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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 토마스 베리/브라이언 스윔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우주 이야기>의 저자 브라이언 스윔과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는 생태계 위기를 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 궁극적 신비를 다루고 있는 우주 진화에 대한 서사시이다.
우주의 출현 과정과 지구의 탄생, 지구에서 무생물의 생물로의 진화, 인간의 탄생과 의식의 진화 그리고 인류가 빚어낸 문명 등을 읽어보면, 우주와 지구와 인간이 창조적, 비가역적, 비반복적인 과정의 한 부분들로서 단 일회적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단 한차례 주어진 지금, 여기의 삶을 우리는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지구라는 별을 비롯하여 아직까지도 지금의 과학으로 닿을 수 없는 수많은 행성들은 150억 년 전 태초의 근원적인 힘이 우주를 탄생시킨 우연이 있었고, 그 후 별들의 중력적 죽음에서 벗어난 원소들이 수억 년 넘게 밤하늘을 떠다니다가 마침내 다른 원소들과 서로 결합하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오래된 이전의 별세계를 파괴시킨 초신성의 폭발로부터 우주 이야기의 새로운 영역, 그러한 파괴가 창조해낸 우연한 사건들이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했다.
우주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인간의 탄생과 삶의 여정 그리고 죽음 또는 죽음의 그 후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연과 파괴, 그리고 창조가 빚는 우주의 이야기와 인간 삶의 근본이 닮아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주는 지금도 칼날 위에서 불안하게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불안정 속에서 우연히 선택하게 되는 미래의 운명 안에는 더없이 완벽하고 찬란한 미래가 담겨 있다.
‘모든 도토리는 미래에 참나무로 자라날 운명을 내부에 품고 있다’ 나뭇가지들은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충분한 햇살을 받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 더 높이 위로 가지를 뻗칠 것이다.
이렇듯,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은 각자의 고유한 주체성 안에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타고난 경향성을 갖고 있다. 우주,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 모두에게 공통적인 진화의 변천 연속 과정에는 가능성이라는 나무가 계속 가지를 뻗어나가기 위해 내리는 연속된 결정이다.
우주와 별 그리고 태초의 지구에서 탄생한 원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미성숙한 원시의 나’의 시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초기의 끓는 가마솥 시기인 40억 년 전에 지구가 여러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인 아리에스Aries를 목격한 중요한 순간을 이루었듯, 나의 찬란한 미래 또한 40억 년에 버금가는 끓는 시간을 인내하고 도약해내야 하는 삶의 당연한 숙제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실존은 우주의 구조와 기능에 의해 수용되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주가 지금까지 파괴와 창조를 통해 변환의 연속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적 조류는 그러한 우주의 순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자살, 동족 살해, 대량 학살, 나아가 지구의 생명계를 죽이고 심각한 붕괴로 생물종의 학살, 지구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은 자신을, 타자를, 지구를 서서히 종말 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생대를 벗어나고 있는 이 전환이 필요한 국면에서 우리는 지구의 성스러운 차원을 의식하고 일깨워야만 한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벗어나 인류의 존재 자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성스러운 세계의 문제이다.
지구 위에서 서로의 삶을 향상시키는 인간 존재의 확립, 그것을 도모하는 것이 생태대를 포괄하는 인류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
p 4
초기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촌락공동체로부터 5천 년 전 출현했던 고전문명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지구인들은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인간 역사의 그 모든 다양한 상황들 안에서, 우리는 우주 이야기를 통해 존재 그 자체와 생명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우주 이야기는 인간이 마련한 정교한 의식儀式안에서 경축되어 왔으며,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안에서 모양지워져 지속적인 에너지와 어떤 지침을 우리에게 제공해왔다. 또한 우주 이야기는 개인과 공동체의 행위 양식에서 무엇이 근본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으며, 사회적 권위의 바탕을 확립해주었다,
현대의 우리는 총체적인 우주 이야기 없이 살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세계의 역사를 서술할 때조차 전체 세계에 대하여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인간이 지구 이야기나 우주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떤 존재이거나 또는 추가된 어떤 부록인 것처럼 단지 인간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하여 상세한 보고를 하고 있지만, 오로지 우주의 물리적 차원에만 집중한다. 그들은 우주의 인간적 차원은 무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교육 체계는 우주의 과학적 국면과 인간적 국면을 분리하고, 그 두 국면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p 9
지금으로부터 50억 년 전, 우주가 폭발하여 약 100억 년 동안 팽창하고 발전을 거듭한 후, 우리의 은하수 은하는 평화롭게 떠다니던 티아마트 잔재의 먼지 구름에 충격을 가하면서 1만 개의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켰다. 그 별들 중 몇몇은 갈색 왜성dwarf stars 으로 축소되었고, 다른 것들은 청색의 초거성이 되어 재빨리 새로운 초신성의 백열광을 발했다. 또 다른 것들은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타오르는 노란 별이 되었고, 나머지는 활동을 그친 적색 거성이 되었다. 다양성을 고집하는 우주는,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원소들의 구름으로부터 우리의 태양 또한 만들어냈다. 일단 자신의 실존을 허락받자 태양은 스스로 자기조직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태양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원소들의 구름을 거의 모두
폭파시키고, 나머지는 여러 개의 띠를 가진 원반형 물질로 만들어 회전시켰다. 여기에서 태양과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으로 연결된 하나의 체계가 발생했다.
