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참 좋아한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평소에 자주 노래를 흥얼거리는 편이다.
트로트 라는 장르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가락이 촌스럽고 청승맞으며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티비만 켜면 나오는 트로트가 싫증이 나고 불편하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명절을 보내자는 캠페인은 오래 전부터 내가 주장하던 것이었다.
그래도 90세에 홀로 계신 아버지를 뵈어야 하고 어머니 제사도 모셔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에
갔다. 그리고 불편하고 좁은 고향집에서 티비를 보는데 나훈아가 나왔다.
내가 티비를 처음 보았을 때는 자막에 "아!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라고 나오고 있었는데,
난 갸우뚱 했다. 테스형? 테스兄? 이게 무슨 뜻일까...
그 뒷소절의 가사에서 부터 그에게 빠져버렸다.
다소 거칠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펼치는 대목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가치관이 해탈한 도인처럼 보였다면 과찬일까. 그는 확고한 주관을 가진 최고의 광대였다.
내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그의 신곡 중 한두 곡을 빼고는 좀 늘어지고 설명조의 가사라서 그도 이제 나이가 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74세라는 나이에도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 지치지 않고 힘있게 노래하며
무대를 끌고 가는 모습은 나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고 반성하게 했다.
내 인상에 남는 가사와 대사를 모아보면,
1. "아 테스형~ ......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2. "인생에 끌려가지 말고 인생의 모가지(?)를 끌고 가라"
3. "인생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도 무거운데 훈장까지 달고 우째 살겠습니까"
4. "역사적으로나 내가 살면서 보아도 국민을 위해 죽은 왕이나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등이었다.
요즘 틈만 나면 '테스형'을 틀어 놓고 따라 부르는 중이다.
노래방 가본 지가 몇 년 되었고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노래할 일은 없겠지만.
2020. 10. 06 꿈산
★사족(蛇足)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종교도 없고 영남이나 호남 출신도 아닙니다.
혹시라도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해석은 사양합니다.
첫댓글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덕분에 오랜만에 흥얼거려 봤네요. 별 일 없지요?
나는 요즘 늙은이 테를 단단히 내고 있는데...
멀쩡한 뜰에서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가지를 않나...
앗 고문님께서 다치셨군요.
저의 부친도 90세인데 기력이 갑자기 많이 떨어졌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