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41. 마하움막가 본생(‘본생경’ 546번) ② 왕궁에 들어가다
어려운 문제도 막힘없는 답변…지혜·경계 상징
왕이 낸 아홉 가지 난제 풀어내자 초대 받아 궁전에 입성
‘노새 비유’로 통념 깨고 왕의 양아들이자 현자로 추대돼
마니주·카멜레온·흑이 에피소드 등 상황마다 교훈 담겨
아잔타 석굴 16굴의 벽화. 마호사다와 현자들.
마호사다(이하 대약)가 일곱 사건을 해결하자, 왕은 다시 아홉 문제를 내고, 못 풀면 벌금 천 냥이라 했다.
⓵ 카디라 나무 몽둥이의 위쪽과 뿌리 쪽을 알아내라. ⓶ 남녀 두개골을 구분하라. ⓷ 암수뱀을 구분하라. ⓸ 새하얀 전신, 뿔 달린 발, 혹 달린 머리, 때 맞춰 하루 세 번 우는 우왕(牛王)을 궁에 보내라. ⓹ 구부러진 여덟 구멍이 있는 마니주에 새 실을 꿰라. ⓺ 황소가 새끼 낳게 하라. ⓻ 쌀, 물, 가마솥, 부엌, 불, 섶을 쓰지 말고, 남녀 손을 빌리지 않은 초밥을 지어 궁에 보내되 기존 길을 통하지 말라. ⓼ 모래 밧줄을 꼬아 보내라. ⓽ 새 연못을 보내라. ⓾ 새 정원을 보내라.
대약의 답이다.
⓵ 물에 담궈 가라앉는 쪽이 뿌리다. ⓶ 남자 것은 솔기가 곧고, 여자 것은 구부러졌다. ⓷ 암뱀은 굵고, 숫뱀은 가늘다. ⓸ 흰 닭을 보냈다. ⓹ 마니주 구멍과 실 끝에 꿀을 발라 개미가 지나가게 했다. ⓺ 왕에게 아버지가 아이 낳은 법을 가르쳐 달라 했다. ⓻ 유사 재료로 환관에게 초밥을 짓게 해 오솔길로 보냈다. ⓼ 왕에게 모래 밧줄의 견본을 달라 했다. ⓽~⓾ 새 연못과 정원이 낯을 가려 숲에서 나오려 하지 않으니 왕이 옛 연못과 정원을 보내주면 같이 매어 데려 오겠다고 왕에게 말했다.
마침내 왕은 직접 그를 데리러 갔다. 그러나 왕이 탄 말의 발이 갈라진 땅에 빠져 다쳤다.
세나카가 조언하길, “‘내가 거기 가려고 나갔다가 말이 발을 다쳤으니, 보다 좋은 말을 보내든지, 노숙한 사람을 보내라’ 하십시오. 좋은 말을 보내려면 자기가 오고, 노숙한 사람을 보내려면 아버지를 보낼 것입니다.”
대약은 아버지를 먼저 입궁케 하고, 자신은 천 명의 친구와 함께 갔다. 도중에 개천가의 나귀를 묶어 갔다. 왕이 반갑게 “적당한 자리에 앉으라” 하자, 대약은 먼저 와서 자리에 앉은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궁에 오기 전 대약과 미리 약속한 바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약속대로 “현자여, 이 자리에 앉으라”하고 일어났다. 대약은 거기 앉았다.
네 현자를 비롯한 사람들이 크게 비웃고, 왕도 불쾌했다.
대약: 불쾌하십니까?
왕: 불쾌하다.
대약: 무슨 까닭입니까?
왕: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고 네가 앉았기 때문이다.
대약: 모든 경우에 아버지를 아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왕: 그렇다.
대약은 묶어온 나귀를 왕의 발 앞에 눕히게 했다.
대약: 이 나귀는 값이 얼마겠습니까?
왕: 쓸모 있다면, 8카하파나이다.
대약: 이 나귀에 의해 암말이 노새를 낳으면 얼마겠습니까?
왕: 헤아릴 수 없다.
대약: 대왕님은 어떤 경우도 아버지는 아들보다 낫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진리라면 노새보다 나귀가 나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낫다고/ 대왕께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 노새에도 해당되리/ 나귀는 노새의 아비이니까’
대약: 아버지가 아들보다 낫다면 당신은 내 아버지를 취하십시오. 아들이 아버지보다 낫거든 나를 취하십시오.
