓 등 문인과 겸재 정선 등 화가, 나옹화상,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승려, 황진이, 김금원 등 금강산을 방문했던 여성 인물, 소를 몰고 가서 금강산 길을 연 정주영 등 현대 인물까지 등장한다.
시집은 각 부가 시작되기 전에 ‘주인공의 말’ ‘해설원의 말’ ‘해설원의 마지막 말’을 통해 금강산의 지리적 특징과 탐승 범위를 제시하고, 인용 부분을 제외한 모든 시행을 3행으로 통일하여 가독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북에 대한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를 언급하고 자주성 없는 남북 정치지도자와 민중을 질타하는가 하면, “천진한 남북의 아들들이 서로/ 조국의 심장을 향해/ 겨누고 있는 총구”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민간인 통제선 안에서 만났던 미군을 묘사하고, 호국 투쟁을 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구한말 의병 투쟁의 거점 유점사, 남북경제협력을 꾀하다 자살한 정몽헌의 미스터리한 죽음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서사시 『금강산』에 대해 홍용희 문학평론가(경희대)는 “누가 금강산의 비경을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이 점은 예부터 내려오는 이 땅의 질문이고 과제였다”며 “18세기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기억이 아득할 따름인데, 마침내 우리의 시인 공광규가 서사시 『금강산』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아울러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공광규로 인해 “금강산의 절경은 물론 해와 달의 영겁 아래 화석처럼 바래고 스며든 수많은 설화와 역사의 곡절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며, “공광규의 서사시 『금강산』의 메아리가 한반도 전역으로 울려 퍼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한다.
윤일현 시인(현재 대구시인협회장)은 발문에서 “공광규는 『금강산』 속의 그리운 금강산을 통해 남북과 북남 민중의 ‘정서와 정신의 근원’이 서로 다르지 않고 같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며, “남북과 북남의 모든 민중, 정치가와 지도자, 특히 남한의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에게 이 금강산 시편들을 같이 읽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한다. 또 “금강산이 간절하게 그립다면 서로 손잡고 어떤 난관이나 외세의 방해도 물리치고, 우리의 성지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자고 호소하고 싶다”고 한다.
❚추천사❚
누가 금강산의 비경을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이 점은 예부터 내려오는 이 땅의 질문이고 과제였다. 18세기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기억이 아득할 따름인데, 마침내 우리의 시인 공광규가 서사시 『금강산』을 탄생시켰다.
그로 인해 금강산의 절경은 물론 해와 달의 영겁 아래 화석처럼 바래고 스며든 수많은 설화와 역사의 곡절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은 이 땅의 현묘한 정신사의 봉우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예부터 금강산 그늘이 관동 팔십 리를 간다고 했다.
공광규의 서사시 『금강산』의 메아리가 한반도 전역으로 울려 퍼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용희(문학평론가)
그리워야 화해의 마음이 생기고, 뼈에 사무쳐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금강산 시편들은 정서적 공감을 통해 남북이 하나임을 깨닫게 해 준다. 절절하게 보고 싶고 간절하게 그리운 마음이 생기면 ‘반외세 자주 통일의 당위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공광규는 『금강산』 속의 그리운 금강산을 통해 남북과 북남 민중의 ‘정서와 정신의 근원’이 서로 다르지 않고 같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윤일현(시인)
❚저자 약력❚
공광규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청양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박사).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시선집 『얼굴 반찬』,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Pesan Sang Mentari 햇살의 말씀』이 있음.
