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파출소가 지구대로 개편됨으로 해서 지역파출소가 공동화되어 버려 오래 전부터 지역민들 사이에서 지역파출소를 다시 설치해달라는 여론이 있어 왔다.
특히 밤에 나가보면 불 없고 사람 없는 지역파출소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공허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각박한 세상, 지역파출소의 역할은 기대 이상으로 컸던 것이다. 24시간 불이 밝혀지고 정복입은 경찰과 경찰차량이 상주하는 파출소가 있는 인근 아파트는 낡고 허름해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지역 파출소의 주민과의 밀접성에 앞서 주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담보하는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는 예측되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고민없이 통폐합이라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선택했던 것이다.
치안수요에 따른 생산성이나 효율성의 척도도 중요하지만 도시치안 수요에 맞춘 정책의 획일성에서인지 이 제도가 농촌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의 대안, 즉, 시민공동생산(citizen coproduction)에 대해서 언급할까한다. 1980년대 이래 교육치안환경위생 등의 공공서비스 공급에 있어 시민의 생산적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고, 시민을 공공서비스의 소비자로서뿐 만 아니라 중요한 생산주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논의를 경찰서비스분야에다 접목시켜본다면 치안협력에 대한 지역민의 역할을 말한다.
먼저 시민 공동 생산 활동을 “시민들 간의 협력여부”와 정규생산자인 “치안기관과의 협력”여부라는 두 방법으로 나누었고, 다음에 이 두 방법을 치안과 관계되는 시민의 공동 생산 활동을 네 가지 로 유형화하였다.
첫째, 시민개개인의 활동으로서 치안기관과 협력아래 행해지는 개인 협력유형, 둘째, 치안기관과의 협력 없이 개인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개인 비협력 유형, 셋째, 시민의 집합적 활동으로서 치안기관과의 협력아래 진행되는 집단협력유형, 넷째, 집합적 활동으로서 치안기관과의 협력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집단 비협력 유형이 그 것이다.
이러한 유형을 보면 밤에 집을 비우지 않는 행위나 위험지역을 피해 다니는 개별적 활동에서부터 경찰과 함께 방범순찰대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집합적 활동까지 모두 공동 생산 활동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도둑을 많이 잡아들이는 경찰이 꼭 좋은 경찰이 아니라 시민스스로 자율방범대 등을 운영하며 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경찰이 좋은 경찰이라는 것이다.
즉, 시민경찰학교(citizen police academy)등을 통해 시민스스로의 방범활동을 지도지원하는 것이 직접 도둑을 잡은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나는 지난해에 우리 지역 경찰서가 개설한 시민경찰학교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느낀 바는 시도는 좋지만 얼마만큼 효율적, 자율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먼저 인적자원의 지역적 한계다. 의무적으로 뽑히다보니 자율성이 약해 보인다. 이러한 일에 지방정부가 무관심하다. 이게 어디 경찰만의 역할인가. 지방정부가 당연히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서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경찰, 지방정부, 시민이 참여해서 공동생산을 이루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경찰 측의 역할로 규정 지워 버리고 처음부터 끝가지 생산과 소비를 책임지는 과정에서는 시민은 단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민주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성숙한 지방자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스스로 창의성과 참여성을 발휘하여 많이 생산해서 쓰도록 할 수 있게 하는 지방 정부가 좋은 지방 정부인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는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민교육이 필수적이다.
시민교육은 무형의 잠재된 자원이며, 동네 속에 국가를 만들어내는 지방자치의 동력이 된다. 시민공동생산을 지방정부의 각 부문에다 골고루 접목시켜보면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들이 도출된다.
그러다보면 미처 발견 못한 잠재된 자원들도 발굴되고 개발되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 지역 파출소에서 생기 있는 불빛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역민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지역을 보살피고 걱정하고 좋은 생각도하는 치안공동체의 울타리가 만들어지면서, 사회안전망이 더욱 튼튼하게 구축되리라 본다.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