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에 입력된 지식을 엮어 시를 쓰는 시인들이 문학상을 받고 추앙받는 시대에 만만찮은 나이에도 발품으로 시를 쓰는 시인의 시를 나는 지금 읽고 있다. 팔순의 중반에 접어들었어도 언제 어디가면 무슨 꽃이 피는지, 바람은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불어 가는지, 체험을 통해 훤히 알고 있는 시인은 아마도 뉴스에 난 철새를 보러 가셨던 모양이다. 가족을 이루고 찾아온 백조를 만나고 있으면서도 오르는 집세가 걱정인 손자를 떠올리는 시인의 문체는 만연하면서 우리 사회의 암울함에도 눅진한 정서로 걱정을 보태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