p 33
태초의 근원적인 힘이 우주를 탄생시켰다. 모든 에너지가 단 한 번의 폭발로 분출되어 단 하나의 선물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존재 existence 였다. 긴 시간이 흐른 다음 벌들이 생겨나 반짝거리고 그 별빛 아래 도마뱀이 눈을 깜빡거리게 된다면, 그 또한 시간이 시작되었단 태초, 바로 그 순간 불타올랐던 그 신비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우주 그 어디에도 우주를 탄생시킨 그 근본적인 태초의 힘과 분리되어 있는 공간은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뿌리가 바로 그곳에 있다. 시간과 공간조차도 태초의 근원적 실체에서 매순간 흘러 나와 거품처럼 휘저어져서 생성된 존재이다. 이렇게 거품처럼 생성된 개의 입자들 하나하나는, 태초의 근원적 실체인 양자 진공quantum vacuum 상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주의 탄생은 시간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시간은 존재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우주를 탄생시킨 영역 또는 힘은 시간 안에 있었던 한 사건도 아니고 공간 안에 있었던 한 영역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주 공간에서 어떤 조건에 의해 순간적으로 등장한 바로 그 모체라 할 수 있다. 비록 태초의 근원적인 힘이 150억 년 전에 우주를 탄생시켰지만, 그 힘의 영역은 그 순간에만 머물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의 조건이 되었다.
p45
인간을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업이다. 이에 적합한 우주론은 반드시 어느 정도 재창조된 언어를 필요로 한다. 미래의 사전은 주변 환경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역할을 적절하고 명료하게 정의하기 위해 우리 시대의 우주적 탐험에 대한 정의를 필수적으로 다시 언급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하나만 보더라도 새로운 우주론과의 만남은 상당한 시간에 걸친 창조적인 응답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이다. 의도적인, 의미심장한 이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언어가 변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 의식이 변형되어야 한다.
p 57
찬란한 불꽃의 거대한 힘은, 양자의 무질서로부터 우주의 기본적인 법칙과 최초의 안정된 기초들을 확립했다. 공간이 불덩어리 속에서 펼쳐져 나올 때 균일한 상태였을 것 같은 그 안에서, 아주 정교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은 작은 동요가 나타났다. 이 작은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완전히 잔잔하고 단조로운 일만 있었을 것이다. 불덩어리 속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 밀도는 가볍게 요동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조금 더 강한 뜻밖의 에너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감각이 있는 어떤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요동의 떨림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여정에서는 하찮게 시작된 사건들이 종종 엄청나게 큰 힘으로 성장한다. 바로 이런 하찮은 요동에 의한 파동 때문에 미래에 은하들, 별들, 행성들 혹은 생명들까지도 출현하게 된 것이다.
p 61
우주는 투명해졌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광자가 행사하던 압력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전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던 불덩어리 속의 파문이 갑자기 위력을 발휘하면서 물질들을 그 파문 속으로 잡아끌었다. 갑자기 우주는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수조 개의 분리된 성운들로 발전했다.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각각의 성운 안에서 자기를 결정하는 힘이 분출했다. 이로써 은하들이 탄생했다.
우주는 스스로 팽창하고 시공간의 미세한 파문을 거대한 파동으로 전환시켜 수조 개의 조각으로 쪼갬으로써 은하 구름의 탄생을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우주는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은하 구름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었지만, 일단 이들 구름이 한번 형성된 후에는 그 구름이 가지고 있는 자기조직 역학이 진화의 여정을 지배하게 되었다.
p 63
은하수 은하 안에서 우리는 그 중심으로부터 2만8천 광년, 즉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은하 가장자리까지의 약 3분의 2쯤 되는 곳에 있는 별의 체계에 살고 있다. 은하수 은하는 자신 안에 수천억 개의 별들을 회전시키고 있으며, 이들 별들은 각자 서로 결속된 관계 속에서 회전하고 있다. 우리의 태양은 그 수십억 개의 별들 가운데 하나이다.
p 68
행성 지구를 화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생명체 안에서 탄소가 가지는 중심적 역할은 실로 하나의 충격이다. 지구 안에는 막대한 양의 철, 니켈, 규소가 있지만, 생명은 이들을 거의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지구 안에는 엄청난 양의 산소가 존재하므로, 생명체 안에서 산소의 존재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탄소는 행성 지구의 구성 성분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백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탄소로부터 오징어와 개미핥기 그리고 올림픽 육상 선수가 생겨났다. 탄소의 특별한 성질이 없었다면, 지구는 분명히 탄소를 창조 과정에 끌어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p 69
한 그루의 참나무를 이해하려면, 그 참나무를 성분 원소들로 분해하여 분석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원소들을 이해하려면 그 원소들의 고유한 작용 안에 참나무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배워야 한다. 그 각각은 다른 존재에 대한 진실을 알려준다. 참나무는 탄소를 드러내고, 탄소는 참나무를 드러낸다.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지적으로 그 구성 성분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전체 안에서 부분들의 기능이 통합되어 있음도 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방향의 접근을 통해 얻는 지식을 가지고 사물을 대할 때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사물의 통합적인 본성을 담은 온전한 지식에 도달한다.
p 78
우주의 자발성을 듣고 이에 응답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모든 대륙의 원시 부족들은 깊이 이해했다. 원시 부족들이 가졌던 뛰어난 능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닌 방대한 문화적 표현 속에서 우주의 정신적 깊이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표현들을 알아채야 한다. 그들의 목적은 실재가 지니는 리듬에 공명하며 참여하는 삶이었다. 이런 이유로 북은 그들의 기본적인 악기가 되었다. 북은 인간과 우주의 춤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편곡하는 성스러운 기법들 중 하나였다.
