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폭우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청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전국에서 바자회 물품을 후원받았고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인연이 된 곳이 있는데 “수,한코 뜨개한”이란 뜨개질 동아리 모임입니다. 전국적으로 분포된 비교적 큰 단체입니다. 이 단체에서 직접 손으로 뜬 가방, 수세미, 액세서리 등을 후원받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예품을 후원하는 게 아닙니까. 인천, 광주, 제주, 부산 모임에서 정성껏 만든 작품을 택배로 보내오는 것입니다. 내가 직접 만든 거라 애착이 클 텐데 기쁘게 후원을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바자회를 한 번 더 열어야겠습니다. 상태 좋은 물건들이 창고에 쌓였거든요.
지금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컵라면과 멸균우유를 후원받습니다.”란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을 보고 송파맘카페 회원들이 의기투합하여 전폭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컵라면과 우유, 구운계란, 호빵, 귤, 컵밥 등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만원씩 휴대폰에 입금 알림문자가 쉴 새 없이 울려댑니다. 어제와 오늘 후원받은 금액이 우리 단체가 한 달간 운영할 총 금액에 3분의 1가량이 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우리 아내가 더 놀라는 표정입니다.
깨끗하고 겸손한 회원 한 분이 이 일을 추진했는데, 그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 송파맘카페 모든 회원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보내준 귀한 물품과 후원금은 바르고 정직하게, 꼭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특징은 약간 부풀려서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뭐든지 과하게 포장해서 말합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3시간 걸린 걸 “10시간이나 걸렸어”라고 말하는 친구입니다.
저는 그 친구를 소개할 때 “이 친구는 최소한 거짓말은 안 하는 친구야”라고 소개하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부풀려 말하는 것도 결국 거짓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왜 정직하지 못할까? 왜 더하고 빼서 말할까? 왜 그대로를 그대로다 말하지 못할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지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 부풀리거나 빼지도 말고 더 정직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름 인생공부를 해본 결과, 거짓말이나 임기응변으로 잠시는 넘어갈 수 있으나 오래는 못 간다는 걸 배웠거든요.
어금니아빠나 뉴스에 나온 다른 단체도 처음에는 정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변색되고 동화되어 곪아 터지게 된 것이겠죠.
그래서 늘 기도합니다. “하나님! 처음 가졌던 마음 변치 않게 해주세요.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꾸미는 걸 싫어합니다. 우리 아내도 마찬가지죠.
아침에 일어나서 비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닦고 나와 대충 어제 입었던 옷을 걸쳐입고 출근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비싼 옷을 구입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9,900원짜리 사고, 아무리 비싼 걸 사도 19,000원짜리가 마지노선입니다. 아내에게 정해준 제한선입니다.
그런데 평소 저희를 아껴주는 분이 저와 아내, 그리고 두 자녀까지 옷을 사준 게 아닙니까. 직접 매장에 가서 심혈을 기울여 사온 것입니다. 부모님의 여행갈 비용을 옷 사는데 쓴 것입니다. 처음엔 기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다시 전화해서는 “집사님, 이거 못 받습니다. 저에게 너무 과분한 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추운 날 밖으로 나가 배식할 텐데, 건강이 걱정 돼서요. 하나님께서 하고 싶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러니 받아주세요.”라고 말씀하시네요. 아이고 참, 이를 어째요.
지난주 정기총회 준비하느라 코스트코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열된 롬패딩이 있었습니다. “사지는 않아도 만져는 봐야지”라고 만져봤습니다. 그리고 가격표를 보고는 기겁을 하고 뒤돌아섰는데 그때 만져본 질감과 너무나 똑같은 게 아닙니까. 아이고 참,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겠습니다만, 저에겐 과분한 선물인 건 어쩔 수 없네요.
집사님, 고맙습니다. 30년 이상 꼭 입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