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출사표를 보고 질주본능이 꿈틀대는 태진이, 음성군 광혜원에서 살고 있는 계현이가 같이 간다고 나섰습니다. 당일 아침 6시 25분쯤 올팍에서 태진이를 태우고 출발 했습니다. 태진이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바로 잠에 떨어져서 감곡IC 도착해서야 눈을 뜨네요. 그래봤자 1시간 남짓. 주위를 둘러보니 축제장 치고는 웬지 썰렁합니다. 배번과 기록칩은 당일에 신청한 사람들도 나눠주네요. 태진이랑 계현이 모두 하나씩 챙겼습니다.
9시 반쯤에야 비로소 20킬로 남자 경쟁 출발, 10분 후 여자 경쟁 출발. 그런데 참가 인원이 적다보니 여자 경쟁부분은 10명 남짓 달립니다. 큰 대회라면 여자부 선두팩 한무리 밖에 안될 인원이네요. 우리들은 비경쟁 20킬로 신청했었는데 태진이는 몸도 풀겸, 코스도 익힐겸 경쟁에 붙어 먼저 10킬로만 달려 보겠답니다. 왕복 10킬로 코스를 두 바퀴 돌아야 하는 좀 색다는 대회, 그런데 태진이 들어와서 하는 말이 첫 반환점까지 5킬로는 업힐이고 반환점 막바지에는 경사가 45도 라네요. 그러더니 새로산 10090 프레임셋 오르막길에서 힘들어 죽겠다고 본 게임에서는 1084로 달리겠답니다. 두 번을 왕복하는 코스이다보니 남녀 경쟁이 끝나고야 비경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7순은 되어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마지막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간신히 끝났는데 기다리는 사람들 더워 죽을지경 입니다.
11시, 드디어 비경쟁 출발. 이것도 남자 먼저 출발하고 10분 후에 여자 출발 예정이었나본데 사람도 많지 않고 시간도 늦고해선지 그냥 같이 출발하기로 바뀌었습니다. 근 1달간은 비내리는 하늘 쳐다보느라 인라인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어제 부서 회식에서 삼계탕에 인삼주, 맥주 마신게 잘못되었는지 아침에 설사도 나와서 몸이 별루 안좋습니다. ET가 되었다는 계현이 뒤에 바짝 붙어서 슬슬 속도를 올리는데 초반부터 오르막 장난 아닙니다. 지방에서 먹고 자고 운동은 못했다는 계현이, 실력은 줄지 않았네요. 내 보조를 맞춰 몇 번을 속도를 줄여주곤 하더니 나중에는 그냥 치고나가는데 한 200미터는 떨어졌습니다. 아니 근데 이런 젠장, 이번엔 웬 여자를 뒤에 달고 앞에서 끌어주네요. 나쁜 쉐이. 약이 올라서 뒤에 붙어서 뭐라 한마디 해주고픈데 좀체로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어느덧 벌써 반환점 돌아오는 태진이, 선두팩의 제일 앞에서 원피스 상반신을 벗은채 이끌고 내려옵니다. 신달자에 저런넘이 있다니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내 앞서 반환점을 돌아온 계현이가 날 보더니 '나는 고만 탈란다.' 라고 실실 웃으며 한마디 던집니다. 하긴 저 오르막을 한 번 더 올라와야 하고 싶겠는가. 나도 죽을지경인데. 첫 번째 반환점, 태진이 말한것 처럼 45도는 아니지만 25도는 되어보이는 언덕배기 끝단에 있네요. 반환점 다운힐을 시작하니 이미 지친 다리가 덜덜 떨리며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급경사 내려와서 완만한 구간에서도 푸쉬 하기가 겁이 나서 발을 떼지 못합니다. 내리막에서 등바람이면 푸쉬 안하고도 끝까지 편하게 내려가겠는데 이건 또 웬 맞바람. 두 번째 반환점을 향해 하염없이 내려가니 반환점 돌아 설렁설렁 달려오는 태진이가 날 보며 '형님. 나 퍼져부렀어요'. 하하하. 새벽로드 40킬로에 1시간 새우잠 자고, 10킬로 한판 뛰고 20킬로 또 달리는건데 퍼지지 않고 배길 수가 있나. 속으로 '나도 퍼질 지경이다. 이늠아.
역시 계현이는 아니보입니다. 나도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복숭아 대회 진행자인 내가, 신달자 대표선수인 내가 중간에 포기한다면 복숭아를 제아무리 많이 사간다 한들 달자들이 던지는 복숭아에 맞아 죽을거 같습니다. 이를 악물고 두 번째 반환점을 과감하게 돌았습니다. 두 번째 오르는 오르막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인라인을 타는건지, 걸어가는건지. 속도 무지 안납니다. 6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 9부 슈트에 휘트니스 신고 인엣지로 나를 추월해 앞장섭니다. 으으으으으. 환장할 노릇인데 내 다리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곧이어 한무리 팩이 우르르 나를 추월하는데 남녀노소에 노만 없고 각양각색 입니다. 세 번째 반환점을 저 앞에두고 도저히 참을수 없어서 긴 생머리의 예쁘게 생긴 진행요원 아가씨한테 한마디 '나 물좀 주세요'. 경사 심한 곳이라 테이블을 설치하지 못하고 물통을 땅바닥세 세워두었습니다. 아스팔트에 놓인 물통 집으려다가 멈춰서면 거기서 끝장날것 같았습니다. 그 예쁜 아가씨 얼른 달려와 집어줍니다. 착하기까지 합니다. 목을 축이고 죽을힘을 다해 반환점 돕니다. 9부슈트의 휘트니스 할아버지는 벌써 저만치 내달립니다. 그 긴 생머리의 예쁜 아가씨 나한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힘내세요'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네? 으라차차. 갑자기 없던 힘이 샘솟습니다.