우리 선조들은 영혼 세계, 즉 현상계 너머에 있는 자연의 차원들로써 그들 안에 깨어나게 된 비전과 꿈을 북 연주와 나아가 그들의 노래, 찬양, 춤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우주의 야생적 차원인 물질계와 통합되어 있다. 그들의 의례와 자연에서의 삶을 통해 최초의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싼 신비로 그들의 깊은 심연에서 울려 나온 음악에 참여했다. 어느 겨울 저녁 가죽으로 덮은 카약을 타고 얼음 바다 위를 항해하다가 그 검은 수면이 갈라지면서 엄청나게 거대하고 매끈한 존재가 등장하고, 바다 깊은 곳에서 온 이 영혼과 일대일로 갑자기 운ㄴ을 마주치게 될 때, 이것은 몇 년 동안 경축을 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그 순간 전달된 노래는 평생 동안 삶의 의미와 완성이 되었다.
오늘 밤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은 우리 선조들이 천국으로 가는 길, 우유가 흐르는 강으로 비유했던 별무리 은하수 은하의 가장자리를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우주 탄생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파문에서 형성되었지만, 이 은하수 은하는 100억 년 동안 그 자신의 요동치는 파동으로 별들을 활성화시켜 왔다. 그래서 우리가 은하수를 응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탄생시틴 모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구조 안에 있는 새로운 파문으로서 우리 인간은 우리를 존재로 불러온 이 태초의 근원적 파문을 숙고한다.
p 83
태초에 우주는 거대하게 빛나는 그 무엇이었다. 그 빛남은 급속하게 팽창한 후 폭발하여 수천 억 개의 검은 구름이 되었다. 그 뒤로 이어진 밤의 시대에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불가사의한 음악에 응답하여 물질들은 거대한 세포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그 후 이 거대한 은하 구름들은 스스로 붕괴하여 각각 수백만 배 더 크기가 작은 은하로 되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그러다가 나중에는 거의 동시에 수천 억 개의 은하들이 거의 동시에 새로운 화려함으로 우주를 밝혔다. 우주의 시작은 부드럽고 격렬한 불꽃이었다. 수십억 년이 지난 후, 거대한 크기의 우주 구조는 거대하게 펼쳐진 은하들 안에서 불꽃을 튀겼고 은하들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가늘고 긴 섬유를 달구어 세상을 빛나게 했다.
우주 이야기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인 동시에 폭력과 파괴의 이야기이며, 절묘함과 파멸로 가득 찬 드라마와 같다.
p 86
티아마트 별의 초신성 폭발이 우리 존재와 우리 행성계를 탄생시켰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 대부분이 별 티아마트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 별의 초신성 폭발로부터 우리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의 아주 오래된 기원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움과 절묘함과 파괴를 깨닫기 시작한다. 우리의 탄생은 질서정연한 존재들의 공동체에 철저하고도 격렬한 파괴를 요구했다. 티아마트의 폭발은 우리의 집단적 모험을 자극하여 극단으로까지 몰고 갔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본성이다. 우주가 물질적 정신적 모험을 펼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했다. 즉, 그것은 우주를 진행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무한히 인내하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들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우주적인 강화였다.
만일 장엄한 힘을 느끼게 하는 우주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초신성의 폭발이다. 초신성 폭발은 발생하는 현재에는 다단한 장관을 이루고, 미래에는 형태를 결정한다. 초신성 폭발은 시간의 시작 때부터 준비되어온 것이었다. 초신성의 존재는 폭발하는 그 순간을 지배한다. 왜냐하면 그 빛의 강도가 2조 개의 별을 가진 은하보다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초신성 가까이 있는 모든 별들의 체계는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이러한 폭발로 인해 물질들이 외부로 확산되는 범위가 미래를 좌우한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거대한 창조적 활동만이 우주의 모험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펼쳐지는 생명이나 의식 안에 싸일 운명을 가진 태초의 불덩어리는 그 어떤 부분도 우선 이 초신성 폭발이라는 우주 폭풍의 바늘구멍을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이 초신성의 경험은 우주가 존재하던 첫 번째 순간에도 희미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p 90
우주는 이처럼 폭력적이다! 그러나 무한해 보이는 어둠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은하들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밤하늘을 보자. 그때 우리는 이러한 파괴 중에 우주가 궁극적으로 파괴적인가 아니면 창조적인가? 폭력적인가 아니면 협조적인가? 150억 년의 우주 이야기 가운데 어디든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는 더욱 더 우주가 폭력적이면서 창조적이고 파괴적이면서도 협조적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두 가지 극단이 함께한다는 것은 신비이다. 심지어 어느 때의 폭력이 단순히 파괴적이고, 어느 때의 폭력이 창조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p 92
새로운 에너지로부터 닫혀 있는 모든 물질 체계는 결국 붕괴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원자, 동물, 도시, 생태계 또는 문명은 그들의 질서를 그대로 지속시키기 위해 그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 유입을 필요로 한다.
