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말
'메밀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달빛에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다'
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그 말이 진짜일까?
어느 해 산골 밭에 메밀을 심어 보고 싶었다.
씨앗도 없어서 미곡상에 가서 한홉을 사다가 한줌 뿌리고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 두고는 잊고 지냈다.
소금을 뿌린 것 같은 장면은 보지 못했다.
내가 메밀꽃 필무렵 달밤에 산골집에 있을 텍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잊고 있던 메밀을 어제는 발견 처리를 해야 했다.
어머니는 이때가 되면 메밀묵을 꼭 만드셨다.
뒷산 시제를 모시는 음력 10월 23일
어인 일인지 시제를 모시러 오신 분들께 점심때면 꼭 메밀묵을 대접하였다.
1. 메밀을 씻어서 물에 담근다.
2. 세시간정도 불린 메밀을 방앗간에 가서 갈아 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껍질째 드르륵, 이 과정을 엄마는 박탄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루가 되게 하면 안 되고 껍질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안에 있는 알멩이만 갈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물을 부어 조물거리면 하얀 물이 나온다.
체에 걸러서 껍질을 걸러낸다.
이때 농도를 잘 맞추어야 묵이 잘 된다.
손질도 엄청 가는 것이다.
3. 껍질을 잘 걸러내고 알멩이가 물에 풀어져 걸쭉해지면 가마솥에 불을 지핀다.
솥이 달궈지면 참기름을 둘러 누러붙지 않게 한다. 반죽에 소금 넣고 참기름을 더 넣어서
달궈진 솥에 걸쭉한 메밀 반죽을 부어서 끓인다.
나무 주걱으로 눌러붙지 않게 잘 저어주어야 한다.
반죽이 폴딱폴딱 끓어 오르면 긇기 시작하는 것이다. 잘 익히지 않으면 묵이 흐물거려지니 잘 익혀야 한다.
4. 잘 익혀진 것을 알려면 한방울 정도 떠서 찬물에 떨어뜨려보면 바로 응고가 되면 잘 된 것이다.
이렇게 잘 익혀진 반죽을 네모 반듯한 그릇에 퍼 담아서 식힌다.
5. 묵이 잘 되었는지 알려면 잘 식힌 다음 쟁반에 엎어 두고 묵의 엉덩이를 살짝 건드려 본다.
이때 묵이 다르르르 떨리면 아주 잘 되었다는 빈응이다.
팁: 소금으로 미리 간을 맞춰두면 양념장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젤리처럼 먹어도 된다.
한 홉의 메밀로 사각 유리그릇 하나 묵이 되었다.
어머니가 해 주시던 맛 그대로다.
냉장고에 있던 것도 치우고 메밀묵을 만들어 먹으니 새삼스럽게 옛날 어머니랑 메밀묵 끓이던 때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