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준동' 합류하는 한국여당 체포 방해하며 헌재-경찰 전방위 압박 / 1/9(목) / 한겨레 신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저자세를 유지하며 여론의 흐름을 살피는 듯했던 여당 국민의힘이 억누르던 극단적 보수색을 드러내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들은 집단으로 대통령 관저 앞 극우 시위대를 찾아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촉구했고, 당 지도부는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찾아 탄핵 각하를 촉구했다. 내란을 주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두 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며 관저 농성을 벌이는 동안 국민의힘 내부의 친 윤석열계 의원들이 주도해 만들어낸 퇴행적 흐름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중진 의원들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탄핵소추는 (이제) 안 된다. 헌재는 탄핵을 각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탄핵심판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헌재와 협의해 형법상 내란 혐의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이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주요 범죄였던 뇌물죄를 신속하게 심판하기 위해 제외한 데 대해서는 "뇌물죄가 지엽말절적 사유였던 그때와 다르다"고 얼버무렸다. 같은 시각에는 전직 경찰 이철규, 이만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헌재와 경찰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는 동안 김기현, 임이자, 박성민, 구자근, 강명구 등 40여 명의 친윤계 의원들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관저 앞에서 "형사소송법에는 국가보안시설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승인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명시적 조항이 있는데도 판사는 마음대로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넣어 영장을 발부했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니 당연히 (영장은)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주일 전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하게 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그때의 자세와는 180도 다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들의 관저 집회 참여는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지도부의 생각도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의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강행하려 한다며 관저 앞 의원 시위대를 옹호했다. 친윤계의 한 의원은 지지층이 결집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금과 같은 여론의 흐름이라면 헌재에서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몇몇 여론조사에서 123내란 이후 급락했던 당 지지율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일부 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기세를 올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윤 대통령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 군소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조금만 버티고 노력하면 분위기 반전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물음이 설계된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의원들과 강경 지지층이 집단 환각에 빠진 것 같다. 곧 현실을 자각할 때가 올 텐데 그렇게 됐을 때 어떤 정치적 무리수를 두려고 할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외부로 표출되는 반동적 흐름은 내부 이탈자에 대한 탄압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당내에서 12명의 이탈자가 나온 것을 언급하면서 "(내란죄를 사유에서 제외한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옳고 그르느냐'의 문제를 '진영 싸움'의 문제로 변질시켰다. 당은 탄핵 찬성파를 박해함으로써 다른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탄핵 찬성파였던 조경태 의원도 우리 당의 이름이 국민의힘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자행한 윤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왕정시대도 아니고 (왜 관저 앞에 모여) 왕을 치켜세우는 것처럼 행동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류가 보여주는 반동적 태도의 근저에는 철저한 정치적 사익 추구의 욕망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영남=영남권 의원들은 대다수 국민의 여론과 동떨어진 당 핵심 지지층의 정서에 편승하는 것이 의원직과 당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대 정병기 교수(정치학)는 당" 지도부에는 윤 대통령과 한배를 타는 사람이 많다. 탄핵을 쉽게 인정하게 되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밀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