p 93
모든 도토리는 미래에 참나무로 자라날 운명을 내부에 품고 있다. 나뭇가지들은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충분한 햇살을 받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 더 높이 위로 가지를 뻗칠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설명되지 않으면, 유기체의 펼쳐짐을 환경과 자신의 유전적 유산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길이 없다.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각자의 고유한 주체성 안에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타고난 경향성을 갖고 있다.
p 94
꿈은 태어나지 않은 존재, 아직 오지 않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향한 막연한 기대를 가리킨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세상을 향한 막연한 기대를 가리킨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자신을 새롭게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자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현재 속에서 활동하는 미완의 것이다.
p 97
미시적 욕망에 대한 장애물은 거시적 구조의 존재로 이해될 수 있다. 미시적 국면은 한 특정한 창조물의 지금 여기와 관련을 맺는다. 거시적 국면은 지구와 우주의 거대함,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신비라는 차원에서 지금 이 순간과 연관된 보다 더 큰 실재들을 가리킨다.
p 98
우주의 장애물에 직면하여 창조적인 반응을 했던 존재들은 자연 세계에서 많은 창조들을 이루었다. 어려움을 처리했을 때 비로소 창조가 일어나는 것이다. 굶주려 죽을 지경인 매 그리고 잡아먹히는 들쥐와 관련된 폭력은 본질적으로 매와 들쥐 각각의 창조성과 본질적으로 연결된다. 그들의 반응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그들 고유의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
p 99
모든 불안, 한계, 파괴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 우주를 지배하겠다는 인간 종의 결정은 결국 인종주의, 군국주의, 성차별주의, 인간중심주의 등을 생기게 했고, 이것은 이류가 수용하기 벅찬 우주의 차원을 관리하려는 노력에서 생긴 잘못된 책략이었다.
p 102
아직 생겨나지 않은 미래의 본성은 제쳐두고, 우리는 부적절한 현재의 의식 구조를 다루어야 한다. 비록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 해도 그 복잡성은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설 것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양한 해석들을 고려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나온 증거들을 조사하면서, 더 깊은 관조의 순간에 우리를 찾아오는 분별하기 힘든 희미하고 불완전한 인식에 끈질긴 인내심을 갖고 참가하는 깊고도 긴 모색의 시기를 거쳐 우리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이런 좌충우돌로부터 천천히 지구에 대한 우리의 길이 나타날 것이다.
p 103
생명은 본질상 많은 종류의 고난을 포함한다. 이 고난을 거절하는 것, 즉 이러한 정당한 고통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존재를 약화시키는 선택이다.
인생의 중심 목적을 모든 종류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여기는 개인은 신경질적이고 덧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모든 고난과 고통의 제거를 주요 사회 제도의 본질적인 목표로 생각하는 사회는, 인간 실존을 평면적으로 만들고 인간을 제외한 환경을 해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 경우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가공할 만하고 거대하며 기괴할 것이다.
p 104
인간은 존재 자체를 커다란 특권으로 여기기 때문에 건강을 스스로 버리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
p 113
태양과 행성 지구는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려고 손짓한다. 대부분의 민족들은 그들만의 태양과 태양의 탄생 그리고 그 중요성을 다룬 고유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초신성의 폭발을 쫓아서 태양이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렇게 많은 문화들과 이야기들을 쫓아왔다. 이제 태양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할 때가 왔다. 우리는 고대의 모든 태양에 대한 질문들을 다시 던진다. 태양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태양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하나의 신성으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구로? 태양은 어떤 식으로 특별한가? 이전 민족들이 태양을 아폴로, 혹은 솔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태양은 인격성을 암시하는 이름을 부여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보다는 오히려 발생과정이 일치하는 다른 수십억 애의 별들과 태양이 같은 것은 아닐까? 태양의 발생은 다른 별들의 발생과 다른 것이 없지 않을까? 실제로 태양의 발생 과정이 다소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비슷한가?
p 117
우주 생성의 또 다른 중요한 사례는 은하들의 탄생과 발전이다. 대부분의 은하 구조는 태초의 찬란한 불꽃 이후 수십억 년 동안 우주 전역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우리는 은하의 구조를 생성해내는 이 힘이 우주 어디에나 있다고 가정한다. 우주에서 이루어진 형태 생성의 또 다른 예는 원시 원자들의 출현이다. 우주 생성의 원리는 지구에 있는 수소 원자들의 구조가 우주의 다른 지역에 있는 수소 원자의 구조와 유사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같다고 가정한다. 실제로 우주 어딘가에 가서 수소를 관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방법은 없지만, 이런 주장은 시공간 소에 있는 우리의 위치는- 그 기본적인 상호작용과 역학에 있어서- 우주 전역의 다른 장소와 비슷하다는 우리의 직관적 이해를 위반한다.
p 121
우주 어디에나 형태를 만드는 힘들이 잠재한다는 사실은 우주 생성의 원리가 갖는 첫 번째 특징이다. 두 번째 특징은 시간 안에서 그 힘들 사이에 언제나 존재하는 관계성이다. 특정한 밀도를 가진 원자구름들이 있어야 별들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듯이, 새로운 단계의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특정한 배열이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초의 찬란한 불꽃 시기에는 별들을 만드는 활동은 불가능했다. 오직 잘 조직된 연속적 과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실재가 등장할 수 있다.
