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도 전국적으로 비님이 출몰하여 온 땅을 강타하고 물텀벙 재해를 일으키더니
어버이날이 되어 자유롭게 발길을 움직이려 길을 나서는데 와우, 하늘님께서 도와주시는지
농익은 초록의 나무들은 물론 빗길에 씻겨나간 하늘은 푸르다 못해 시리고
적절한 수분이 함유된 공기와 바람은 온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상큼함을 보너스로 안긴다.
어쨋거나 한 해를 걸러 다시 시요일 멤버들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불가항력적이었던 전세계적인 역병의 시절을 지나 엔데믹이 되었어도 각자 살아온 삶자락 만큼의 세월값을 하느라
다들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고 여전히 현역이거나 퇴직을 하였어도 지싱乙 부르는 곳이 많아 바쁘거나
개인적인 일상이 누구보다 숨가쁘게 돌아가거나 새롭게 시작한 인생 후반부 제3의 삶자락을 길게 늘이느라
모두가 잠깐의 짬을 내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여행 날짜 맞추기가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어버이날을 낙점하였다.
사실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자녀들이 당일에 찾아들어 재롱 떨 날도 아니요 다들 필요한 방법으로 효도를 마무리하니
쉬어갈 요량으로 치자면 진정한 어버이임을 자축하자며 명명된 어버이날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렸다.
그렇게 어버이날에 집을 나갈 용기와 시간이 허락된 지인들끼리 나서는 짧은 여행길은 설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여 이미 중간지점에서 만나진 글자락 지인들이 안성휴게소로 도착할 즈음 이미 휴게소에서
그 무슨 패셔니스트라도 된 양 한껏 치장하고 새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차량에서 내리려고 하니
서방왈, 친구들이 도착하면 내리랍신다...왜? "누가 마님을 납치해가면 어쩌냐고"
이런 곤욕스런 유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자, 그 남자가 쥔장의 서방이기도 하다....뒤집어지도록 웃었다.
어쨋거나 지인들이 도착을 하여 잠시 커피 한 잔으로 눈인사를 하고 과일과 나주 지인에게 줄 선물과 저녁에 마실 술과
그에 필요한 부속들과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난 쥔장에게 놀람의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 하는 그들을 보자니
마음은 괜히 뿌듯하고 흐뭇하여 역시 좋은 사람들과 동행한다는 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 몫을 해내는 배려와 나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게 경부선 도로를 달려 천안 논산간을 거쳐 호남선으로 진입하여 나주로 가는 길자락에서 만나는 고속도로는 여전히 아쉽다.
예전에 취재차 자주 다니면서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올라오는 탓도 있지만
그동안의 시절에도 변하지 않은 풍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족한 도로사정이 아쉬웠다는 말이다.
속시원하게 뚫려도 시원치 않을 좁은 도로 사정은 여전한데다가 여기저기 패여진 도로 수선이 어찌나 엉성한지
여기서 쿵 저기서 쿵쿵거리며 땜방처리된 호남선 고속도로를 달리며 마음이 불편할 즈음에
삼례라는 소도시 이름은 박준영 변호사를 기억하게 하고 너른 길을 달라고 말하지 않는 남도의 소박한 민심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한두번 다닌 길도 아니고 때론 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로 달리던 기억들을 죄다 합쳐보아도
상황이 그러할지라도 언제나 소소한 풍광을 만나게 하고 너른 평야의 인심을 내어주면서
호남에 잘 왔노라고 박수치며 환영하던 그들의 작은 마음자락이 먼저 다가오긴 했다.
또한 차량 건너편의 들판에는 청보리를 지나 약간의 갈색을 지닌 채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 군무가 보너스요
곁자락 밀밭에서는 술이 익어가는 냄새처럼 밀이 익어가며 내뿜는 밀의 향기도 굿굿굿이었다.
역시나 평야로 무장된 남도는 땅자락에는 뾰족 뾰족 갈퀴자락같은 산자락이 아닌 푸근함을 기반으로한 산세가 널려있다.
그런 산자락을 돌아들며 만나는 남도의 풍광은 그래서 더더욱 찾아든 나그네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는 듯하다.
더군다나 감성마인드로 말하자면 그 누구보다도 끝판왕들인 낭만파들이 모였으니 가는 내내 마음이 풍성하다.
더러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사로잡으면 무작정 내려서 한 컷 날리거나 감성모드로 접어들거나
광경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자신들의 에너지를 잠시 가라앉히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스며든 채로 자연 속의 한 점이 된다.
그렇게 시간을 길과 마음 건사에 쏟으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나주 지인이 산다는 나주 혁신도시에 도착을 하였다.
