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바야흐로 등극합니다
기포의새벽편지 제4167회
옛중국 제3조 승찬대사
조계종 우리절 선창
동봉 정휴
1.
승찬 대사僧粲大師는 ? ~ 606는 중국 선종 제3조로 벼랑 끝에 선 삶 속에서도 극적인 대탈출을 이뤄내고 결국은 끝내 평온을 노래한 분이다. 그가 남기신 삶의 길과 선禪의 정수는 그가 저술한 저명한 선시 신심명信心銘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나병(문둥병)환자에서 혜능의 스승으로
승찬 대사의 삶의 출발점은 매우 지독한 고통이었다. 그는 몸이 나병에 걸리면서 살점이 짓무르는 참담한 그 고통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던 무명 거사님이셨다. 어쩌면 성찬 대사와 이태석 신부님과의
질병에 관한 싸움은 뭔가 같은점이 있다. 한 분은 나병을 앓고 있었고 또 한 분은 나병을 친절하게 치료하려 하셨으니까!
2.
어느 날 승찬은 제2조 혜가慧可 대사를 찾아가 그야말로 아주 절박하게 물었다.
제 몸은 나병에 걸려 있습니다. 바라건대 스님께서 저의 죄를 참회하게 하옵소서"
그러자 곧장 혜가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그 죄라는 것을 이리 가져 오너라 그러면 내가 바로 참회시켜 줄 건데 어떻겠느냐
이에 승찬은 잠시 동안을 마음을 돌이켜 훔쳐보더니 자신의 아픔을 말씀드렸다.
죄를 찾아보았으나 찾아낼 수 없습니다.
이에 혜가 대사께서는 바로 다음과 같이 일갈하며 그 자리에서 불법을 전하셨다.
그렇다면 너의 그 참회는 이미 끝났노라 이제는 삼보, 곧 부처와 법과 스님들에게 두루 의지하여 살아가도록 하라."
3.
이 한 번의 대화에서 승찬 대사는 고통과 죄업이란 본래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또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다
는 대오각성을 얻고 나병 조차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은둔과 자유의 삶, 법을 물려 받은 승찬은 그 때 불교를 아주 강하게 탄압한 주 무제(周 武帝)의
폐불 정책 사건을 피해 완공산(皖公山),
사공산(司空山) 등 아주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름도 얼굴도 모두 숨긴 채 거적때기를 걸치고 다만 그져 산속을 거닐었으며 세상 부귀영화라든가 또는 명예 심지어 스승이라는 권위조차 모두 내려놓은 극단의 무심(無心)과 자유를 실천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4.
나중에 제자인 제4조 도신(道信)을 만나 법을 전한 뒤 곧바로 나무 아래에서 서서 편안하게 입적(立寂)했노라며 전해진다.
<신심명>은 곧 분별을 내려놓은 길로서 승찬 대사가 후세에 남긴 큰 유산이라면 이는 선시의 백미로 꼽히는 짧은 시로서
신심명(信心銘)을 가르치는 시詩다. 첫 구절부터 좀 더 마지막 구절까지 스님이 깨달은 삶의 길을 명료히 보여준다.
5.
지도무난 (至道無難)
유혐간택 (唯嫌揀擇)
증애불생 (憎愛不生)
단연명백 (端然明白)
궁극의 깨달음 길은 어렵지 않으니
이것 저것 따지고 분별하지 말지니
미움과 사랑의 마음만 생기 잖으면
참모습이 명백하게 잘 드러 나리라
좋고나쁘고 옳고 그름이란 두 끝은
망상으로 하나하나 지어낸 것일 뿐
저 승찬 대사께서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한마디가 여기 있으니 보시라
6.
승찬 대사의 삶의 길은 집착과 분별을 다 내려 놓는 순간 그 거대한 자유와 평온이 찾아 온다는 사실을 몸소 잘 보여 줌이다
절망적인 병마와 시대의 탄압 속에서도 마음의 본래 깨끗함을 깨닫고 천지간을 자유롭게 거닐었던 그 길은 실로 수많은 분별과 갈등 속에서 열심히 잘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극히 지혜로운 것으로서 이정표가 끝내 되어줌을 설하시고 있다.
7.
이 글은 하마 오래 전, 2018년 6월부터 시작하여 2020년 4월에야 끝을 맺었다
특히 2020년 2월은 코로나가 엄습하여
그동안 쓴 글을 여기저기 지우고 잊은 뒤
다시 그 글을 찾아올리려는 일로써 아주 엉뚱한 일이 생기고 글이 중구난방이 된 것을 손질하고 또 손질하곤 해 온것이다. 그래설까! 순수한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망가졌음을 이제 이와 같이 낱낱 고한다. 다시금 말씀드리거니와 코로나로 인하여
그동안 생각의 세계와 지식의 세계 등이 꽤 많이 망가졌음을 말씀드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내 생각의 세계가 이처럼
망가질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나 말고도
얼마나 하고 많은 분들의 삶이며 생각의 세계가 망가졌을까를 생가해보면 아흐으 생각조차 더듬어보기도 싫어지곤 하지만 하나 우린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8.
그래서일까. 산승의 새벽 편지가 때로는 끊기고 또 때로는 이어지되 글의 내용이 뒤죽박죽이 된 것도 솔직히 말씀드린다.
그래도 끝으로 글 내용이 아예 없어지지 않으며 오늘날까지 아주 잘 이어지도록 낱낱이 가꾸어 온 우리절을 사랑하시는 대표님, 화주님 시주님 그리고 예로부터 인연이 있은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나무의사 상보당, 동원대학 제37기 동분과 더불어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보살. 행자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항상 우리절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깊이 감사합니다.
9.
아울러 도서출판 도반 대표 김광호 님과 이상미 님 그리고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부처님의 자비하신 가호가 늘 어디서나 함께 하시길 삼가 간절히 염원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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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2026 이른 아침
제12교구본사 해인사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동봉 정휴 삼가 두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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