p 125
우리가 어떤 존재를 깊이 알면 알수록 우리는 그 모든 존재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p 127
존재한다는 것은 한 실체의 독특한 표명이다. 은하수 은하, 로마의 몰락, 열대 우림에 있는 특별한 나무의 종류 등 우주에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 독특함을 더 많이 발견한다. 동시에 과학은 어떤 사물의 구조와 그 구조의 설명하기 힘든 독특함에 대해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우리의 이해가 아무리 깊어져도 궁극적으로 모든 사물들은 영원히 이해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
p 131
우주 생성은 친교로써 조직화된다.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는 존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태초의 입자들이 분출되던 바로 그 순간에 전체 우주 안에서 모든 입자들은 다른 입자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후 미래의 어떤 순간에도 우주에 있는 존재들이 분리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나의 입자에 있어서 고립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하에서도 역시, 은하들 간의 관계는 확실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모든 은하는 우주에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들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래서 한 은하의 운명이 우주에 있는 각각의 다른 은하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p 133
관계의 상실과 그로 인한 소외는 우주에 존재하는 최정점의 악이다. 전통적으로 종교에서는 이러한 상실을 궁극적인 악으로 이해했다. 즉,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것, 다른 존재들과의 밀접한 관계로부터 단절되는 것, 상호 공존의 기쁨에 들어갈 수 없는 이런 상황들을 지옥의 본질로 여겼다.
p 137
맨 처음 우주는 수천억 개의 구름으로 흩어졌고, 이 구름에서 은하계들이 형성되었다. 태초의 불꽃은 나선 은하계에서 초신성 폭발의 시대로 변화되었고, 그 폭발은 모든 나선 은하계들을 흔들어 입자들의 잠재력을 새롭게 구성했다. 타원 은하와 혼란스럽고 불규칙적인 은하들, 구상 성단과 은하계의 공간에서는 초신성 이전 단계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미 창조된 별들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성운들은 이온화된 가는 필라멘트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떤 존재도 나선형 은하에 존재하는 창조의 다음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른 은하들에서 일어났던 활동들은 나선 은하들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다른 은하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은하들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다른 은하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창조적인 활동이 나선 은하계에는 있었다. 우주 생성에서 창조의 선구자는 우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십억 개의 나선 은하들 속에 있었다. 이런 은하들 안에서 사물들은 끓어올랐고, 새로운 형태들이 싹을 틔웠으며, 새로운 가능성들이 현존했다.
45억 년 전 나선 은하인 은하수 은하에서는 초신성 폭발로 생겨난 별, 바로 우리의 태양 주위를 기체 원반들이 돌고 있었다. 이 원반을 통해 우주는 위대한 모험을 열어가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갔다. 바로 이 원반이 존재하기 위해 50억 년 동안 별의 노동이 필요했다. 이 작고 희미한 그늘 속에서 몰리브덴, 티타늄, 아르곤, 토륨, 철, 네온, 불소, 칼슘 원소들이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특질과 양자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양자적 특성이 초기 우주의 상상을 초월하는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p 140
지구에서는 이러한 지질학적 활동들이 대륙을 만들고 생명체를 잉태시켰으며, 50억 년이 지난 후에도 행성 전체에서 계속 활발하게 생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생명의 발생을 가능하게 하고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지구의 본성은 과연 무엇일까?
p 144
생명은 번개가 점화시킨 지구의 동역학에서 출현했다.
p 146
세포의 기억력은 생명의 모든 것이다.
p 154
과거는 여기에 있으며, 현재 안에 살아 있다.
p 155
생명이 중요하고 획기적인 돌파구적 경험을 얻기 위해 투쟁했기 때문에, 우주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오늘날의 우주가 된 것이다.
생명의 기억이 시간대가 다른 전체 사건들과 결합되어 있듯이 생명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들과 생생하게 연결되어 있다.
p 157
dir 23억 년 전 지구는 대륙 전체에 거대한 얼음이 퍼져 있는 빙하로 변했다. 30억 년 전 대륙은 안정화되었고, 25억 년 전 만들어진 주요 대륙들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제 대륙은 얼음 덩어리들로 무거워져 새로운 발전 단계로 진입했다. 추위가 바위를 깨뜨렸고, 바닷물은 대륙의 지층 사이로 스며들어 무기물들을 용해시켰다. 이렇게 해서 생명권 활동의 결과로 바다와 대륙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대빙하기가 나타났다.
p 166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를 넘어섰을 때는 프로스페로조차 자연 연소되었지만, 거의 산소 농도 21퍼센트 부근에서는 호흡으로 자연 연소 과정이 제어될 수 있었다. 생물권, 암석권, 수권, 대기권으로 구성된 지구의 복잡한 인공지능 체계는 자발적 연소의 수준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산소 농도를 유지시키면서 스스로 안정화 되었다.
p 169
생명체에는 두 가지 기본 연대, 즉 원핵생물 시대와 진핵생물 시대가 있다. 원핵생물 시대는 40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이며 진핵생물 시대는 40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이며 진핵생물 시대는 20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진핵생물의 구조는 박테리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움을 가져오는 생물학적 창조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박테리아였다.