윤동주상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금강산에 가며 15
주인공의 말 17
금강산 18
금강산을 향하여 25
제2부 내금강 39
해설원의 말 41
내금강, 봉우리와 계곡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42
단발령, 머리카락 자르고 속세를 잊는 44
김소월, 많이도 잘도 울었을 46
문선교, 선경이 어디냐 묻는다는 48
내금강역, 옛 금강산 전기철도 종점 51
속담 놀이, 금강산도 식후경 52
화병대폭포, 꽃병에 물줄기 쏟아지듯 55
장안사, 소나무와 전나무가 둘러싼 58
금강국수나무, 연분홍 작은 꽃 61
명연, 새가 노래하듯 우는 63
삼불암, 아버지와 세 아들 이야기 65
울소, 아버지 죽음을 슬퍼하는 소리 67
백화암, 부도밭에 서산대사 비문 70
승려들, 평양성 탈환 위해 진군 73
사명대사, 일본에서 포로를 데려온 76
표훈사, 시냇물과 솔바람이 합주하는 79
능파루, 난간에 앉은 달빛이 아름다운 82
법기보살, 금강산에 살며 설법하는 85
정양사, 볕바른 곳 앉아있는 87
헐성루, 신선이 되어 봉우리 바라보는 90
김금원, 헐성루에서 시를 남긴 92
상제보살, 법기보살을 따라다니는 94
배석, 왕이 겸허한 마음으로 절한 바위 96
백천동, 개울가에 뒹구는 전설 98
수왕성, 마의태자를 지키던 돌성 100
명경대, 죄를 비춰 보는 바위 102
금강산 구경 갔던 봉덕이 사건 105
영원동, 신령한 기운의 골짜기 107
백탑동, 탑이 많은 골짜기여서 110
망군대, 적군을 감시하던 곳 112
만폭동, 만 개 폭포가 있는 골짜기 114
거북이바위, 용궁에 돌아가지 못한 117
금강대, 학 둥우리가 있었다는 120
선학, 높고 맑고 크게 운다는 122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은 사건 124
만폭팔담, 비단을 공중에 펼친 듯 126
보덕암, 지붕 세 개와 구리 기둥 128
보덕굴, 천리만리 꿰뚫어 보는 책을 받은 130
만폭동 소녀 보덕이 132
욕심쟁이 땅 주인의 결말 134
이율곡, 보덕암에서 시를 쓴 136
백운대, 흰 구름이 모여드는 138
금강약수, 청년이 속병을 고친 140
마하연, 해동제일선원 142
중향성, 백옥으로 핀 연꽃인 듯 144
묘길상, 웃는 듯 눈매와 입매 146
금사정, 물맛이 차고 달고 향기로운 148
비로능선, 고산식물 군락을 따라 150
금사다리 은사다리, 하늘에서 쏟아진 153
비로봉, 일만 이천 기상이 모인 158
비로봉에서 읊은 시들 162
수미탑, 자연이 돌로 세운 164
구성동, 유성이 묻힌 곳 166
진부골, 숲 짙고 그늘 무성한 168
제3부 외금강 171
해설원의 말 173
온정리, 금강산 탐승 중심지 174
금강산온천, 바위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177
매바위, 경치에 반해 두리번거리는 181
지주를 혼낸 도사와 매 182
달걀바위, 굴러떨어질 듯 둥근 184
문주담, 곰이 뛰어내리다 바위가 된 185
육화암, 달빛에 눈꽃처럼 빛나는 187
만물상, 금강산 제일 승경 189
삼선암, 신선이 내려오는 듯 191
월명수좌와 동네 노인들 193
귀면암, 험상궂은 바위 얼굴 196
칠층암, 바위들이 포개어 쌓은 198
절부암, 힘센 총각이 도끼로 찍은 200
만장천, 마시면 지팡이를 잊어버리는 201
천선대, 선녀들이 노는 곳 205
천녀화와 천녀화장호 208
호랑이바위, 바위에 놀라 죽은 부자 213
망아지바위, 글 읽는 소리에 취한 216
수정봉, 극락을 이루듯 황홀한 218
바리봉, 스님 밥그릇 닮은 221
구룡연계곡,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진 222
신계사, 닭이 울었다는 절 224
옥류동, 구슬같이 맑은 계곡물 227
도라지 타령, 옥류동에서 처음 부른 231
구룡폭포, 천 길 흰 비단 드리운 234
구룡연, 호쾌한 물소리를 내는 236
상팔담, 나무꾼과 선녀가 만난 240
