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공놀이 / 곽주현
날씨가 좋다.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 책상을 덮는다. 하늘이 더 할 수 없이 맑고 푸르다. 이런 날 집에 있는 게 어쩐지 억울하다. 이럴 때는 무엇을 해도 집중이 안 된다. 에라 모르겠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멈춘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기 어렵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카톡으로 친구들을 부른다. 공놀이하러 가자고.
어제 만나서 공을 쳤는데 누가 호응을 할까? 반신반의하면서 문자를 보냈다. 그들도 내 맘 같았는지 금방 연락이 왔다. ‘좋아, 그려, 환영, 오케이,’라는 문자가 뜬다. 다시 ‘10시까지 거기로.’라고 날렸다. 이러면 어디인지 모두 알아본다. 요즈음 공놀이 때문에 사흘이 멀다고 얼굴을 봐서 그런다. 한 번 재미를 붙이니 틈만 나면 곧잘 모인다. 늘 함께하는 절친 넷이다.
파크 골프(Park Golf)를 치러 간다. 넓은 잔디밭에 울긋불긋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기석에 공을 놓고 차례를 기다린다. 친구 넷이 한 조가 되어 게임을 시작한다. '탁' 치고 굴러가는 공을 바라본다. 홀컵 가까이에 멈춘다. 잘하면 한 타를 줄일 것 같다. 친구 것은 옆으로 굴러 오비(OB, Out Bound Ball. 공이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는 것)가 난다. 기분이 좋지만, 표현은 못 한다.
공이 커서 중심을 쉽게 맞출 것 같은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정확히 맞지 않으면 정해진 영역을 곧잘 벗어나 버린다. 즉 오비(OB)가 되고 만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반듯하게 보내려고 애쓴다. 먼저 친 친구가 컵에 바짝 붙이면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발동한다. 재미로 하니까 공이 어디로 굴러가도 괜찮다고 곁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그들과 서로 겨루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승패를 가리지는 않는다. 날씨 좋은 날에 파란 잔디밭을 거닐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저 즐겁다.
파크 골프는 공원과 골프를 합성해서 만든 경기다. 다시 말하면 잔디가 깔린 공원 같은 곳에서 골프를 축소하여 즐기는 운동이다. 1984년 일본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처음으로 진주노인복지관에 소규모로 조성했다 한다. 기본적으로는 아홉 개의 홀(Hole)이 있고 길이(30m에서 150m)에 따라 공을 세 번에서 다섯 번 쳐서 구멍에 넣는다. 9홀까지 돌았을 때 타수의 합계가 적은 사람이 이긴다.
파크 골프가 좋은 점은 우선 채와 공 한 개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채는 망치처럼 생겼는데 머리 부분은 목재, 자루(86cm)는 가벼운 탄소섬유이다. 전체 무게가 약 600g이다. 공(지름 6cm)은 강한 플라스틱이고 정구공만 하다. 옷이나 신발도 평상복에 운동화면 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비용이 적게 든다. 둘째로 접근성이 좋다.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집과 가까운 곳을 찾아 쉽게 갈 수 있다. 셋째로 건강에 좋다. 18홀 한 바퀴에 40여 분 걸린다. 우리는 보통 세 바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는데 그러고 나면 약 만 보를 걷게 된다.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팔다리 등 여기저기 아프던 분들이 이것을 하고 나서부터는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다.
파크 골프는 무엇보다도 하기가 쉽다. 공을 티(Tee)에 올려놓고 타격을 해서 홀컵에 넣는 경기여서 아무나 할 수 있다. 일반 골프는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지만 파크 골프는 그렇지 않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기본자세를 배우고 오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더 잘하고 싶다면 하루에 한 시간씩 일주일 동안만 지도 받으면 대충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 그것도 장비를 산 가게나 현장에서 무료로 가르쳐 주는 곳이 많다. 나는 3일간 지도받고 시작했지만, 친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으면서도 나보다 훨씬 잘한다. 그래서 초보도 3개월만 하고 나면 너나 나나 실력이 거의 같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해보면 그런 것 같다.
일반 골프는 게임 비용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이것은 그런 부담이 거의 없다. 어디를 가나 입장료가 1,500원 내외이고 공짜로 운영하는 곳도 많이 있다. 퇴직하자 아들이 고가의 골프채 일체를 선물했다. 친구와 연습장에서 몇 번 휘둘러 보기는 했지만, 골프장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용료가 만만치 않아서 내 여건에 맞는 운동이 아니라고 여겨져 처음부터 그곳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
파크 골프하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간혹 드물게 젊은 분이 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3대가 함께 즐긴다는데 우리나라도 수년 내에 그렇게 될 것 같다. 가볍게 공을 쳐서 짧은 거리를 보내는 운동이라 몸에 무리가 안 가고 재미도 있어 특히 노인들이 좋아한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근래에 들어 폭발적으로 동호인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 많은 분들이 체력도 기르고 친목도 다질 수 있어 100시대에 걸맞은 생활 체육시설인 것 같다. 가까운 파크 골프장을 한 번 찾아 가보자. 즐겁게 놀 수 있다.
첫댓글 기분은 좋지만 표현은 못 하는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교직에서 퇴직한 많은 선배님들이 파크 골프하더라고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건강 다지시니 좋아 보입니다.
퇴직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골프하던 분들도 접고 파크 골프를 많이 합니다.
와, 선생님은 못하는 게 없네요. 농사에 사진에 이제는 파크 골프까지 대단합니다.
그런게 아니고 잘 놀고 싶어서 이것저것합니다.
게이트 볼이라고 많이 들어왔는데 파크골프라고 하는군요. 글 고맙습니다.
게이트볼과 파크 골프는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요지음은 그라운드 골프라는 것도 있습니다. 잔디 운동장에서
홀 표적만 놓고 하는 경기입니다.
@곽주현 제가 몰랐습니다. 글 쓰기, 사진 찍기, 밭농사, 운동, 책 읽기, 손주 돌보기.... 제가아는 것만으로도 정말 여러 분야를 설렵하셨네요.
선생님 글을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골프를 못 배웠는데 이런 좋은 길이 있었네요. 골프 못해도 친구들이랑 어울릴 수 있겠어요. 찜해 놓았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권장합니다.
운동은 죄다 싫어해서 올 여름 파크골프 연수하자는 친구의 권유를 거절했는데 선배님 글 읽고 나니 도전해 봄직 합니다. 용기를 주어서 고맙습니다.
꼭 한 번 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재미있어서 자꾸하게 됩니다.
파크 골프를 하고싶을 만큼 맛깔스럽게 써 주셨네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뭐든 즐겁게 하시는 선생님, 멋져요. 어떤 운동인지 궁금했는데 글 읽고 확실히 배웠습니다.
와! 파크 골프까지 치시네요. 저도 필드에 나가 보고 싶습니다.
아홉 개의 홀(Hole)이 있고 길이(30m에서 150m)에 따라 공을 세 번에서 다섯 번 쳐서 구멍에 넣는다. 파크 골프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