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불교의 최대 행사 가운데 하나인 ‘까티나 축제(Kathina civara)’가 우리나라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인천 부평 미얀마 불교선원(선원장 우소다나 스님)은 지난 10월29일 미얀마 신도와 한국불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까티나 가사공양 의식을 봉행했다.
<사진설명: 축제에 참석한 한 신도가 지난 10월29일 선원장 우소다나 스님에게 가사를 올리고 있다.>
까티나 축제는 안거를 끝낸 스님들에게 신도들이 가사를 공양하는 의식으로,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다음 가는 큰 행사로 여기고 있다. 까티나는 빨리어로 가사를 짓는 천을 짜기 위한 사각 틀을 의미한다. 스님들이 3개월 동안의 우(雨)안거를 마치면 신도들은 자유롭게 스님을 모시고 가사공양을 할 수 있다.
남방불교의 대표적인 불교의식이 축제로 불리게 된 것은 신도들이 꾸민 장엄물 때문이다. 나무 모양으로 만든 틀에 스님에게 바칠 각종 공양물이 내걸리는데, 각 가정이나 마을은 장엄물을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 경쟁처럼 번지며 축제로 승화하게 됐다. 부평 미얀마선원에서 봉행된 까티나 축제에서도 돈과 부채, 치약, 칫솔, 선물세트 등 다양한 공양물이 걸린 장엄물이 선원 곳곳에 조성돼 눈길을 끌었다.
축제기간 내내 신도들은 스님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봉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얀마 신도들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 고단하고 넉넉하지 않지만 이날만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정성을 다한 공양물을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얀마식으로 준비한 점심공양도 깊은 존경과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번 축제는 연례행사이기는 하지만 선원에서 주관하지 않는다. 신도들이 모여 날짜와 시간을 정해 스님들을 초청한다. 공양물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님에게 올릴 수 없다. 부처님과 교단 전체를 위한 공양물이며, 공양물을 받은 스님은 그것이 필요한 다른 스님에게 준다. 까티나 축제는 미얀마 신도들의 남다른 불교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사다.
이날 축제의 절정은 신도들의 가사공양 의식. 각자 마련한 가사를 두 손에 들고 머리높이까지 올리고 경전을 독송했다. 이후 한 명씩 나아가 스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가사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올렸다. 스님은 공양물에 살짝 손만 댄 채 신도를 축원했다. 재물을 소유하지 못하는 불교의 전통이 그대로 발휘된 때문이다.
미얀마 신도 묘딴서(39)씨는 “스님에게 가사를 공양하면 다른 보시행보다 공덕이 크기 때문에 신도들이 정성을 다하고 있다”며 “불교전통행사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한국에 있는 미얀마 사람들이 오랜만에 서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는 축제로서 의의도 크다”고 말했다. 먼 타국에서 고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게 까티나 축제는 고향을, 행복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인천=김하영 기자
“5가지 공덕 쌓는 보시행 한국불자도 동참해주세요”
● 선원장 우소다나 스님
우소다나 스님이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선원 가운데 하나인 마하시 선원에서 주석하던 스님은 한국에서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의 사연을 듣고 선뜻 먼 이국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님이 오셨으면 한다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선원이 설립되기 전 미얀마 불자들은 여러 유혹을 감내해야 했다. 타종교의 공세에 마음이 쏠리기도 했지만 그 때마나 고향으로 전화를 걸었다. 고향 스님에게 보시하고 싶다고 가족에게 부탁했다.
때문에 처음 부평삼거리에 마련한 작은 법당은 미얀마 불자들이 쇄도하면서 지금의 부평1동에 위치한 3, 4층 건물로 옮길 수 있었다. 비록 여관 등 숙박시설이 주변에 즐비해 여법한 환경은 아니지만 스님에게는 이곳도 청정도량이다.
현재 미얀마선원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200여 명. 그들은 법당을 불자로서 신행을 유지하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쉼터로 사용하고 있다.
스님에게 한국 생활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날씨였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처음 만난 스님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 혹독한 날들을 보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김치도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스님은 가사공양의 공덕을 강조했다. “가사공양은 불자들이 5가지 큰 공덕을 쌓는 보시행입니다. 한국불자들도 업장을 소멸하고 복밭을 짓는 불사에 모두 동참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