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연애소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영혼을 뒤흔들 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보람은 있었다. 출간하자마자 여러 지면에서 다루었고 거의 모든 곳에서 절찬해 주어서 좋았다. 입이 거친 사쿠라도 “이거 걸작이야!” 하며 흥분한 듯 전화했다. 아이코는 성취감에 전율했다. 이제 자기는 거듭날 것 같았다.
그러나 팔리지 않았다. 기존 독자도 외면해 초판에서 끝났다. 오자가 두 군데 있었으나 수정도 할 수 없었다. 전문가급에게는 평이 좋아도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면 현실은 가혹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이코는 의욕을 잃었다. 쇼크가 너무 커서 반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일하는 게 괴롭다. 아이코 마음속 가시다.
또 속이 울렁거렸다. 위액이 목까지 차올랐다.
젠장.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방금 마신 커피를 토했다.
2
마감이 코앞인데 여성지 인터뷰를 수락했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작가도 있는 듯하지만 아이코는 적극적으로 응했다. 솔직히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라주쿠 단골 미용실에 가 머리를 치장했다. 전에 한 번 편집부에 머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본 얼굴도 괜찮아요.” 하며 깨끗하게 거절당했다. 말도 안 된다. 미스터리 작가도 아니고. 옷도 그날을 위해 새로 샀다. 쇼핑은 몇 안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문학부서 담당 편집자도 인터뷰에 따라왔다.
“호시야마 씨. 다음 달 호에 단편 하나 부탁드립니다.”
다나카라는 젊은 남자 편집자가 고개를 숙였다. 아이코 담당은 출판사마다 다 젊은 남자들이다. 그쪽이 비위를 맞추기 쉽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데뷔 8년째이다 보니 담당은 모두 세대교체다. 배려인지 작품 내용에 참견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의견을 주고받던 때가 그립다. 모두 자기 말대로만 한다.
인터뷰는 연애 밀당에 대해서였다. 수차례 인터뷰를 거듭하다 보니 권위자 대우다. 역시 미디어에 많이 나갈수록 대접받는다.
“마음에 없는 행동은 안 돼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만의 매력이 있어? 그런 자신감 있나? 그러다가 뺏길 뿐.”
아이코가 열변을 토했다. 이제 수줍어하지 않는다. 익숙하게 연기한다. 한 시간 정도 이런 대화로 5만 엔이나 입금된다는 걸 알면 직장 여성들이 샘낼 게 틀림없다.
사진 촬영은 우측 45도로 해달라고 했다. 아이코가 가장 좋아하는 각도다. 다만 카메라 기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는데 반사판도 준비하지 않았다. 다나카에게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