p 187
강렬한 산소 구름이 시생대의 생명력을 질식시켰을 때, 시생대를 파괴하면서 원생대가 등장했다. 그 자신의 생명을 위해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인 프로스페로가 출현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엥글라의 DNA를 찬탈하는 바이킹으로 변이했다. 침략적인 바이킹과 오랫동안 수난을 당한 앵글라가 맺은 협동적인 동맹은 원생대의 가장 획기적인 창조물인 진핵생물 세포 바이캥글라의 창조성으로 이어졌다.
p 193
태초의 찬란한 불꽃이 가진 추진력이 아주 조금만 달랐어도 생명의 중간우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중간우주는 처음부터 우주의 구조 안에 정해져 있던 구체적이고, 질적인 면에서 특별하고 양적인 면에서 고유한 가능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중간우주의 동물을 조사해보면 시간이 시작되던 태초부터 작동하고 있는 역학에 따라 대강의 형태가 정해져 있었음을 보게 된다. 중간우주의 창조는 우주 태초의 찬란한 불꽃 안에 내재되어 있던 모험의 발현이다.
우주 생성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다양한 가능성들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시대마다 창조성이 폭발하여 풍부한 새로움을 가진 영역으로 존재하게 되었지만, 그들 가운데 많은 것들은 생존하지 못했다. 우주 태초에 거칠고 색다른 입자들은 보다 고요한 하드론과 렙톤의 집합들로 대체되었고, 나중에 표준입자들로 되었다. 은하계들을 만들 기회가 왔을 때, 우주는 표준 타원형을 이루는 수많은 낯설고 색다른 은하계들로 거대한 모습을 펼쳐냈다.
생명이 중간우주에 들어섰을 때, 그것은 새로운 구조로 폭발했다. 그 구조는 진화된 동물 형태의 구조들이었다. 동물의 모든 미래 형태들은 6억 년 전 원생대에서 현생대로 넘어가는 교차로에서 확립된 기본 주제에 따라 연주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위대한 모험들은 분화를 통해 유지되었지만,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었던 초기의 창조성은 곧 사라졌다. 초기의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동물 문phylum들이 지구 전역에 등장했다. 새로운 동물 문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미래의 동물들은 이때 있었던 해파리, 환형동물인 지렁이, 해면, 불가사리, 달팽이, 성게, 척추동물, 앵무조개, 곤충들, 완족동물, 갑각류와 절지동물인 거미 등이었다. 미래의 동물들은 동물 세계에 널리 퍼져 있던 몇 가지 형태들과 일치하는 구조를 취했다.
p 196
중력은 바다 속 유기체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우주의 기본 원리이다. 그래서 생명은 바다에서 그 무시무시한 중력의 난폭한 요구를 피할 수 있게 안식처를 창조하는 전자기력을 충분히 익혔다. 그 안식처는 적어도 한동안 중력의 요구를 잊게 했다. 만일 고생대의 영웅들이 없었더라면, 생명은 가이아의 시대 전체 동안 바다라는 피난처에만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p 207
꽃피는 식물 세계의 확장과 함께 곤충들 또한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와 같은 변화는 척추동물의 세계에도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공룡은 겉씨식물들을 먹이로 삼으며 진화해왔지만, 이제 꽃이 겉씨식물을 밀어내고 있었다. 반면에 조류와 포유류는 행복하게 꽃들과 그들의 씨앗을 먹고 살았으며, 꽃과 공생관계에 있는 곤충들을 먹었다. 이러한 모든 것들 때문에 공룡들은 점점 쇠퇴해갔지만, 조류와 포유류는 번창할 수 있었다.
p 209
대륙들이 서로를 향해 밀려가 부딪치면서 알프스와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 같은 산맥들을 생성했다. 신생대 중기 동안 일어난 대륙의 균열은 대륙이 생물권 전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지구 체계를 변화시켰다. 남극대륙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분리되어 신생대 생명 양식의 진화에 중요한 결과를 낳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남극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리자, 한류가 적도 쪽으로 향하여 난류와 섞이는 일 없이 남극대륙 주위를 순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남극대륙 주위에 최초의 해빙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얼음을 얼게 하는 차가운 물은 깊은 바다로 가라앉아 북쪽으로 흘러가서는 더 따뜻한 기후지대에서 표면으로 떠올랐고 그 결과 지구 전체의 온도는 저하되었다.
p 210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 향하는 진화는 극에 있던 대륙들의 분리에서부터 촉발된 것이다.
p 216
우연과 필연은 생명을 형성하는 우선적인 두 개의 힘이다. 세 번째 동력은 생태학적 적소 확보,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의식적인 선택이다.
