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혹시나 싶은 불안은 마음을 잠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흔쾌히 강진으로 오라는 남사친의 말에
다들 기분좋음으로 변환된 마음으로 강진으로 달려간다.
그 친구를 봐야한다는 것이 여행의 큰 목적이기도 하였으므로 별 동요 없는 전화 목소리에 안심을 하며 가는 길.
알려준 주소로 찾아드니 친구의 얼굴이 생각보다 좋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강진까지 아들을 따라서 내려오신 어머니께서 고관절을 다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없다는 양해사항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친구의 얼굴에 걱정이 그득하다...자신은 괜찮다는 말에 울컥이지만 말이다.
그 친구는 쥔장의 청춘 시절을 함께 동행한 친구이기도 하고 우연히 알게 된 사실로
나만의 친구에서 글쟁이 시요일 멤버들의 절친이 되기도 하였지만
쥔장에게는 누구보다도 더더욱 애틋함으로 기억되는 친구이기도 하다.
여하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잠깐이지만 내어준 시간을 함께 한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동행한 채로 친구가 추천해준 "느루갤러리" 를 향해 가는 길, 마음이 애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색 없이 시시콜콜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오는 것인지 한담을 나눈다.
가슴 한 켠이 시려왔음에도 도착한 순간엔 다시금 명랑 마인드로 돌변한다.
"와우, 꽤나 괜찮은 장소네...고마워"
그랬다. 조촐한 한옥 카페이자 갤러리, 그 옛날 조상들이 살았던 구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박까지 준비중이다.
모두 한 울타리 안에 담겨진 장소에 발을 딛는 순간, 여기저기서 야옹 야옹이거나 길게 늘어진 냥이들의 소리에 화들짝.
그런 소소한 풍광을 보게되면 또 잠시 현실을 잊고 그저 고즈넉한 이런 곳에서 살고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는
생각이 잠시 머물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눈은 곧이어 "느루갤러리"를 향한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별 것 아닌 갤러리처럼 보여도 알고보니 전라도 일대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나름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작가들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는 것이 남사친의 설명이다.
마침 화가 박경희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들어가 보았다.
이즈음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작품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햅삐한 인생, 함께한 인생".....쥔장의 취향은 아니나 키치적인 면이 MZ세대들이 좋아하겠더라는.
이후 한옥카페 "느루갤러리"에 들러 각자의 취향껏 마실거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자니 세월은 무시 못하겠더라.
개인적으로는 주구장창 아무리 더운 날이어도 따듯한 커피를 즐기는 타입이지만
그 "아.아"는 어쩌지 못하겠는지 이후로도 계속 아.아 타령인 멤버들과 몸을 위해 보신용 차를 찾는 친구나
아무 거나 주세요 라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아무 스타일....이러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리 되었을까 싶긴했다.
와중에 새로운 형태의 라떼를 선택한 지인을 바라보는 쥔장왈, "칼라풀한 호박 라떼는 질투나는 라떼 일세"
그저 낭만에 밥 말아먹을 시요일 멤버들로 보자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선택사항들을 보자니 쓴 웃음이 나왔다.
자기 취향이 확고하며 누구보다도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가진 이들도 세월의 힘에 어쩌지 못하는 듯
하여 웃고 말았다....하였어도 아주 작은 소읍에서 벌어지는 학교 생활과 교사생활의 묘미로 웃음을 나눠주던
강진 친구 덕분에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 알지 못했던 세상을 또다시 경험한다.
그렇게 카페를 점유하는 중에 등장하신 타인, 그 타인은 또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네요 하면서
곁에 있던 시요일 멤버에게 악수를 건네며 같이 있는 우리 일행들에게도 인사를 하니 저절로
처음 뵙는 분에게 마치 친숙한 사이인양 눈인사를 건네면서 세상 참 좁다에 동참을 한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 시요일 멤버의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낯설지 않은 사람이 되고
한 다리 건너면 죄다 아는 사람이라는 국룰을 실감하며 또다시 웃고 만다.
어쨋거나 시간은 바트게 지나가고 강진 친구의 사정도 고려하여햐 하므로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그가 추천하는 강진만 갯벌을 향한다.
머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강진만 갯벌은 순천만 갯벌 못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황홀하다 를 되뇌이며 그 시간을 즐기면서도 카메라 소지하지 못한 아쉬움에 화가 나고
곧 돌아가야 하는 남사친을 보내야 하는 마음이 교차되며 무겁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즐거웠다고나 할까?
함께 동행하지 못한 나머지 멤버들이 부러워 할만한 풍광에 스며드는 순간은 황홀지경이기도 했다.
여하튼 강진만 갯벌에 빠져 홀릭 상태...하루종일 있어도 그 시간을 죄다 내안으로 들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갈대와 어울린 갯벌이나 초록과 대비되어 너무나 빛나던 노란색 울타리, 다양한 생물체들의 집합체를 바라보며
살아 숨쉰다 는 것에 대한 경외감이 솟아오르고 한편으로는 짱뚱어탕을 생각하는 남정네들을 보면서 웃기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 후다닥 사라져 가고 노을빛이 등뒤로 다가온다.
잊지 않고 강진 친구와 사진으로 만났다는 기념을 한다.
예전같으면 "노노, 노탱큐"라고 말할 저 친구가 아무런 부담 없이 한 컷에 동행한다....슬쩍 마음이 아팠다.