왕은 매우 기뻤다. 신하들도 만세를 부르고 손가락을 퉁기며 옷을 흔들었다. 왕은 동맥중촌을 선물로 주고, 대약을 아들로 삼았다. 대약은 왕궁 밖에 집을 하사받고 왕의 현자가 되었다.
어느 날 마니주가 연못에 나타났다. 그는 마니주가 연못가 큰 나무의 까치집에 있음을 알고 왕에게 찾아주었다.
왕이 왕원에 갈 때, 문 꼭대기에 사는 카멜레온이 바닥에 내려와 인사했다. 왕이 그에게 과분한 고기를 주자, 왕이 지나가는데 내려오지 않고 문 꼭대기에서 머리를 흔들며 누워있었다. 왕은 이유가 궁금했다. 대약이 말했다.
‘일찍이 얻지 못한 반 마사카의 고기를/ 이제 얻었기에 카멜레온은/ 미틸라시를 모두 가진/ 비제하왕을 경멸하는 것이다.’
왕이 왕비를 얻었는데, 그 인연이 흥미롭다. 미틸라의 한 청년이 탁실라의 스승에게 공부하고 하직을 고했다. 스승은 성년의 딸을 수제자에게 주는 집안 관례대로 천녀 같은 딸을 주었다. 그러나 청년은 흑이(黑耳=불운한 자)이고, 여자는 복녀(福女)였다.
밤이 되어 그는 아름다운 침대에 누웠다. 그녀가 침대에 올라오자 불쾌해져 맨땅에 내려갔다. 그녀도 따라 내려와 곁에 누었다. 그는 침대에 올라갔다. 그녀도 올라갔다. 그는 다시 맨땅에 내려왔다. 이러기를 몇 번 반복했다. 결국 그녀는 침대에서, 그는 맨땅에 잤다.
이렇게 이레를 지내고 청년은 그녀를 데리고 미틸라로 왔다. 청년은 도성 가까이 과실 많은 우담바라나무를 보고, 몹시 배고파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 먹었다. 그녀도 배고파 밑에서 과일을 던져 달라 했다. 그는 “당신은 손발도 없습니까? 당신이 올라와 따 먹으시오.” 그녀는 올라갔다. 그는 급히 내려와 가시로 나무를 감고 “나는 이제 불운한 자로부터 벗어났다”하고 달아났다. 그녀는 내려올 수 없어 앉아 있었다.
해질녘 왕이 코끼리를 타고 오다가 나무 위의 그녀를 보고 반했다. 왕은 남편이 있나 물었다. 그녀는 “집에서 정해준 남편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여기 두고 달아났습니다.”
왕은 그녀를 첫째 왕비로 삼고 우담바라왕비라 불렀다.
어느 날 왕이 사람들에게 길을 닦게 하고, 왕비와 함께 수레를 타고 왕원에 갔다. 왕비가 청년이 길을 고르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이 흑이입니다!”하며 웃었다. 왕이 그녀가 웃는 것에 화가 나서 “왜 웃느냐?” 왕비는 “저 사람이 나를 우담바라나무에 올라가게 한 뒤 달아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을 보고 웃은 것입니다.” 왕은 거짓이라며 다른 사람을 보고 웃은 것이라고 칼을 뽑았다. 공포에 질린 왕비는 “제발 저 현자에게 물어주십시오.”
왕은 세나카에게 “왕비의 말을 믿는가?” 세나카는 “믿지 않습니다. 누가 이런 여자를 버리고 가겠습니까?” 왕비는 더욱 겁에 질렸다.
왕은 대약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미인이요/ 절조 높은 부인인데/ 사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너는 그것을 믿는가?’
대약이 답했다. ‘나는 믿는다./ 남자는 불운한 자이리/ 길상(吉祥)과 흑이는/ 원래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왕은 마음이 고요해졌고, 잃을 뻔한 여보(女寶)를 얻었다며 대약에게 십만 금을 사례했다. 왕비도 왕에게 인사하고 “그를 내 동생으로 삼는 은전을 주십시오”하였다. 그날 이후 왕비는 동생과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리 맛난 것도 먹지 않고, 언제나 맛난 것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노새 문답은 통상적 관념을 깬다. 마니주 문답은 드러난 모습이 가리키는 본체를 찾고, 카멜레온 문답은 처지가 나아졌을 때 자기분수를 망각하는 우를 경계한다. 길상과 흑이 문답은 미녀에 대한 환상을 깨고, 저마다 자신의 분이 있음을 알게 한다.
[1698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