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거든 2월호 - 동화>
마주 보는 가게
황혜진
우리 집 가게 ‘꼬꼬치킨’ 맞은편에 ‘또와요 치킨’이 생겼어요. 개업 기념으로 양념치킨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어요. 가격 할인도 있지만, 비법 소스라도 있는지 사람들이 몰렸어요.
“하필 맞은편에 치킨 가게가 생길 게 뭐람. 손님이 많이 줄었어.”
아빠가 한숨을 푹 쉬었어요.
“우리도 새 제품을 빨리 출시해야겠어요.”
엄마는 특제 소스로 조리한 해물 양념치킨을 어서 선보이자고 했어요.
사실 맞은편 치킨 가게 딸 수아는 나와 단짝이에요. 전학 온 수아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어 친해졌지요. 우리 집 가게가 수아네 가게와 경쟁하게 되었지만 우린 변함없이 붙어 다녔어요.
아빠는 서둘러 해물 양념치킨을 선보였어요. 새 제품을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었지요. 그러자 사람들이 신제품을 맛보기 위해 모여들었어요. 해물 양념치킨은 불티나게 팔렸어요. 맞은편 수아네 가게도 질세라 ‘화르륵 매운 치킨’을 선보였어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수아네 가게로 갔어요.
아빠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항상 맞은편 수아네 가게를 염탐하듯 바라보았어요. 포장 주문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듯 목을 길게 뺐지요.
그건 수아네 아빠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가게가 언제 문을 여는지, 손님은 많은지 늘 신경 쓰는 눈치였어요.
어느 날, 수아가 말했어요.
“지원아, 너희 가게는 왜 자꾸 우리 가게를 따라 해?”
“뭐? 따라 하긴 누가 따라 한다고 그래? 우리 가게가 먼저 있었어!”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우리 집 가게에 미안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쏘아붙이고 싶은 걸 꾹 참았어요. 엄마, 아빠의 한숨 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수아는 전혀 모를 거예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서 수아와 말을 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마주쳐도 피했어요. 수아와 붙어 다니지 않으니 심심해도 어쩔 수 없었어요.
나는 터벅터벅 가게로 갔어요. 맞은편 가게에도 수아가 와 있었어요. 수아는 튀긴 닭을 아빠와 함께 판매대에서 포장하고 있었어요. 나는 수아와 눈이 마주치는 게 어색해서 가게 구석 자리에 앉았어요.
“지원아, 거기서 뭐 해? 아빠 좀 도와주지 그래?”
아빠가 말했어요.
“그냥 쉴래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눈은 계속 수아를 따라 움직였어요. 친하게 지낼 때가 슬그머니 그리웠어요.
그때였어요. 수아네 가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예요. 연기가 나는 걸 모르는지 수아네는 판매대에서 여전히 닭을 담고 있었어요. 마음이 급해졌어요.
“아, 아빠! 저기 보세요. 수아네 가게요.”
“아이쿠! 불이야, 불!”
아빠는 큰 소리로 알리고 서둘러 119에 신고했어요.
잠시 후 소방차가 왔어요.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난 거라고 했어요. 조금만 늦어도 큰불로 번질 뻔했다고 해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어요.”
수아네 아빠가 허리를 굽혔어요.
“당연한 일인데요. 제 딸이 알려줘서 저는 신고만 했을 뿐입니다.”
“지원아, 고마워.”
언제 왔는지 수아가 살며시 내 손을 잡았어요.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
나도 수아의 손을 잡았어요.
며칠 후 맞은편 수아네 가게에 못 보던 현수막이 걸렸어요.
‘해물 양념치킨은 맞은편 꼬꼬치킨이 맛있습니다’
마주 보는 가게 위로 햇살이 너울너울 머물렀어요.
첫댓글 공유해 줘서 고마워요.
황혜진 선생님~
같은 지면에 함께 실려서 무척 반가웠어요.
향기 나는 좋은 글 많이 많이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