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대만 점령 야욕, 40년간 성장해 온 중국 경제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기디언 래치먼 FT 칼럼니스트)
O 도광양회(韜光養晦) -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라는 덩샤오핑의 이 유명한 조언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 온 기조였음. 덩샤오핑은 중국이 부유하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서구와의 대립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
- 한편 2012년부터 중국을 통치해 온 시진핑 주석은 "도광양회”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했음. 그는 "과감하게 싸울 수 있는” 중국을 선포하며 언행을 통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국들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음.
-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와 억압 전략을 추구한다고 비난하며 중국은 미국의 침략에 대응할 뿐이라고 자국 정책을 정당화함. 그러나 그는 세 가지 면에서 중국의 현 상황을 잘못 짚고 있음. 첫째, 그는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고 있음. 둘째, 미국 정책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위협을 과대평가하고 있음.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대립에 따른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음.
- 중국 관료들과 학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 중국을 끌어들여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 한다고 주장함. 그러나 설령 그런 덫이 존재한다고 해도(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대만을 공격하거나 봉쇄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됨.
-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과 같이 중국인들은 미국이 자국 경제의 목을 조르려 한다고 불평함. 그러나 미국은 기술 수출 제한이 중국의 군사력 억제 목적이라고 해명함. 또한, 미국이 중국의 경제 성장을 방해하기 위한 대대적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함.
- 중국은 여전히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됨. 빌 게이츠는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역량 개발 속도를 높여 미국에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 주장함. 애플의 팀 쿡과 같은 주요 대기업의 CEO들은 중국과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음.
- 자칭 마르크스주의자인 시 주석은 경제력이 글로벌 정치력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함. 중국은 무역, 원조, 투자를 통해 무력 충돌 없이도 국제적 영향력과 힘을 확대할 수 있음. 중국은 현재 120개가 넘는 국가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음. 무역과 투자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국가들은 주요 국제 문제에서 미국 못지않게 중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음. 대표적인 국가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이며, 특히 스리랑카, 파키스탄, 앙골라, 잠비아 등 중국에 막대한 부채를 진 국가들은 더더욱 그러함.
- 인프라 개발 부문의 역량 또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임. 미국은 중국이 동남아시아에 투입할 수 있는 막대한 재정 자원과 경쟁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음. 중국 기업들은 이집트와 콜롬비아의 수도에 지하철을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은 인근 국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침공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중국의 최대 리스크임. 칭화대-카네기센터의 퉁 자오(Tong Zhao) 박사는 “시 주석이 대만 문제로 인해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면서 우려함.
- 시 주석이 대만을 상대로 방아쇠를 당겨 3차 대전을 촉발할 경우 중국과 전 세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함. 대만이 신속히 항복하거나 미국이 방관하는 경우에도 중국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됨. 현재 관망세를 보이는 모든 서방 기업이나 국가가 엄중한 제재 체제에 동참할 것이고, 세계화된 경제는 산산조각이 나 모든 이들이 계산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임.
-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대만을 성공적으로 정복하면 자신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완수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믿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그러나 이름을 남기는 데 주력하는 지도자들은 종종 사건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들을 마주하게 됨. 영광스러운 속전속결 전쟁에 대한 희망이 끔찍하게 잘못되어 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가장 최근의 예임.
- 푸틴의 러시아는 더 이상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꿈꿀 수 없는 상황이었음.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에는 경제적 성공을 기반으로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 아직 열려 있고, 시진핑은 그 기회를 잡아야 함.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