감탄의 감탄을 자아내던 갯벌은 그렇게 이별을 하였다.
물론 강진 친구와도 아쉬운 그러나 짧았지만 길었을 만남을 뒤로 하고 이별을 한다.
또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한다....해야만 한다.
다시 사라지려는 노을을 붙들고 강진의 소읍인 칠량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만나는 아쉬운 노을조차 얼마나 실감나게 눈에 들어오는지, 이 시간 이후에도 그 친구를 만나야만 한다....였다.
청춘이 스러지는 느낌이 온몸으로 달려들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곳에 또 나주 현지 지인이 꼭 같이 가고 싶다는 조촐한 식당이 있다 하여 달려간다.
저녁 7시 반이면 문을 닫는다는 식당이며 단 두가지, 점심메뉴 백반과 저녁메뉴 바지락 회무침이 전부란다.
하여 지금 깃발을 날리며 찾아들고 있으니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달라는 부탁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둘렀다.
촉이 온다....역시나 현지인이 애정하는 식당이겠다 싶었다.
허름하지만 정성을 다하면서도 최상의 음식을 제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도록 사람 좋아보이는 쥔장이
"아까 전화하신 분들이시죠?" 라며 스윽 등장한다.
이미 5인분 상차림은 되어있고 맛깔스런 반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바지락 회무침은 극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완벽하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법이니 절로 마음이 바쁘다.
비빔밥으로 먹으라는데 비빌 시간이 없다.
밥은 사양하고 오로지 바지락 회무침에 집중하며 반찬들을 살펴보니 그 어느 것도 바지락이 들어가지 않은 찬이 없다.
그야말로 대애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보리와 둥글레를 혼합하여 만들어낸 음료의 맛도 오묘하다....강추강추
개인적으로 먹거리를 위해 카메라를 드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그야말로 쥔장이 먹어보고 이 정도면 칭찬받아야 한다 싶을 때만 카메라에 담고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직접 식탐에 방점이 찍혀지는 음식에만 최상의 대접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조촐한 여행을 생각하였건만
예상을 빗나간 소소한 재미에 최상의 맛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을 하여 식탐이 가미된 일정이 되었다.
절로 한 컷을 담고 싶은 음식들의 등장이라니 이 뭔 횡재란 말이더냐.
하였어도 강진 칠량에 있는 "청자 식당"은 명함조차도 없다 해서 한 컷 사진으로 담아왔다.
언제든 지날 기회가 있다면 찾아드시길 바란다.
미친듯이 먹어대던 식탐의 끝판왕 "바지락 회무침"을 뒤로 하고 내려앉는 노을을 곁자락에 두고 다시 나주로 돌아가는 길.
점심에 주문해 두었던 "봉황순두부" 집에서 두부를 찾아들고
나주에 자리한 한옥숙박 이화당을 찾아들었지만 상상과 다른 숙박지 예상이 빗나가 결국 노탱큐.....
배밭 한 가운데 자리한 한옥이어서 다음날 약 살포를 당하고 겉모습만 한옥이요
내실은 부족함 투성이라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기타 등등은 말해 뭐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봐온 야채들과 개인적으로 챙겨온 과일들을 꺼내고 귀하게 들고온 묵은 진달래술과
시요일 멤버가 가져온 와인과 치즈를 비롯한 나머지들을 활용하여 저녁 술타임 만찬을 준비한다.
그는 늘 아낌 없이 주는 나무 같다...언제나 와인을 비롯한 술자리를 책임져주는 나무.
이미 편한 복장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우리네는 자청한 와인 도사에게 서빙을 받기로 한다.
그의 와인이나 위스키 사랑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므로 나름 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쥔장도 가만히 기다린다.
덕분에 어디서 맛보지 못할 치즈와 하몽과 트러플, 올리브 오일과 암염소금에 야채 조합으로 무장된 샐러드를 맛보며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화이트 와인에 빠져든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챙겨온 진달래 술까지 마시고 나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더란 말이지...싶었지만
더이상의 과부하는 불허하는 고로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여인네들은 밤새 수다발을 이어간다.
참으로 뭔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다는 것인지 징한 여인들이다.
그랬어도 세시간의 달콤한 숙면이 다음날 일정을 방해하지 않았는고로 새벽같이 일어난 이른 아침에
또다시 이어진 수다와 가벼운 아침 산책은 충분히 하루를 견녀낼 만큼 되었다 싶어 다시금 길을 나선다.
담양으로 가는 길 자락에 자율주행 승용차의 위용을 느껴본다.
뒤이어 망서리지 않고 찾아들 소쇄원과 식영정, 환벽당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쥔장이 보낸 메시지에 강진 친구의 답이 왔다.
기다리던 끝이라 메시지를 못보았나 보다 포기하고 있다가 은근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에고...이제 보았네.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신 분들 덕분에
나도 잠깐 몽롱하게 반가웠다.
감사...또 오시게."
첫댓글 나도 잊고 있던 남사친이 덕분에 떠오르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는건지~?
쥔장은 만나고 얘기 나눴다니
나도 문득 떠올랐네요. 전에 가본 그곳들을 떠 올려봅니다.바지락초무침은 군침이 돕니다 그려~!
역시 소박한 남도 땅은 번잡하지 않아 좋더라는.
남사친을 만난 즐거움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으므로
굿굿굿이었고 강진만 갯벌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았다는.
바지락 회무침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