개구리바위, 눈을 뜬 채 돌이 된 245
옥황상제바위, 세존봉 중턱에서 굳은 248
토끼바위, 금강산 구경 와서 굳어버린 251
영춘대, 봄이 먼저 찾아오는 254
동석동, 활엽수가 골짜기를 장식하는 256
양사언, 금강산 이곳저곳 남긴 글씨 258
선하동, 눈이 많기로 유명한 260
집선봉, 선녀가 모여있는 262
발연사, 아름다운 소와 폭포가 있는 263
신금강, 아름다운 봉우리들 솟아있어 266
십이폭포,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폭포 268
유점사, 금강산에서 가장 큰 절 270
느티나무에 종을 매달아서 유점사 273
구룡소, 아홉 마리 용이 살던 276
산영루, 시를 지으며 슬퍼한 사명대사 278
애국 투쟁의 거점 유점사 281
소년소, 절 심부름꾼 소년이 몸을 던진 284
정수동, 친구 따라 금강산 간 287
은선대, 별마을 선녀가 숨어 산 290
내무재령, 내금강과 외금강을 잇는 292
별금강, 또 한 무더기 금강산 294
천불동, 천 개의 부처가 있다는 296
이만물상, 금강산 안쪽 만물상이라는 298
금강못, 금강산 천지라 했다는 300
백정봉, 산정에 웅덩이가 파인 301
외금강을 나오며 303
제4부 해금강 305
해설원의 말 307
삼일포, 화랑이 사흘 묵고 간 308
단풍관, 삼일포 향토음식점 310
몽천, 꿈에 산신이 가리켜준 샘물 313
남강, 햇살에 붉게 물들어 적벽 314
해만물상, 천태만상의 바위들 316
영랑호, 화랑 영랑이 다녀간 318
감호, 달 비치고 돛단배 뜨던 319
구선봉, 아홉 화랑이 들렀다는 321
비래정, 회오리바람에 간판이 날아간 322
총석정, 다발을 이룬 주상절리 324
금란굴, 불로초가 자라는 327
난도, 억쇠가 왜적을 무찌른 알섬 330
국도, 참대나무로 화살 만든 섬 333
시중대, 고니와 물오리가 날아드는 335
땔감 팔이 소년과 은혜를 갚은 게 337
제5부 금강산을 나오며 341
해설원의 마지막 말 343
금강산을 나오며 344
명파리에서 350
북극성을 바라보며 356
하느님은 이 민족을 사랑하시어 359
마차진을 떠나며 366
발문
윤일현 그리움, 화해와 통일을 견인하는 힘 370
❚시인의 말❚
시인의 말
2004년 7월에 금강산 외금강과 해금강을 한 번 다녀왔다. 일부러 맨발로 걸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여행 기억이 많이 감퇴하였다. 그간 비무장지대 평화 손잡기 행사와 철책을 따라서 걷는 통일 걷기에 참가해 보고, 파주는 물론 금강산과 가까운 고성 일대를 둘러보았다.
금강산과 지척인 건봉사와 철원에 가보고, 남북 노동자 축구 대회 응원을 가보고, 서울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뛰어보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토론회에 참석하고, 남북한 시에서 어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토론회 발제를 하였다. 나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실천 행위였다.
이 시집의 집필과 출판 의도는 남북, 북남 대중들의 정서와 정신의 근원이 같음을 금강산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이다.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기원하며 정서 통일을 시작으로 정치 경제의 통일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루어졌다.
시집 구성은 1부 금강산에 가며, 2부 내금강, 3부 외금강, 4부 해금강, 5부 금강산을 나오며로 구성하였다. 남북, 북남 간에 아무런 제약 없이 금강산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시집을 내면서 홍용희, 권성훈 평론가, 정원도, 김경식, 김윤환, 채상근, 서미숙 시인의 크고 작은 훈수가 있었다.