우주의 진화 역사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몇몇 지점에서 통상적인 과학적 설명을 넘어 그것을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주의 근본적인 물리적 상호작용을 논의할 때 일원론을 채택했다. 즉, 시간의 흐름 속에서 네 가지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만든 보다 원초적인 우주의 상호작용이 이 네 가지 상호작용을 대표한다는 가정을 우리의 관점으로 선택했다. 비록 이 관점이 오늘날 이론물리학계의 중심이 되는 사고라 말할 수 있고 다음 세기에는 상식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더라도, 이관점은 아직까지 과학계에서 널리 채택되지 않았다.
p 223
새로움을 추구하는 우주의 경향성이 생명의 세계 안에서 표현된 것이 유전적 돌연변이다.
p 224
"만일 네가 여기 살고 싶으면, 우리는 먼저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관계란 단순히 외적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내적인 관계를 갖는 친척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간다. 우리의 의미는 이곳에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이 함께하는 공간의 통일성에서 나온다. 만일 네가 우리에게 합류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마련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나 너는 먼저 네가 이전에 이룬 모든 업적들을 기꺼이 포기하고, 우리 세계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p 226
살아 있다는 것은 공동체와의 일체성togetherness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한 개인이 경험하는 모든 행동과 느낌 또는 생각 안에서 자신을 둘러싼 공동체의 실현을 다양한 차원에서 밝혀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새로운 군집이나 종이라 할지라도, 공동체라는 맥락 안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멸종되어 버린다.
p 228
생명을 만드는 힘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에너지이고, 특정한 생명의 여정을 추구하는 내적인 집요함이며, 친밀한 일체감을 강요하는 거대한 결속의 과정이다. 여기에 각각의 사물을 형성하는 현실이 있다. 어떤 살아 있는 유기체도 이 힘과 별개일 수 없다.
p 240
자아의식의 드라마는 5단계로 구성되었다. 최초의 인간 출현, 신석기의 정착, 고대문명 시대, 국민국가의 융성, 그리고 생태대가 그것이다. 인간 이야기는 약 7천만 년 전 포유류에서 최초의 영장류가 출현하면서 시작된다.
p 243
인간에게 정체성을 갖게 만든 가장 기초적인 신체적 변화는 뇌 크기의 증가, 직립 자세, 두 다리로 걷기, 정면으로 초점이 맞춰진 눈과 표정, 눈에 협응하는 팔과 손의 발달, 움켜잡을 수 있는 악력의 증가 그리고 자연석을 우연히 도구로 사용하게 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p 248
불을 난방과 조리 이외에도 인간 의식에 독특한 영감을 불어넣음으로써 물리적 기술과 함께 정신의 진화를 가져왔다. 불의 사용은 인간에게 권력 의식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제공했다.
p 253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생명 과정을 우주의 과정과 통합시키려는 정신적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초기부터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질서 안에서 자기 자신을 경험했다.
p 256
크로마뇽인은 유럽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이전까지의 인류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천재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술적 발명품의 양에서나 예술적 기량에서나 크로마뇽인은 유럽에서 압도적인 존재가 되었다.
p 259
예술적 능력이 인간 언어의 이해와 사용이라는 새로운 능력과 결합하면서부터, 우리는 단순히 돌을 다루는 기술이나 물리적 재료들의 변화가 아닌 인간 의식의 커다란 변화와 극적인 충격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충격은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인류의 창발적 진화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p 261
자유로움을 위해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다. 새들이 배우지도 않고 식량을 얻고 짝을 지으며, 둥지를 틀고 새끼를 돌보고, 노래를 부르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 같은, 인간 이외의 생물종들이 각기 다양한 활동 안에서 이용하는 본능적인, 거의 오류가 없이 완벽한 길잡이를 인간은 잃어버렸다. 인간은 본능이라는 거의 완벽한 길잡이를 잃어버렸다. 물론 몇몇 동물 종의 경우 어느 정도의 가르침과 본보기가 필요하다. 이들은 몇 가지 생존 기술을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그 학습의 양은 극히 미미한 것이며, 인간의 학습과는 다른 차원이다.
p 268
인간이 행성 지구와 맺은 첫 번째 독특한 관계가 도구의 사용이었다면, 두 번째는 신석기 촌락이라는 배경에서 창조된 동물의 가축화와 농경이다.
p 273
인간은 자연의 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신처를 마련했다.
p 287
언어는 신석기 시대에 나타난 여러 측면들 가운데 가장 다루기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표현하는 가장 심오한 방식을 본다. 언어를 통해 인간은 내면에서 의식의 상태를 명확히 자각하고 이 의식의 자각을 외면으로 표현한다. 인간 지성에서 새로운 수준의 효율성이 기능하기 시작한다. 언어가 있었기에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발달할 수 있었고, 사상 공동체가 확립될 수 있었다. 언어를 통해 인간은 서로 더 친밀해지고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교육에서 새로운 유용한 차원이 생겼다. 진보된 사회 질서가 가능해졌으며, 오랫동안 유지되는 전통이 확립되었다.
p 289
다시 한 번 우리는 모든 완벽함에는 한계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떤 한 면에서 자유라는 것은 다른 한 면에서는 긴밀한 유대를 의미한다. 언어 덕분에 인간공동체의 더 큰 영역인 도시가 지평선 위에 나타날 수 있었다. 언어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일, 고정화와 평범화로부터 언어를 지키는 일은 어려웠다. 신석기 촌락의 내부 역학과 그 모든 업적들 때문에 언어는 지칠 줄 모르고 더 크게 변했다.
