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오늘은 무슨날이냐 하면 바로바로...무슨 날이긴 공연 연습하는 날이다. 남은 막들의 대사들을 외울 생각만 했다 하면 눈 앞이 카카오 90% 다크초콜렛 마냥 시꺼매진다. 앞으로의 남은 고비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지만, 어쩌겠는가. 또 하나씩 만들어갈 수 밖에. 살려주세요
1. 배우훈련
: 어김없이 돌아온 고문훈련시간. 고배속과 저배속을 오가는 왁자지껄 팔벌려뛰기로 오늘 하루도 시끄럽게 시작되었다. 뒷다리와 고관절을 개조당하고열심히 늘려주고, 니업&플랭크 발성훈련과 기본 자세잡기, 호흡 보내기를 했다. 다들 확실히 코어도 나름대로 많이 키워진 것 같고, 기본 자세나 운보 등 기본기를 많이 향상시킨게 눈에 보였다. 특히 윤재가 그러하다. 무언가 깨우쳐가는 중인 윤재의 제대로 된 발성은 경빈이의 그것을 뛰어넘을만한 포텐을 지녔다. 발전하는 교수님 너무 보기 좋답니다.
2. 배달장 뽑기&레크레이션
: 점심식사를 마치고, 변호사님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를 동반한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난 뒤 배달장 뽑기에 들어갔다. 태준이가 들고 온 게임은 억까의 정석, 손병호 게임이였다. 어떤 억까가 난무할 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첫 게임만에 기존 배달장이였던 태준이가 탈락해버리고 말았다. 모두의 넓은 아량으로 첫 판을 연습게임으로 쳐준 뒤, 다시 한번 서로의 피터지는(?) 치열한 견제가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손가락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최종 후보로 무감님과 기총님이 남았다. 그러나 기총님의 순서가 먼저 오며 결국 무감님이 배달장에 당첨되셨다. 이렇게 '김씨 배달장 컬렉션(김현태, 김범석, 김서현, 김혜림)' 이 완성되었다.
각 팀이 다시 흩어진 뒤, 배우팀은 강의실에 남아있던 기총님과 함께 고요속의 외침을 진행했다(헤드셋을 반강제로친절히 협찬해준 하태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팀은 범석서현경빈 vs 수진윤재정원 으로 나뉘었다. 사실 좌경빈우서현 사이에 낀 범석이가 불쌍했다 첫 순서는 범석 팀이였다. 과연 두 발성 괴물들의 탓인지 몰라도 3분 안에 4개나 정답을 맞췄다. 그래서 '헤드셋이 좀 잘 들리는가보다!' 싶었다. 이윽고 다가온 우리 팀의 차례. 헤드셋은 수진이가 꼈다. 결과는...1개로 참패. 사실 쪼오금 분하긴 했어도 상대팀의 대형 스피커 두 명을 어찌 이기나 싶고 넘어갔다. 한 판 더 진행했는데, 이번엔 상대인 경빈이의 하드캐리(?)와 입모양을 꽤 잘 맞추는 윤재의 선방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그렇게 첫 판은 사실 범석이가 너무 잘 맞췄던 걸로 판명날 수 있었다.
3. 4-5막 블로킹&6막 장면 구상
: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연습에 들어갔다. 어제 짜였던 4-5막 블로킹을 먼저 시작했다. 교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과 대사의 강약 조절이 많이 요구되었다. 분노와 설교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잡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뒤이어 교수님의 경악을 금치 못할 독백이 펼쳐졌다. 어제보다 윤재의 딕션이나 감정, 전체적인 흐름이 많이 정돈되어 있었다. 윤재의 눈빛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어 때론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출님의 캐스팅 만족도가 200% 돌파하셨을 듯 하다.
이후 찾아온 6막. 드디어 극의 분량이 절반을 넘어서는 기점에 도달했다. 장면이 장면인지라 윤재의 멱살을 많이 잡아챘다. 옷이 매우 뺀질뺀질해 보였었는데, 나때문에 구김이 많이 진게 아닐까, 많이 아프진 않았을까 걱정이였다. 또한 이리저리 치이고, 밀리고, 말리고, 또 밀리는 경빈이도 갈수록 힘이 많이 빠져가는게 보였다. 서현이도 포악한 교주와 무서운 교수 사이에 끼여있어 둘의 감정과 에너지를 받아내는 게 많이 벅차보였다. 그래서 대사도 얼른 외우고, 동선도 빠르게 익혀야 그나마 덜 고생하겠다 싶은 책임감이 강하게 들었었다.
오늘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엄마의 춤 실력 발전이였다. 비록 근력 부족 이슈? 때문에 배움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타고난 선과 길쭉한 손발과 팔다리 덕분인지 춤을 배운지 1주일밖에 안됐음에도 그럴싸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대사도 외우랴 춤도 추랴 고생했을 엄마님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짞짞짞 아이고 잘한다~아이고 멋지다~
3+@. 6막 후반 + 7막 추가연습
: 연습 시간이 끝나고, 열심히 회의중인 삼두님들 옆에서 같이 남아있던 변호사님과 6, 7막을 훑어보았다.
7막은 확실히 만들어가기가 많이 빡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세 페이지 넘게 주욱 늘어져있는 대사의 분량, 세 인물과 변호사의 끊임없는 티키타카 등 앞선 다른 독백과는 달리 조명과 육면체 외엔 쓸만한 무대 장치가 없는 상태였다. 장면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배우의 역량이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느꼈다. 다음주에 변호사님에게 들이닥칠 고생길이 훤히 보였달까...비록 내가 연출도, 조연출도, 뛰어난 배우도 아니긴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7막을 최대한 도와주다가 집에 갔다.
강의실을 나오려던 찰나에 칠판에 쓰여있는 무수히 많은 낙서와 글귀를 보고 있었다. 2주 뒤면 모조리 지워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슬펐다. 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재밌는 시간은 이리도 빠르게만 흘러가는걸까. 언젠가 먼훗날 이 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있겠지? 그때가 온다면 적어도 좋지 않은 기억과 감정, 후회와 같은 것들은 남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다들 주말엔 진짜 푹, 그냥 푹 아니고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쉬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첫댓글 선배의 교주가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다음주 무대팀 합류때 직접 보시라~!
제가 걸렸던게 진짜 억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본인이 가져온 게임 취지에 매우 부합했다 정도로 하지요
@59기 박정원 ㅠㅠ 하태준 한 번 더 해
이렇게 많은 칭찬이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복복복복복복)
사실 칭찬을 가장해 눈빛에 대한 두려움과 위압감을 표하는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