2019년 12월
강원도 고성에서
❚시집 속의 시❚
금강산
(상략)
봄에는 아침 이슬이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것과 같은
금강석을 닮아 금강산
여름에는 계곡과 산봉우리에
짙은 녹음이 깔리는 것이
신선이 사는 곳을 닮아 봉래산
가을에는 산이 불타듯
잎에 단풍 들어
흰 바위와 소나무와 잘 어울려서 풍악산
겨울에는 잎이 져서
바위 구석구석이 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불렀던
가장 오래된 이름이었다는 개골산
(하략)
외금강을 나오며
(상략)
계곡에는 연분홍 옆구리 띠와
타원형 반점이 선명한 산천어
버드나무잎을 닮은 버들치가 있고
산송어와 알록고기
물이 고인 담소에는
옆구리에 주황색 세로띠를 두른 금강모치가 있다
장수하늘소 유충이 산다는
서어나무 줄기와
성충에게 줄기 즙을 젖으로 먹이는 신갈나무
큰흰줄나비와 네발나비
부전나비가 앉아있는
산기슭
금강산 대장봉 바위틈에서 발견됐다는
무메기름나물과 금강봄맞이꽃
금강초롱꽃과 도라지모싯대가 보인다
시중대, 고니와 물오리가 날아드는
(상략)
해송과 해당화와 흰 백사장
앞바다 섬들과
맑고 잔잔한 물결이 어울리는 호수 가운데는
장고섬이라는 작은 섬과
바닥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있고
샘물이 있어서 겨울에도 잘 얼지 않아
꼰- 꼰- 꼰 하고 우는 우아한 고니와 물오리
이런 철새들이
많이 날아든다고 한다
난도, 억쇠가 왜적을 무찌른 알섬
1950년 6월 8일
38도선 이북이어서
당시 북한 점령지였던 고성군
북한 전역의 철도는 비상사태에 들어가고
이곳 고성에도 주민 여행은 금지되고
외금강노동자휴양소는 폐쇄되었다고 한다
원산 고성을 거쳐 양양으로
38선을 향하여 줄 이어 남하하는 열차에는
군인과 전차와 포와 차량과 마차가 실려있었고
북한의 완전 독립 전쟁이란 명분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가열한 전장이
이곳에도 있었는데
아름다운 해금강 자락 곳곳
고성과 통천 일대
그러니까 알섬 금란 송도 양도 여도 남강에서
금강산 연봉인 향로봉 건봉산 월비산에서
서로 기습하고 방어하면서
동족 간에 살육이 있었다고 한다
(하략)
금강산을 나오며
(상략)
서라벌에서 관동 해변을 거쳐
해변과 호수와 놀다
금강산 봉우리 곳곳에 올랐던 화랑과 승려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계곡마다 절을 세우고 산천만다라로 숭앙하던
현세의 불국 정토를 꿈꾸었던 통일신라인
개경에서 내금강을 넘어 외금강으로
외금강에서 해금강을 돌아
관동을 유람했던 고려의 문인 묵객
왜란과 호란을 거친 후
조선의 자존심을 세우려
수없이 금강산을 향해 갔던 유가 지식인
말을 타고 나와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치악을 거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던 한글 정신
중국의 그림을 때려치우고
금강산을 수묵으로 담은
조선 그림
쇠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보고자
금강산을 찾아갔던
경화사족들의 화젯거리였던 순례길
사천칠백오십 리 백이십칠 일간
조선의 경치를 신바람 나게 다녀온 후
묘향산으로 향한
세상만사가 쓸데없는 일이니
하루아침에 뿌리치고
금강산 찾아가서 경치를 다 본 후에
아미타불 염불하며 일생을 보내라는
안동 어느 절에 살았던
이름 모를 스님의 『금강산가』
일제 강점기 국토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민족 기상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갔던
지식인과 학생들의 수학여행
민족상잔으로 찢어진 가족이
수십 년 만에 늙어버린 얼굴로 향하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
정주영이 소를 몰고 가고
남한의 대중이 관광버스를 타고
남북 작가들이 만나 정서 통일을 확인하던 곳
(하략)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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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작시인선 0316 공광규 시집 서사시 금강산|작성자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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