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의 집
윤송정
두 평짜리 옷가게에 토르소 두 개가 있었다
마술사가 검정 보자기를 씌운 사각 상자에서
튤립을 연신 꺼내던 모습을 떠올려
튤립의 집이라 이름 지었다
유리 지붕 위 늘 구름이 둥둥 떠 다녔다
토르소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고
구름의 끈으로 여러 개의 얼굴을
하루에도 여러 번 붙이고 떼고 붙이고 떼고
얼굴이 없어 더 많은 얼굴을 가질 수 있고
손목이 없어 더 많은 새를 부를 수 있다며
모습이 다른 옷들을 바꿔 입히면서 속삭였다
지붕 위에서 회색 구름이 자주 비를 게워냈지만
토르소의 허기진 속이 어미의 배 속 같았는지
구름과 비를 받아먹으며 구근이 여물어갔다
노란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
나는 토르소의 목을 열고 노란 모자를 쓴 튤립을 꺼냈다
마술처럼 노란 봄이 튀어나왔다.
윤송정 시인의 시, 「튤립의 집」을 읽습니다. 이 시의 중심소재 ‘토르소’는 목, 팔, 다리가 없는 조각입니다. 목, 팔, 다리를 생략함으로 인체의 근육이나 아름다움을 집중해서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보는 이에게 생략된 부분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 여운을 남기는 기법이기도 하지요. 현대 마네킹은 필요한 부분만 드러내는 토르소 기법으로 제작되지요.
윤송정의 시, 「튤립의 집」은 이 토르소와 튤립을 통해 봄에 대한 경이로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옷가게는 유리지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구름’과 변하는 ‘하늘’과 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과 함께하는 가게입니다. 그리고 작은 규모(두 평)의 가게입니다. 이렇게 설정하고 있는 것은 봄을 실감있게 느끼는 것은 거대한 자연 앞이 아니라 아주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토르소 마네킹에게 “얼굴이 없어 더 많은 얼굴을 가질 수 있고/손목이 없어 더 많은 새를 부를 수 있다며/모습이 다른 옷들을 바꿔 입히면서 속삭”입니다. 얼굴과 손목이 없는 결핍과 불완전은 더 많은 변화와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의식의 표현입니다. 동시에 이런 토르소 마네킹의 다양한 변화로 봄이라는 계절의 특징인 극적이고 다양한 변화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연 “지붕 위에서 회색 구름이 자주 비를 게워냈지만”에서는 봄으로 건너는 기후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토르소의 허기진 속이 어미의 배 속 같았는지/구름과 비를 받아먹으며 구근이 여물어갔다”에서는 봄의 생명력을 암시합니다.도입 부분에서 제시된 “마술사가 검정 보자기를 씌운 사각 상자에서/튤립을 연신 꺼내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 마술사가 되어 “나는 토르소의 목을 열고 노란 모자를 쓴 튤립을 꺼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술처럼 노란 봄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봄이 가져오는 자연의 변화는 마술을 보듯 극적이고 경이롭습니다.
첫댓글 교수님
감사합니다.
잘 감상합니다.
8월에도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마술이라는 것에
약간의 힌트를 얻었나 봅니다
필독하고 갑니다
덥네요
더운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