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맞닥뜨릴 때부터 끊임없이 주장했던 것이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박멸하고야 말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박멸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겼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천연두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든 바이러스는 우리와 같이 지내고 있다.
자연과의 싸움을 전쟁처럼 하면 안 된다. 자연에서는 인류의 전쟁처럼 끝이 난다는 게 거의 없다. 그냥, 적절히 서로 적응해가면서 살아가는 게 자연이다. 그래서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했더니 어느 날 위원장(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일을 하라고 연락이 왔다.
진화생물학자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말하면 오미크론은 반가운 바이러스다. 이게 전파력이 강해진다는 건 끝나간다는 걸 의미한다. 전파력이 강한데 치명력도 강할 수는 절대로 없다. 막 죽이면 전파가 안 되기 때문이다. 죽으면 다음 사람한테 전파를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들끼리도 경쟁적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강한 바이러스들이 여기저기 막 죽이고 득세를 하다가 전파가 잘 안 되니까 그들끼리의 경쟁이 시들어지고, 걸렸는지도 모를 것 같은 이런 약한 바이러스만이 사람들 사이로 옮겨 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옮겨 다니다 보면 어느 수준에서는 감기 비슷하게 대충 앓고 끝나는 병이 된다. 그래서 오미크론은 나 같은 진화생물학자가 볼 때는 가는 방향이고, 고마운 진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수공통이라는 게 좀 문제가 된다. 바이러스와 우리만의 공진화, 즉 함께 서로 진화하는 것이라면 위에서 말한 공식이 맞아떨어지는데, 바이러스는 동물 쪽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사람 쪽으로 올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이런 변수들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그래서 아주 자신 있게 끝났다고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구상의 포유동물 전체 종수의 절반이 쥐고, 그 중 절반이 박쥐이다. 지난번에 유행했던 사스도 박쥐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인간들이 숲을 훼손하다 보니까 박쥐는 물론 박쥐한테서 바이러스를 옮겨 받은 다른 동물들하고 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박쥐는 숲속에서 다른 야생동물들과 접촉을 하고, 그 야생동물을 인간들이 괴롭히다가 옮은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박쥐들의 분포 변화를 빅데이터를 통해 관찰해 보았더니 온대지방에 박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생겼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중국 남부로 드러났다. 거기에 100년 동안 무려 100종류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그중에 하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이런 일이 기후변화를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첫 회의 모두발언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절대로 옛날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일상복원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좀 더 재정립하는 일에 우리가 매진해야 한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의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야생동물들이 편안하면 우리도 행복해진다. 자연과 우리가 공존함으로서 서로 행복하고 편안한 관계가 돼야 코로나19같은 팬데믹이 사라진다.(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