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vETwtNO644
저자 이인철은
의학박사, 한국/미국 병리전문의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병리학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구논문 및 저서 다수
역서: <꿈꾸는 문인들의 거리>, <솔로이스트>, <돈의 세계사>, <냄새 그 은밀한 유혹>,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 등 닫기목차
Prologue
Chapter 01 러쉬대학병원
부검
시카고의 자랑, 러쉬-장로교-성누가 의료원
병아리 전공의
임상-병리 합동 집담회
다가오는 생명과학
지름길은 없다
아, 대한민국!
Chapter 02 의대시절
꿈속의 고향
예과
잡동사니의 즐거움과 위력
의대 본과
근원을 찾아서
Chapter 03 벽안의 스승들
공포의 컨퍼런스
병리를 향한 고민
대머리 독수리와 유럽 지성인
스승이란?
아는 것과 깨닫는 것
슈타인 박사의 충고
퇴로는 없다
독일 암 연구소와 유럽 분자생물학연구소
Chapter 04 세계 최고의 병원을 위하여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맨땅의 병리과
세계 최고 병원
한국 의료계의 현실
“환자들부터 지킵시다”
뼛속까지 외로웠던
맑은 세포
우리 것
Chapter 05 공부는 쾌락이다
새 천년의 새 학문, 유전체학
유전체와 맞춤의학
굴드 교수의 방한과 강연
병리학과 병기론
의학은 과학인가
부처의 다섯 가지 눈과 병리학
학습중추 = 쾌락중추
Chapter 06 젊어선 장사, 늙어선 농사
Epilogue
책 속으로
"그래서 그걸 어디다 씁니까?"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수술 칼을 만들지요. 우리도 의사들처럼 수술을 한다니까."
그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나이프를 들어 올려서 작은 원을 그리며 말했다.
"예?"
"병든 유전자를 정확히 오려내서 새로 갈아 끼울 수 있으면, 그게 바로 ‘분자수술’ 아니겠어요?"
분자수술! 그 한 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세상은 달라지고 있었다.
<다가오는 생명과학> 중에서 p29
전공의 생활이란 것이 심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대 의학의 최고봉인 미국에서는 의학수련이 소위 ‘몸으로 때우는’ 것보다 좀더 날씬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이건 뭐 한술 더 뜨는 것이 아닌가.
<지름길은 없다> 중에서 p34
"선생, 이거 암 맞나요?"
입에 시가를 문 둘라스 교수가 다가와 수술보에 싸서 직접 들고 온 장기를 내게 건네며 물었다. 그는 러쉬가 자랑하는 외과의로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당장 봐드리지요."
나는 웃으며 그것을 받아서 검사대 위에 펼쳤다. 그런데 열고 보니 그 대장에는 변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수술 전 처치가 깨끗하게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 여기 있네요. 암 맞습니다, 선생님."
그러자 그가 묻어있는 대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맨손으로 내부를 만져보더니 만족스럽게 말했다.
"흐음, 엉뚱한 데를 자르지는 않았구먼. 고마워요, 선생."
그리곤 유난히 큰 앞니 뿌리까지 다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고는 휑하니 걸어 나갔다. 그의 손에서 대변이 옮겨 묻은 시가가 이제는 입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대한민국> 중에서 p36
“여러분들 병리를 잘 하는 길이 무언지 궁금하지?”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아주 간단하다. 본 것을 본대로 몇 마디 말로 표현해서 옆에 앉아있는 눈먼 사람 앞에 그것이 그대로 떠오를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그 눈먼 사람은 바로 자네들 자신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길고 상세하게 말하면 더 잘 떠오를까? 천만에. 조리 있는 말 몇 마디로만 가능하다. 그래야 핵심을 바로 파악한 것이고 그 길을 궁리하는 것이 바로 병리다. 간단한 것이 어려운 법이야.”
<공포의 컨퍼런스>중에서 p75
“왜 그런 쾌락이나 중독을 일으키는 중추가 인간에게 존재하는가? 최근 들어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요. 바로 그곳이 학습 중추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때는 잠잠하다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활성화되어, 우리가 처한 여러 요소들을 평가하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유익한 것들을 배우게 합니다. 말하자면 중격의지핵은 원래 쾌락이나 중독 중추가 아니라 학습 촉진 중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학습으로 활성화 되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인데, 중독은 원래 배움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기쁨을 약물이나 비정상적 수단으로 가로채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군."
