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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국민연금 개편안, '더 내고 늦게 받는' 것 외 다른 대안 없다(한국경제신문 사설)
국민연금 개혁안의 밑그림이 나왔다.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더 많이 내고, 받는 시점은 늦추는 게 골자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현재 20세인 신규 가입자의 기대 여명을 감안해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보험료율,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세 가지 변수에 대해 18개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너무 많은 시나리오를 나열한 것은 아쉽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국민연금 모수 개혁의 유일한 해법임을 확인시킨 것은 다행스럽다. 그동안 거론돼온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연금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눈속임일 뿐이다. ‘덜 내고 더 받는’ 묘안이 있는 양 주장하며 개혁은커녕 뒷다리를 잡은 지난 정부의 논의에 비하면 그래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연 0.6%포인트씩 같은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보인 점도 평가할 만하다.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목표치를 고려하면 당장 내후년부터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해 최소 15%, 혹은 18%까지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한 셈이다. 여기에 수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조합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어떡하든 2055년으로 예정된 고갈 시점을 2093년으로 미뤄 ‘내가 나이가 들면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청년들의 우려를 없애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를 겪으면서도 9%의 보험료율은 25년째 제자리다. 저출산 여파로 보험료를 납부할 가입자는 향후 5년간 86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데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수급자는 240만 명 넘게 늘어난다. 세대 간 타협을 끌어낼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 더 이상 개혁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당초 약속대로 다음달까지 구체적인 실천안을 내놔야 한다. 지난 정부처럼 무책임하게 4개 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해 개혁을 흐지부지 만들어선 안 된다.
국민 공감과 설득이 관건이다. 찬성률이 86%에 이를 정도로 개혁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70% 이상이 보험료율 인상에 부정적이고, 절반 이상은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을 반대하는 게 국민 정서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인기 없는 이슈인 연금 개혁은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설득에 나서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국민연금 파산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까지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모두가 불행한 파국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