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깊어지는 속도가 탁월하게 빨라진 것 같다. 특히 아침, 저녁 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쌀쌀하다 보니 단풍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한껏 드높아졌는데, 떠오른 김에 2020 단풍 시기를 검색해보니 올해는 강수량이 많아 예년보다 3~5일 정도 늦게 단풍 시작 및 절정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한다. 올해는 산행을 자주 즐기다 보니 여태 한 번도 경험 못한 설악산 단풍을 꼭 챙겨 보고 싶은데, 대략적 계획은 세워두겠으나 변화무쌍한 세상사에 대비해 2, 3차까지 고려할 것이다. 사실 9월 첫 여행 일정을 태풍의 영향으로 두 번이나 미루게 되었다. 처음 미룰 땐 며칠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이번엔 체크인을 이틀 앞두고 이 사달이 났으나 숙소 측의 넓은 아량에 무조건 감사할 뿐. 평소엔 어림도 없었을 무료 예약 연기를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해주시는 걸 보며, 한 명의 손님이라도 꼭 잡겠다는 숙소의 의지가 절박하게까지 느껴졌다. 다음 주 체크인할 때 음료수라도 한 상자 준비해 안겨드리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꼭 표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둘째치고 태풍 때문에 여행 계획을 감히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매일이 추억여행이다. 오늘은 첫눈 내릴 즈음 한라산 눈꽃 산행이 아니라면 갈 일 없을 제주도를 지난여름의 기록 통해 곱씹어 보고자 한다. 미세먼지가 자욱해 배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 갈까 말까 갈팡질팡했고, 결국 완전히 만족스럽진 못했으나 다녀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넘쳤던 나만의 제주도 로망 여행지, 그곳은 바로 제주도 서쪽코스의 큰 섬 한림 비양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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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를 다룬 여행기마다 밝혔듯 나의 최애 제주 바다는 제주도 서쪽코스의 필수 가볼만한곳 금능~협재 구간이다. 물빛이 유난히 깨끗하게 보이고, 썰물 때가 되면 제주 한림 비양도까지 걸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상상만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행에 임할 때마다 한림의 바다는 단 한 번도 무심코 지나친 적이 없고, 그때마다 제주 한림 비양도에 대한 로망은 커져만 갔다. 특히 제주 한림 비양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느낌이 궁금해 비양봉은 꼭 오를 것이라 다짐하며, 그 연이 자연스럽게 닿기만을 기다렸고 작년 6월 20일 오후가 되서야 실현되었다.
제주도의 서쪽 섬 비양도 여행은 그 시작과 끝을 한림항 대합실에서 맺게 된다. 제주 한림 비양도 배시간은 1일 4왕복으로 구성되는데 한림항 출발 시간에 16분을 더하면 제주 한림 비양도 출발 시간이 된다. 때문에 한림항 출발 시간인 오전 9시, 정오, 오후 2시, 오후 4시만 기억하며 섬 여행에 필요한 시간은 2~3시간 정도로 넉넉히 잡는다. 예를 들어 한림항에서 오전 9시 배로 들어가면 제주 한림 비양도에서 오후 12시 16분 배로 나오는 방식이다. 한편 제주 한림 비양도 뱃삯은 편도 4,500원인데 구매 시 승선인 명부와 신분증을 함께 제시해야 승선권 발매가 가능하다. 더불어 한림항과 제주 한림 비양도 간 소요시간은 14분인데, 보통의 유람선처럼 안밖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때문에 출입문 가까운 쪽에 앉아 이동하는 게 미약하게나마 주어진 여행 시간을 한층 더 농밀하게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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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과 제주 한림 비양도 간 14분의 뱃길 여정 후에 바로 시작된 섬 여행, 그 첫 번째는 둘레길 코스 따라 비양도를 크게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꾸몄다. 제주 한림 비양도의 규모는 동서 1.02km, 남북 1.13km로 그리 크지 않고 길 역시 쾌적하게 조성되어 섬 트레킹에 아주 좋은 조건을 지녔다. 한 바퀴를 다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진 찍으며 움직였는데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섬 속의 섬이란 인식과 기대는 안 그래도 청정한 제주도의 자연이 한층 더 짙게 와닿아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빚어냈고 지금도 그러하고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던 시선은 역시 제주 한림 비양도에서 바라본 제주도였다. 제주 한림 비양도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한 금능~협재 구간의 해변이 역시나 눈에 들어왔는데, 제주도에서 제주 한림 비양도를 바라보던 매번 그때처럼 날씨가 잘 따라줬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욕심이 아쉬움으로 못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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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 비양도 둘레길엔 아무 것도 아닌 듯 싶지만 아름다운 포인트가 은근히 많아 카메라를 들고 나선 이라면 걷는 속도가 잘 붙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섬 가운데에 봉긋 솟은 해발 114.7m 비양봉을 향한 호기심도 새롭게 시작되는데, 나는 둘레길을 한 바퀴 다 거닌 후에 다시 한림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비양봉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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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열린 제주 한림 비양도 탄생 천년 축제를 기준으로 보면 비양도의 역사는 올해로 2018년 되었다. 조선 중기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려 목종 때 화산활동이 비양봉에서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입구부터 약 10분 정도 산길 여정을 통해 닿는 비양봉엔 비양등대가 자리한다. 그 주변으론 제주도 서쪽코스 가볼만한곳들의 모습이 해변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어디가 어딘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으나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처음 접하는 곳처럼 그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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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봉에 머물며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다시 한림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다.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되돌아 제주 바다와 돌담길 따라 다가가니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극심했던 미세먼지로 인해 답답한 부분이 많던 전망이었으나 다음에 보다 나은 상태를 만나, 보고 느끼고자 했던 바에 대해 완벽하게 충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