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배우는 황진이
-윤동재
개성 시내에서 조랭이떡국 한 그릇 먹고 박연폭포에 가
한석봉에게 붓글씨를 배우는 황진이를 만났지요
마음 주었던 서화담과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게
연애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끝끝내 그러질 못해
마음도 달래고 고상한 취미도 가질 겸
오래전부터 한석봉에게 붓글씨를 배운다고 했지요
한석봉의 집에서 배우지 않고
박연폭포에서 배우느냐고 했더니
황진이는 셈에 빠른 개성 사람 아니랄까 봐
붓만 있으면 글씨 연습할 수 있는
박연폭포가 제일이라고 했지요
종이 먹 벼루 모두 필요 없고 붓으로 박연폭포 물을 찍어
바위에다 붓글씨 쓰면 최고라고 했지요
한석봉이 박연폭포에서 붓글씨 연습할 때 그랬듯이
박연폭포의 이무기가 구경하다가 될성부르다 싶을 때는
하늘의 비법도 몰래 물어다 줄 거라고 했지요
그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석봉에게 붓글씨 열심히 배울 거라고 했지요
한석봉이 황진이에게 글씨를 가르칠 때마다
평생에 제일 힘을 들인 글씨는 서화담 비석 글씨라고 했는데
한석봉이 내일은 그 글씨를 같이 보러 가자 했다고 했지요
황진이는 한석봉의 글씨도 보고
무덤 속 서화담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달떠서
오늘은 아무리 애써도 붓글씨 연습이 안 된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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