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미소도 짓고, 웃음도 웃고...
2023년 9월 12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스무여드렛날
한동안 아침에는 기온도 뚝 떨어지고 서늘한
느낌이었는데 또다시 기온이 오르고 한낮에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물러갈 시기도 지난 여름이 미련을 뜨는
것일까? 우리네 인간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 날씨 변화, 자연의 이치라고 하겠지 싶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
그것 외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하루가 지나고 나면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하루속에서는 나름 분주히 움직이며
바쁘다. 농부의 일상, 촌부의 삶이 다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하며 보람을 느끼고 뿌듯함에 혼자
미소 짓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세 번을
흐뭇하고 뿌듯함에 젖어 미소짓고 웃기도 했다.
아침나절에는 잠시 예초기 작업을 하고 웃었다.
아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붉은고추를 말리느라
왔다갔다를 하는 느티나무집 앞쪽 통로에 자란
풀을 깎은 것이다. 늘 지나다니며 해야지, 풀을
깎아줘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더니 아내가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아마 생각컨데 촌부가
하도 발발거리며 이 일 저 일을 하다보니 부탁을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아내는 숫되고 여리다.
뒤늦게야 눈치를 채고 예초기로 풀을 말끔하게
깎아주기는 했지만 마음 한켠 미안함이 남는다.
잘했다며 고맙다며 좋아하는 아내를 바라보던
촌부도 흐뭇함에 미소를 지었다.
낮에는 간만에 뒷산 잣나무숲에 올라가 웃었다.
아내를 장평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바우골을
지나다보니 길가에 잣송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해 잠시 차를 안전한 길가에 세우고 주웠다.
집에 가서 잣나무숲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발동한 것이다. 일년이 지나 어느새 다시
잣의 계절이 왔구나 하며... 마을 아우들을 물론
사람들 모두 올해는 잣이 흉년이거나 해거리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궁금하여 올라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잣송이가 풀섶에 떨어져
있어 반가웠다. 그렇게 풀섶을 뒤져 몇 송이를
주워왔다. 이제 이른 아침과 저녁무렵은 운동을
핑계삼아 잣송이도 줍는 일거양득(一擧兩得),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산행을 시작해야겠다 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녁무렵엔 아내와 함께 붉은고추 작업을 하며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이 웃었다.
네 물째의 붉은고추를 땄다. 요즘 햇볕이 좋아서
그런지 잘 익었다. 지금껏 건조기로 말린 고추가
꽤나 되고 세 물째 고추 일부는 말렸고 나머지는
건조기에서 마르고 있다. 어제 딴 붉은고추도 꽤
양이 많다. 따기전 보기에는 얼마 안될 듯했는데
잘 안익던 끝쪽이 의외로 익은 고추가 많이 있어
손수레를 수북하게 채울 만큼 많은 수확을 했다.
지난해 수확 무렵에 탄저병이 와서 거의 30%는
죄다 뽑아낸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이렇게 맘놓고
수확을 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싱글벙글 하는 아내와 함께 껄껄껄 실컷 웃었다.
붉은고추를 따고, 정리하고, 닦아서 건조기에다
넣느라 오랜만에 야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는 커녕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오히려 힘이
더 펄펄 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농사가 이래서
재밌다.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기분...
첫댓글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건강 조심 하시며
오늘도 풍요로운 하루 보내세요
근정님!
감사합니다.^^
하루를 즐기느라 이제서야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뉴월. 아들 고추가 튼실. 튼실. 오늘은 아들 고추. 따는날.
풍성한 한해. 수고많았어요
내년도. 풍성하시길~~~
그렇지요.
오뉴월에 심어
지금은 결실입니다.
응원에 어깨가 으쓱입니다.
감사합니다.^^
산길 풀섶에 툭
떨어진 잣이 많이 반가울듯 해요.
네 물째 고추 수확도 기쁨이 있고 하루하루 뿌듯하고 소소한
기쁨이 바로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복된 나날되세요.
아마 풀섶의 잣송이를 보면
누구나 촌부처럼 신날겁니다.
그 기분은 말로, 글로 표현불가이죠.
이러 재미, 이런 맛에
산골살이를 24년째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뽀식이님 시골향 잦송이향이 카페에 솔솔 ~~~~행복가득한 일상....
부럽습니다...
님이주신 아름다운 글에 머문흔적 남깁니다~~~
과찬이십니다.
이 촌부의 글이
좋은 느낌 받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격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