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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시는 과거만 보면 떨어졌으며 한양 구경이나
하고 내려오지만 도대체 기가 죽는 법이 없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누라더러 닭 한마리 잡아서
백숙해 올리지 않고 뭘하냐며 큰 소리를 친다.
머슴도 없이 김초시 마누라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모심고 피뽑고 나락베고 혼자 농사를 다 짓는다.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도 점심 때가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김초시의 점심상을 차려주고 다시
논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김초시는 식사 때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여편네가
지아비를 굶겨 죽이기로 작정을 했다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말끝마다 무식한 여편네라고 무시 한다.
어느 따뜻한 봄날에 온종일 밭으로 나가서 일하고
들어와 안방에서 바느질 하고 있는데, 사랑방에서
글을 읽던 김초시가 안방으로 들어와 후 호롱불을
꺼버리고 마누라를 쓰러트렸다.
그때 부엌에 도둑이 들어왔으며 도둑은 쥐 죽은듯
웅크리고 앉아, 안방에서 한바탕 먹구름이 몰아쳐
소나기가 쏟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초시가 마누라의 치마와 속치마를 모두 벗기고
고쟁이를 내려서 운우의 숨소리가 점점 가빠지고
부인의 감창소리가 애절하였다.
김초시와 부인의 운우가 한창 무르익자 쌀도둑은
쌀독을 열고 자루에 쌀을 퍼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마누라를 끌어안고 한창 절구질을 하면서
가쁜숨을 몰아쉬는 김초시의 귀에 대고 마누라가 속삭인다.
쌀 도둑이 들어왔소.
김초시 방망이는 갑자기 번데기처럼 줄어 들었고
김초시는 이불을 덮어쓰고 방구석 한쪽에 처박혀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김초시의 마누라는 치마끈을 매면서도 계속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여보 여보, 더더더”라고 교성을
질러가며 쌀 도둑을 안심시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김초시의 마누라가
부엌문을 차면서, “도둑이야” 하고 고함을 지르자
도둑은 혼비백산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아직까지 김초시는 이불을 덮어쓴 채로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벌벌 떨고 있었다.
부인이 부엌으로 나가 쌀독을 덮고 방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김초시는 딴에 남자라고...
어흠, 어흠! 하면서 정좌를 하고 쫓으려면 진작에
쫓을 것이지 웬 뜸을 그리 들여서 사람을….
김초시 마누라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도둑이 쌀을
두세 바가지 퍼담을 때 도둑이야 소리치면 자루가
가벼워 도둑이 퍼담은 자루를 들고 도망칠 것이고
여덟 아홉 바가지를 퍼담았을 때에 소리치면 쌀이
자루에 그득해 땅에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다섯 바가지는 쌀이 가득 차지 않아서 자루를 들고 도망가기가 쉽기에,
쌀 자루에 쌀이 가득찰 때까지 그때를 기다렸지요.
부인의 말을 듣고난 김초시가 고개를 끄덕였으며
도둑이 들어와 번데기 처럼 줄어들었던 방망이가
다시 커지고 살아나자 부인을 쓰러트렸다.
김초시는 도둑이 들어와 제대로 못다한 절구질을
계속하기 위해 또다시 마누라의 치마와 고쟁이를
벗기고 부인의 그곳을 꾹꾹 눌러주었다.
김초시의 부인은 애절한 신음소리와 함께 교성을
지르며 김초시의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고 김초시
밑에서 쉼없이 요분질을 해댔다.
한바탕 천둥번개와 함께 요란한 폭풍이 지나가고
김초시는 마누라의 몸에서 떨어졌으며, 김초시는
도둑때문에 못다한 절구질을 끝냈다.
못다한 절구질을 끝내자 김초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사랑방으로 달려가 그동안 읽던 책을
몽땅 쓸어담아 아궁이에 넣고 태워버렸다.
이튿날부터 김초시는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자기의
마누라를 하늘같이 떠 받들면서 부인이라 불렀고
부인을 낮이나 밤이나 즐겁게 해주었다.
- 옮겨온글 -
첫댓글 김초시가
그제서야
마누라의 진가를 알았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