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다가오는데... 고양시만 지역화폐 인센티브 ‘0원’
도내 지자체 지역화폐 증액 움직임 수원 411억, 화성 456억 예산 책정
고양시만 “예산없다” 참여 거부 같은 국힘 성남은 750억원 편성
고양시 지역화폐인 고양페이 인센티브 지급 중단 공지문
[고양신문] "다른 지자체는 골목상권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흔들린다며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는데... 구정 앞두고도 고양시만 또 인센티브 중단이라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고 싶네요." - 장**
"다른 지역은 기본 10%에 20%까지 주는 곳도 있는데 고양페이는 역시나 인센티브가 없네요. 이유가 뭡니까? 공지사항에는 국비지원이 없어서라는데 다른 지역은 국비지원이 있어서 주는건가요?" - 신**
고양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지역화폐 고양페이와 관련된 주요 게시물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경기도 각 지자체들마다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중을 늘리는 등 골목상권 살리기에 애쓰고 있는 반면 고양시민들은 민선 8기 이후 3년째 설 명절 지역화폐 특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역 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고양시만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못 받는 게 말이 되느냐” “다른 지자체와 너무 비교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고양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 31개 시군 중 올해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지자체는 고양시가 유일하다. 수원시, 용인시, 성남시, 화성시 등 같은 인구 100만 규모의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율을 상향하거나 충전 한도를 늘리는 모습과 대비되는 행보다. 수원시의 경우 올해 지역화폐 예산을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411억원으로 편성해 충전한도를 50만원, 인센티브를 기존 6~7%에서 10%로 각각 높였으며 용인시 또한 1월 충전 인센티브를 7%에서 10%로 올렸다. 심지어 고양시와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성남의 경우 올해 지역화폐 발행 목표액이 무려 7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올해 예산 750억원).
<지자체 별 2025년 지역화폐 예산 편성 현황>
| 지역화폐 이름 | 2025년 본예산 | 지역화폐 예산 |
수원시 | 수원페이 | 3조1899억원 | 411억원 |
성남시 | 성남사랑상품권 | 3조8298억원 | 750억원 |
화성시 | 행복화성지역화폐 | 3조5027억원 | 456억원 |
광명시 | 광명사랑화폐 | 1조1343억원 | 120억원 |
고양시 | 고양페이 | 3조 3405억원 | 0원 |
이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경기도 지자체장들이 적극 나선 이유는 그만큼 지역화폐 정책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센티브를 직접 제공받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지역 자영업자들에게도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높다. 덕양구 주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강모씨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지역화폐만큼 효과가 피부로 체감되는 정책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역화폐를 충전할 때 인센티브를 받으니까 좋고 우리는 그만큼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모두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고양시는 타 지자체와 달리 올해 본예산에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을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도내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경기도 지역화폐 인센티브 사업에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기도는 올해 지역화폐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89억원 늘린 1043억원을 편성했으며 각 지자체들은 현재 도비 지원금과 자체 예산을 함께 매칭해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고양시 또한 당초 도비 33억원을 포함해 총 83억원의 지역화폐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뒤늦게 시도비 매칭비율 등을 문제 삼으며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인데 도비 지원에 비해 시비 매칭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역화폐 인센티브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 상황이 훨씬 열악한 다른 지자체도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만 예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양시는 예산규모가 3조원이 넘는데다가 재정자립도도 2025년 기준 33.7%로 평균(32.7%)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훨씬 열악한 동두천시(14%), 연천군(15.3%), 양평군(15.3%) 등에서도 1월 기준 10%가 넘는 지역화폐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지역화폐 예산편성에 관여했던 고은정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10)은 “당초 고양시에서 제출했던 83억원의 지역화폐 예산도 100만 도시라는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인데 이마저도 시비매칭 부담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며 “다른 지자체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도비지원을 더 받으려고 난리인데 고양시는 이미 배정된 도비조차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 커피전문점에 붙어있는 고양페이 가맹점 스티커.
고양시가 경기도 지역화폐 사업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2023년 당시에도 고양시는 도 지역화폐 매칭사업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배정된 29억원 중 13억9000만원만 지원받았고 작년에는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이해림 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지자체장을 막론하고 지역화폐 예산만큼은 다들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독 이동환 시장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지역화폐=민주당 사업이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 민생문제조차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너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양시는 올해 지역화폐뿐만 아니라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사업에 대해서도 도내 지자체 중 유일하게 불참 통보했다.
이러한 비판여론에도 고양시는 정부의 국비지원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별도의 지역화폐 예산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열악한 만큼 추후 편성될 예정인 지역화폐 국비예산 매칭에만 참여할 예정”이라며 “만약 정부 추경예산안에도 지역화폐 국비사업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경기도 사업참여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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