쪼르르 달려나와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는 미국살이에 지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잘 나가던 세상살이와 상관 없이
자기만의 세계와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주 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만큼의 원칙주의 울타리를 기본으로
자신이 납득되지 못하는 상황과 여건과 마음씀씀이는 거부하는 편이라 쉽게 다가갈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의 세계를 인정하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시요일 멤버들이 엄청 좋아하는 담백하고 가녀린 그러나 강함 그 자체를 지닌지라 가끔 저 모순을 어찌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 그녀만의 매력이기도 하다...와중에 넘치는 배려와 희생 정신은 그 누구도 못따라가는.
그렇게 그녀를 만나 짧은 회포를 나누고 함께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그녀가 예약해둔 소박한 식당으로 찾아들었다.
나주에 갔으니 당연히 나주 곰탕인가? 생각하였다면 오산이다.
와우, 먹으면서 맛있다와 콩에 대해 진심이라는 생각이 드는 "봉황순두부"에서 순두부보다는 청국장에 매료되었다.
밥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그야말로 걸신들린듯이 숟가락을 놓지 못한 채 청국장을 먹는
쥔장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무색하였지만 웬만해서는 맛있다 를 내뱉지 않는 쥔장에겐 청국장 콩,
직접 볏짚을 이용해 발효시킨 콩의 맛에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으니 간만에 대놓고 추천하고 싶어졌다.
봉황순두부, 전남 나주시 도만길 21 -061 335 0077, 010 6678 0111- 후회하지 않을 듯.
여하튼 부모님께서 직접 발효시킨 콩을 전해받아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깔끔하고 작은 식당이긴 하여도
그 청국장 순두부는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하였고 콩나물 무침 또한 장난이 아니었고 오래도록 잔향을 남겼다.
그리고 직접 만든 손두부를 미리 주문해놓고 저녁에 다시 픽업하기로 할만큼 "모두부" 또한 추천한다.
첫 선택부터 탁월했던 나주 지인의 현지인 식당 선별 솜씨를 기대하면서 저녁 또한 설렘가득으로 기대해 보기로 했다.
포만감 가득한 점심을 먹었으니 산책을 해야 한다 싶어 그녀가 재직하였던 산림자원 연구소,
그 너른 곳에 수목이 울울창창한 곳을 걷는다.....나무 향에 취해, 또는 알지 못했던 수종들을 눈으로 보며
자연이 주는 선물, 나무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가득 받으며 흥에 취한 채 시와 청산별곡 등 시조를 낭송하며 그 자연을 빛낸다.
또한 나주 도로변에 자주 보이던 목튤립 나무는 목백합으로 명명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알지 못해서 자주 만나지 못하였던 나무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 또한 크다는 사실과
지인 덕분에 산림자원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의 근황도 알게 되었으니 내가 모르는 세상이 얼마나 많더란 말이냐 싶었다.
그렇게 나주를 즐기면서 나주 또한 세종시 못지 않게 혁신에 방점을 찍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겠다.
한때는 고즈넉하였던 작은 소도시가 변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어차피 미래지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직해야 할 우리의 아기자기함은 버려지고 사라지고 꺾여지며 그저 첨단으로 바뀌는 세상을 보면서는
우리네 곳곳이 그저 새롭게 재편성되어야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런 사실들이 현재의 상황이려니 생각하니 마치 폐허가 되어버린 난파선을 바라보는 스산한 마음이 남겨지기도 했다.
무튼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나무의 길을 따라 걸으며 희희낙락하고 나니 슬그머니 강진의 남사친이 그리웠다.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볼겸 우리는 우리만의 예정 그러나 강진의 지인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만나질 그 시간을 앞당겨
강진을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덕분에 다음 날 일정을 미리 즐기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가는 길 내내 불안과 기대감과 설렘이 또다시 밀려온다....불현듯 찾아든 우리를 보며 얼마나 놀랄지 싶어서.
얼마만의 강진행이던가 싶어도 이미 마음은 강진 땅에 닿아있다.
영암을 지나면서 잠깐의 눈인사로 그곳의 터줏대감을 기억한다....서각 장인 "노 영" 선생님은 뵙지 못하고 휘리릭.
이어질 다음 편에서 강진만의 갯벌과 바지락 회무침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정말 후회를 했다....가볍게 다녀올 요량이라고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홀대한 기분이요 그만큼 열정이 식었나 싶어 진심으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어쨋거나 아쉬운 대로 핸폰 촬영으로 여정을 마무리 한다.
첫댓글 카메라 대신 핸폰이 아쉽긴 하지만 우리나이도 잊으면 안되요. 덕분에 남도를 상상하며 동행합니다.
편편하게 그냥 남사친을 보고오겠다 생각한 고로
카메라 소지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풍광들이 좋아서 마음은 행복했구만서도
카메라가 아쉬웠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