p 302
비록 죽음이 인간이 다루기 어려운 경험에 속한다고 해도, 비극적 감정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현세의 덧없는 존재의 속성을 초월하는 존재론적 혹은 형이상학적 인식이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인간 경험 그 자체가 온전히 자연 세계의 영원한 순환 속에 흡수되어 있던 그 이전 시대의 순수를 상실했을 것이고, 인간에게 열려 있는 다른 가능성을 성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
p 316
둥지를 트는 계절에는 새들을 괴롭히지 말고, 물고기를 잡을 때는 눈이 너무 촘촘한 그물을 쓰지 말라는 맹자의 가르침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중국에서 유교의 가르침은 일반적으로 비인간 세계에 대해 자비로운 관심을 보여왔다. 예기의 가장 중요한 장 중 하나인 중용에는 하늘과 땅과 함께, 인간이 스스로 완전한 진정성을 획득함으로써 모든 사물을 존재하게 하고 완전함으로 이끌어가는 세 번째 요소로 스스로를 정립하는 가르침을 전했다. 이 신비는 중국 사상 전체에서, 그들의 시에서, 특히 그들의 풍경화에서 발견된다.
p 322
확장을 계속해오던 다양한 문명들은 1500년에 이르면서 지구 지배에 대한 한계에 부딪쳤다. 지구의 많은 지역들이 구석기와 신석기 상태 때의 인구를 유지했다. 지구에서 문명의 전환기는 또한 토착 부족들의 발전기였다. 비록 이 부족들이 복잡한 문명의 표현 양식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지구의 보다 광범위한 생명 체계, 산과 강과 계곡의 영적 세계, 그리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과의 더 깊은 친교 방식을 발전시켰다.
p 347
인간공동체와 지구의 자연 체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모든 존재들이 서로 존재를 나누고 운명을 공유하도록 사물들을 결합시키는 바로 이 우주의 곡률이다. 이 우주의 질서는 전체를 포옹함으로써 사물들을 모두 끌어안는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우주의 질서는 신화적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일관되게 그렇게 표현되었다. 장엄한 전체 창조의 질서 안에 모든 존재들을 함께 결합시키는 이 거대한 포옹은 일찍부터 위대한 어머니와 같은 모성적 은유를 통해 이해되었다. 낳고 돌보는 우주의 특징이 초기 인류에게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이 생식과 양육의 특징을 우리는 이제 거대한 우주의 곡률과 동일시할 수 있는데, 이 곡률이야말로 모든 존재를 창조하고 양육하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p 370
근대 과학의 기원이 되는 르네상스 전통을 통해 우리는 고전 시대의 신화 세계, 더 거슬러 올라가 우주 자체의 위대한 의례를 직접 경험했던 신석기와 구석기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에 와서야 우리는 과거에 발생했던 변환의 과정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들이란 새로운 은하와 원소의 형성, 행성 배열을 통한 태양계의 형성 그리고 지구, 그 외핵과 내핵, 맨틀, 연약권, 암석권, 땅 위로 분출하는 화산을 통해 생긴 상위 지각, 초창기에 지구를 통과했던 광폭한 폭풍을 만들어낸 이 모든 놀라운 물질들의 생성을 말한다. 또한 그 후 바다와 대륙의 형성, 대기와 산소, 가장 단순한 바이러스에서 가장 정교한 형태를 가진 다양한 동식물로의 분화를 포함하며, 그 다음 지구 전역에서의 인간 출현과 진화도 포함한다. 이 거대한 이야기에 대한 가장 최근의 과학적 이해 양식들도 그 자체로 이 우주 이야기의 최신 단계에 속한다. 이것이 인간 지성 안에 저절로 의식된 우주 이야기이다.
p 375
우주 그 자체는 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화적 측면을 지닌 이야기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신화적 비전이 아니면 이것을 표현해낼 수 없다. 과학은 객체를 다룬다. 이야기는 주체들을 다룬다. 모든 존재들은 객체와 주체, 두 양식을 동시에 다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양식도 다른 양식 없이 완전하지 않다.
p 383
우주를 바라보는 이 새로운 관점을 통해 우리는 지구가 단 한 번 주어진 선물이라는 중요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지구는 실제로 영원히 반복되지만, 어느 한계 안에서 그러하다. 정확히 이러한 한계들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가 지닌 그 한계가 무엇이든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태양계 안에 지구와 같은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주 안에서 지구와 같은 다른 행성을 알지 못한다.
비극적인 일은 우리가 지금 고의적으로 행성 지구의 경외할 만한 광채를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p 396
생태대는 인간의 광범위한 합의를 필요로 하며 전 지구적 규모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전체 지구는 공동의 것으로 이해될 것이다. 이미 지구 위에 있는 대기, 바다, 우주 공간은 보편적인 공동 영역으로 인지되고 있다. 또한 전체 지구적 관점에서 보는 생물학적 영역도 있다.
인간의 모든 직업은 지구공동체의 통합된 기능에서 그 원형과 기본 원천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연세계는 그 자체로 일차적인 경제 실체이며, 일차적인 교육가이며, 일차적인 통치자이며, 일차적인 경제 기술자이며, 일차적인 치유자이며, 일차적으로 성스러운 현존이며, 일차적인 도덕적 가치이다.
p 405
생태대는 궁극적으로 지구 위에 있는 인간의 행동과 지구 전역에서 창조의 균형을 위해 기능하는 다른 힘들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 우주의 곡률, 지구의 곡률, 그리고 인간의 곡률이 다시 한 번 적절한 관계를 맺는다면, 지구는 지구적 경험의 완성인 축제의 경험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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