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 ‘공교육 멈춤의 날’ 겁박한 교육부 관계자 징계해야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지난 4일 오후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왜냐면]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32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퇴임한 지 5년 차지만 교사들의 교권 보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난 9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검은 옷을 입은 여러 후배·제자 선생님들과 아스팔트에 앉아 함께하며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것에 대해 참담함과 자괴감을 느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국가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치인, 관료, 교육 연구자, 교수,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가·병가를 내는 경우 파면·해임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겁박’(겁주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상인원 1만~2만 명보다 훨씬 많은 5만여 명이 여의도에 모였고, 전국적으로는 12만여 명이 참가했다. 교권보호와 정부의 3대 개혁 가운데 하나인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해 아래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추모제 참가는 연가·병가를 신청할 ‘특별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고 파면·해임까지 가능하다고 겁박한 교육부 관계자를 교육부는 색출해 징계해야 한다. 이런 겁박은 무지와 그동안 만연한 잘못된 관행으로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 등이 제시하는 연가, 병가 등의 신청과 실행으로 교사를 파면·해임시킬 수는 없다. 학교 상황을 고려해 재량휴업일을 결정하는 학교장도 마찬가지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는 단순 추모제가 아니다. 전국의 교원들이 연가, 병가를 신청하고 재량휴업일로 정할 수 있는 이른바 ‘특별한 날’이다. 교육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스스로 삶을 중단하거나 헌신하는 행동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교육사에서도 찾기 어려운 사례다. 또 이번 행사는 정치 집회도 아니요, 임금 및 근로 시간 등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집회도 아니다. 국가 교육개혁을 위해 적게는 5천명에서 많게는 20만~30만여 명의 유·초·중·고 교원이 참가하는 행사를 7주 연속해도 적합한 개선안이 나오지 않자 개최한 행사다. 앞으로 유사한 일에 교육부는 파면과 해임이라며 ‘겁박’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교권 보호의 미흡은 물론 여러 교원을 죽음의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주 요인이 아동학대로 인한 신고와 고발인 만큼, 이를 막는 방법 역시 법 개정 또는 제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난 9월7일 국회에서 ‘시도교육청에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를 설치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해당 행위의 적정성을 심의하도록 하자’는 야당 쪽 제안이 있었다(한겨레 9월8일치 기사). 나는 이에 동의한다. 이유는 보다 특화되고 전문성을 가진 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동의한다. 학부모가 비교육적이고 부당한 신고나 고발을 했다가 인정·수용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자녀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학부모의 민원 제기, 고발의 횡포와 남발을 막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기부 기록은 학부모의 민원과 고발로 학교나 시도교육청에서 위원회가 열려 결정됐을 경우로 국한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유는 교권 침해의 주원인이 학생보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학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고발로 극한 상황에 있는 교원들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교육부는 긴급히 실태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넷째, 개정되는 교권보호법안은 초·중·고 교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모쪼록 우리나라 교원이 맘껏 좋은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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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보연 |논설위원
“‘선생님께선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안 받아본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폭이 벌어지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는 교사의 노력이 왜 가해학생에게는 낙인으로, 피해학생에게는 부당한 일로 비쳐야 합니까. 학생이 다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려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은 겁니까.”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6차 추모집회에서 소담이 선생님(전북의 12년차 초등교사)은 이렇게 호소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을 훔쳤다. 두달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초구 초등교사도 비슷한 말을 들었을지 모른다. ‘대체 뭘 했느냐’는 학부모의 민원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져 교사를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교권보호 4법’이 21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긴다.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 없이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에게 공격 수단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2017년 5월,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버스기사가 정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자, 담임교사는 학생을 버스 뒤편으로 데려가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낀 학생은 집으로 가겠다고 했고, 담임교사는 어머니가 데리러 오기로 한 것을 확인한 뒤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려줬다. 이후 사태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약 1시간 방치됐다’고 관할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담임교사는 8일 만에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검찰과 법원은 ‘교육을 소홀히 한 방임행위’라며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벌금형 800만원을 선고받고 교직을 떠나야 했던 교사는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결정을 받고서야 복직할 수 있었다.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미흡을 이유로 받기엔 가혹한 벌이었다.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폭력 위험에 처한 아동을 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가해자의 80% 이상이 부모이고, 가정 내에서 학대를 당하더라도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 아동학대 범죄의 처리 절차에 관한 특례를 만든 것이다. 누구든지 아동학대라는 의심만 들어도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했다. 교사에게도 이상 징후가 보이는 학생이 발견되면 신고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데 ‘교사의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들이 생겨났다. 자녀의 의사에 반하는 훈육을 문제삼거나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자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가 많았다. 아동복지법 17조는 11개의 아동학대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빌미가 됐다.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정서적 학대’ 개념이 교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은 1252건 가운데 경찰 종결 및 불기소 처분은 676건(53.9%)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건에서의 비중(14.9%)과 차이가 크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교사들은 ‘정서적 학대’ 행위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제외해달라고 요구한다.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시도교육청에 전담조직을 설치해 사례 판단을 받게 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데, 최근 대전광역시 위탁을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세이브더칠드런)이 억울하게 신고를 당한 교사에 대해 ‘정서적 학대’라는 의견을 경찰로 보냈던 사실이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다만 교사에게만 ‘완전 면책’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고, 아동학대 발생 장소에 따라 대응 체계를 이원화하는 것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법으로 모든 것을 정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지켜준다고 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선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엇인지조차 갈피를 못 잡는다. 그만큼 교사들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사의 직무상 권한이 분명하게 정립되려면 교육주체 간 합의와 신뢰가 쌓여야 한다. 교사에게 ‘뭘 했느냐’고 묻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공격적’ 질문 대신 ‘회복적’ 질문이 많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활동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궁지에 몰린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장에게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교권 회복 대책들이 작동하려면,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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