<학습 중추 = 쾌락 중추> p294 닫기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 베테랑들의 직업에세이’ 제3탄!
한국과 미국의 의료체계와 의학연구, 교육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알려주는
최초의 병리학 에세이
<근원을 찾아서>는 우리나라 의대를 졸업하고, 의학의 끝, 질병의 근원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도미, 시카고의 러쉬대학병원에서 병리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독일 암 연구소에서 암 치료와 첨단 분자생물학의 접점을 연구하고 돌아온 저자의 평생에 걸친 의학과 생명 탐험기다.
보기 드물게 한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의 의대와 의학 연구소를 모두 체험한 저자는 그곳에서 의사로서 단련되는 여러 힘든 과정을 눈에 보일 듯 그려내고, 스승과의 격의 없는 학술 토론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첨단 분자생물학을 소개하고 그것이 이제 개인별 맞춤 치료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알린다. 새로운 의학에의 희망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의 한마디 한 마디는 이제 막 의료계에 발을 들인 의사, 의대생은 물론,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멘토링, 바로 그것이다. 의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는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의료행위와 의학의 세계를 때로 망원경으로 조망하듯, 또 때로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접할 수 있게 한다. 색다른 교양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의학의 꿈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의사, 의대생, 의대 지망생을 위한 한ㆍ미 의대 동시 체험 멘토링
병리학의 사전적 의미는, 병의 원인 · 발생 · 경과, 그리고 병체(病體)의 조직 구조, 기관의 형태 및 기능 등을 연구하여 병의 원리를 밝히기 위한 기초 의학이다. 넓은 의미로는 생물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이상(질환) 및 기형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병리학자는 의사이기는 하나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진단하지 않고, 각 과에서 진단된 병을 다시 한번 연구ㆍ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근원을 찾아서>는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병리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하고 돌아와 30대의 나이로 우리나라 최초, 최대 종합병원의 병리과를 맡아 틀을 잡고 의학 연구를 계속해온 이인철 박사의 병리학 에세이다. 저자는 서울의대 시절부터 단순한 질병 진단과 치료보다는, 질병의 근원을 찾는 데 몰두하여 미국과 독일에서 의학뿐 아니라 21세기 새 학문으로 일컫는 유전체학 연구를 해온 의학자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의료 선진국의 의학 체계와 의사 수련 과정을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교해 알 수 있고, 새 천 년의 새로운 의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안내받는다. 또한 저자가 그를 개인지도하다시피한 미국의 세계적인 병리학자 굴드 교수와 나누었던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의학과 과학은 어디서 갈라지고 어디서 합치되는지, 의학은 어떻게 인문학과 만나는지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그러한 내용을 의학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이해하도록 쉽게 푸는 지적 내공을 보여준다. 이는 저자 자신이 오랜 동안 쌓아온 인문학적 훈련과 과학 수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란 어느 때고 명예와 부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따라서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선망한다. 그러나 그 젊은이들 중 한번쯤 의학의 본질을 고민해본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또,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 의대 수업, 그리고 선진국의 첨단 의학 등에 관심을 갖고 한번쯤 깊은 눈길을 준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그 이전에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진로를 ‘국제적으로’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해줄 책이나 매체는 과연 얼마나 되었던가.
이 책 <근원을 찾아서>는 그러한 기존 문제점에 대한 해답까진 아니더라도 그 단초는 제공한다. 그간 우리나라 입시 제도에서 의대는 오로지 ‘공부만 잘하는 애들’이 진학하는 곳이었다면, 이 책은 그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작지만 단단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가 일생을 통해 경험하고 탐구한 여러 의료체계와 의학연구, 교육현장에 관한 내용들은 그 자체가, ‘진짜 똑똑한’ 의대생과 의사들을 위한 제대로 된 멘토링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비전을 실질적으로 탐색한 후 의학의 길로 들어서려는 젊은이에게 이 책은 필독서다. 일반 독자들에겐 이제까지 보기 어려웠던 의학과 과학, 인문을 아우르는 알토란같은 교양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