첫 다운힐에서는 다리에 힘이 없었는데 이제는 초장부터 푸쉬를 해도 안정감이 있습니다. 윤샘에게 배운대로 리듬감 있게 중심이동만 해주는데도 속도 짱입니다. 나름 여태 경험하지 못한 속도입니다. 뭐 내리막길 이니까 당연하겠지요. 9부슈트의 휘트니스 할아버지 대번에 추월했습니다. 체격 좋은 젊은 남자 하나를 추월했는데 얼핏 내 뒤에 바짝 붙어 죽어라 떨어지지 않으려는것 같습니다. 절반쯤 내려오니 '힘들어 죽겠네. 더이상 못달리겠다'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뒤에 붙던 그 사람 이번엔 자기가 앞장서겠다고 앞으로 나서는데. 하하하. 얼마 달리지 못하고 멈추네요. 또 추월해서 내달렸습니다.
어느덧 피니쉬라인. 계현이랑 태진이가 날 반겨줄 줄 알았는데 어디들 짱박혔는지. 피니쉬라인을 지키고 있는 사람 10명도 안됩니다. 골인 직전 카메라를 나에게 겨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V자로 잠시 포즈 취해주면서 쑤욱 들어오니 기록칩 반납처 근처 계현이 차 안에서 둘이 에어콘 틀고 날 쳐다보며 실실 웃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바깥 기온이 36도 입니다. 쓰러지지 않은게 다행이네요. 참으로 무덥고 힘든 대회였습니다.
찜통더위속 땡볕 아래서 오르막 위주의 힘든 대회였지만 완주하고 나니 뿌듯합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8월의 대회는 뛰고싶지 않습니다.
- 이번 대회 몇 안되는 출전자들중 초등학생 정도 보이는 꼬마들이 레이싱 부츠 신고 출전 했네요. 제법 달리는 자세가 잡혀 있었는데 반환점 1번 돌고는 그냥 내려들갔는지 두번째 반환점 지나서는 못봤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다행입니다.
- 면단위 경로당 동아리에서 단체로 나오셨는지 60~70대 할아버지들 10여명 보이더군요. 완주하신 분들도 꽤 되시는것 같은데 위험 천만한 일 입니다. 기억에 남는 분은 또다른 9부 슈트의 할아버지 한 분이셨는데 뒤에서 달리다보니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 지름 6센치 정도의 구멍이 났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넘어져서 무릎에 구멍난 9부슈트 돌려서 입으신것 같습니다. 종아리에 구멍나는거 보셨나요?
첫댓글 오빠 더운 날씨엔 넘 무리하지 마세요....그래도 안전하게 완주하셔서 다행입니다..^^일이오빠 화이팅!!!ㅋㅋ아!!!그 예쁜 아가씨 전화번호좀 물어보시징...ㅋㅋㅋ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다운힐 하다말고 돌아가기 힘들더라 ㅋㅋㅋ 25도 경사여 25도.
대회 지대로 뛰고 왔넹~~~ 더운날씨에 수고 많았삼~ 내년에는 나도 함 따라가볼까~?ㅋ
내년엔 영숙이를 신달자 대표로 보내줄테니 복숭아 사와~ 난 안갈래~ ㅋㅋㅋ
헐~
흠~
아쉬워요 펴지지만 않았어요 ㅡ.ㅡ;/
태진인 업.다운이 심한코스에서 전날 밤샘하고도 부상당하지 않은게 다행이다....ㅋㅋ 수고 많았어~~
여의도 갔을때 눈좀 붙이고, 경쟁 10킬로 뛰지만 않았어두 퍼지지 않았겠지.ㅋㅋ 이젠 피곤이 풀렸냐? 내 셔츠는 어제 갖다주지 않았어도 되는데 고맙다.
무더운 날씨에 완주하느라 수고많았어..... 복숭아 먹으면 이뻐진다는데 많이 먹고 좀 이뻐지고 온겨? ㅎㅎㅎ
아~! 그랬나요??....맨날 복숭아먹구 피부좀 관리해야겠다~ ^^ㅋ
제가 본래 이뻐요. ^_____^ 선크림 바르고 달려서 피부가 타지는 않았어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짝짝짝~!!
고맙구만
재미있네요 ㅎㅎㅎ 수고하셨구요..
빨랑 살찌는 비법이나 알려줘~
일이 더운데 수고 마이 했다참가하고온 계현이랑 태진이도 모두모두 수고
행님요. 고맙습니더. 좀 힘들기는 했어두 역시 대회가 재밋네요. 이번 대회는 대회라기 보다는 로드 축제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대회는 그런 기분으로 참석 해야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복숭아 넘 맛있게 먹었어용~ ^^
헐헐. 어제 정모에서 나를 반겨주던 회원들의 모습. 맨발로 우르르 뛰쳐나오더니 복숭아 자루받아들기 바쁘더만.ㅋㅋ 이제부턴 뱃속에 담아와야겠다. 속도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면 역시 대회가 재밋다. 은경이 가을엔 자주 참석 해 봐~
더운 날씨에 대회 참석하신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달릴땐 힘들었는데 그래도 지나고 나니 뿌듯 하네~
난 이제 요령만 늘었다..ㅎㅎㅎ 옛날과 같은 열정이 가득하지 못하네....
그게 다 ET가 되어서 그런겨. 사람으로 돌아오그라~ ㅋㅋㅋ
정말 대단해요~~~열심히 달리는 모습 넘 멋있었을거 같네요~~
여주도 대회에 한 번 참가 해 봐요. 응원이라도 와서 한 번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