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제주 신시가지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한 달 살기는 관광지 펜션들의 비성수기 운영 대책으로 변용됐다가 지금은 아예 한 달씩만 임대를 받는 전문숙소 위주로 운영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김씨가 한 달 간 묵은 곳은 제주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제주의 첫 한 달 살기 전용 숙소 ‘레이지 마마’. 아이가 한 달간 유치원을 빠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체험학습 보고서를 내기로 하고 5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이곳에 묵었다. 비용은 총 400만~450만원 정도 들었다. 한 달 살기 전용으로 운영되는 숙소들은 보통 원룸 월 100만원, 단독 별채는 월 2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는다.
“아이랑 저랑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놀기만 했던 1주일이 가장 잊혀지지 않아요. 관광지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그 1주일이 너무 좋았어요.” 아이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아침이면 늘 억지로 깨워 억지로 먹이고 입혀야 했던 도시에서의 삶과 달리 아이는 스스로 눈을 떠서 스스로 먹고 입는 자기주도적 삶을 살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나가 놀고 싶어서였다. “수줍음 많던 아이가 자신감도 넘치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변했어요. 주변에서 다들 야물어졌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아이가 지금도 제주 이야기를 할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죠.” 김씨는 “제주에서 보낸 한 달 덕분에 ‘때로는 멈춰도 괜찮구나’를 배웠다”며 “주변에 제주 한 달 살기를 강력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양림을 슬슬 걸어 다니며 온종일 산책하는 것도 ‘제주에서 한 달 살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사진작가 정승교. 라이스메이커 제공
여행과 살기 사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초창기 제주에 한 달씩 살러 내려오는 사람들은 이미 여행을 많이 다녀본, 아이들 교육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전업주부인 엄마가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저학년 자녀들을 데리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내려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훨씬 대중화돼 다양한 유형의 부모와 자녀들이 제주도에 한 달 살기를 하러 내려온다. 곧 출간되는 ‘아이랑 제주 한 달’(라이스메이커 발행)을 쓴 이연희 레이지마마 대표는 “요즘에는 제주도 이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진지하게 사전답사의 의미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의 매력은 여행과 살기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3박4일 여행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감각의 쾌락과 도시의 일상에서는 추구하기 어려운 느리게 살기가 이 곳에서는 동시에 가능하다. 처음으로 제주 한 달 살이에 관한 책(‘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북하우스 발행)을 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전은주씨는 삼다도 제주를 컴퓨터와 텔레비전과 장난감이 없는 ‘삼무도’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엄마들은 존재를 짓누르는 살림과 매니저맘의 의무로부터, 아이들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학원 뺑뺑이와 공부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것. 굳이 300만~4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제주도까지 살러 내려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이연희 레이지마마 대표는 “학원 다니느라 너무 지친 아이, 학원 보내느라 너무 지친 엄마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러 많이 온다”며 “굳이 스케줄 짜서 어디 가기보다는 마당 있는 집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달을 살다 보면 내가 너무 아등바등 살았구나, 아이들 닦달하며 살아온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죠. 그렇게 자기 삶에 안식월을 가지면서 뭐가 잘못됐었는지 성찰하고, 변화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관광지를 찾아가도 여유가 있다는 것, 삶과 여행의 차이다. 오설록 잔디밭에서 뛰며 뒹굴며 노는 아이들. 사진작가 정승교. 라이스메이커 제공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다
물론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다. 즐겁기보다 화가 나고, 여유롭기보다 복장이 터지는 이유를 곰곰 따져보면 거기엔 대부분 지켜지지 못할, 지켜져야 할 필요도 없는 과중한 계획표가 있다.
첫 날은 협재 바닷가에 가고, 둘째 날은 한라산을 정복하며, 셋째 날은 성산 일출봉에 올라야 한다면, 제주 한 달 살기는 이미 실패를 예정한 것이기 십상이다. “제주에 오는 목적을 뚜렷이 해야 해요. 이것저것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오면, 명소와 맛집이 빼곡히 적힌 리스트만 들고 발을 동동거리다 끝나게 되죠. 한 달 살기의 의미가 없어요.” 이연희 대표는 “정보 수집을 너무 많이 해온 엄마들이 애들을 닦달하면서 ‘늦었어, 빨리 해’를 입에 달고 지내는 경향이 있다”며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인 게 제주 한 달 살기”라고 말했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다면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실컷 흙 만지며 생활할 수 있게 마당 있는 집을 빌려 오름이나 슬슬 다니는 게 좋고, 엄마나 아이가 식습관을 바꾸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명 관광지보다는 올레길이나 오름 등 숲길을 많이 걷는 도보여행이 좋다. “사실 아이들은 어디 가는 것보다 집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해요. 마당에서 공벌레 잡으며 깔깔대고 노는 게 애들한테는 제일 재미있는 거죠. 서울에서는 체험전이나 놀이공원처럼 엄마가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짜야 놀 수 있는 데 반해 여기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잘 놀거든요. 그걸 보면서 많은 엄마들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 깨닫게 되죠.”
치밀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불안한 엄마일수록 짐도 방대하다.
선풍기에 청소기, 미니오븐에 그늘막 텐트까지, 이삿짐 수준으로 들고 내려오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경험자들이 짐을 최소화할 것을 권한다. 옷 몇 벌에 수영복, 수건, 얇은 이불, 각종 양념과 먹거리 정도면 족하다. 세제나 휴지 같은 소모품은 현지에서 사면 된다. 요리에 너무 전념할 필요도 없다. 아이를 키운 팔할은 언제나 김과 계란 아니었던가. 아침은 간단히 해먹고, 점심은 도시락 싸먹고, 저녁은 저렴한 현지식을 사먹으면 그만이다. “짐이 많으면 삶이 무거워져요.
엄마 혼자 다 들고 다니지도 못하고요. 제주도에서 느리게 살고, 가볍게 살고, 여유롭게 살기 위해 한 달간 오는 건데 짐이 많으면 안 되죠.” 이연희 대표는 “정보도, 짐도 최소화하라”며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이 완벽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 기사글 분석내용.--.
1. 윗글은 ..모든것을 돈으로 해결한다는 ..좀 상업적인 부분 농후함.
2. 몬? 여자가 음식을 다 사먹는감 ?... 문제도 큰 문제..교육자란 사람이...ㅉ.
3. 방은 구하기 힘든게 사실이고..좀 비싸다 ...월50~60만원 이하 없고..단 여행 할곳는 많음
(여름 휴가철은 방이 없다고 보면 됨...ㅋㅋ 숙소는 제주 버스터미널 주위가 좋을것 같음..비싸지만.......
게스트 하우스도 많고....일단 제주일원 교통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
4. 여행 갈때는 참 많음...ㅋㅋ. (산 ,바다, 계곡,섬.절.자연 수양림.낚시.먹거리 촌...요즘 지금도 바닷가 나가면 긴팔 필요...)
5. 제주도는 갈매기 구경 잘 못함......없는것 같은데..
지금 월요일 오전 ...비 열나게 붓고 있는중임... .. .
( 비는 오고 애인도 없어서....피시방서 노는중.....ㅠㅠㅠ )
난 작은 짐가방과 베낭 하나가 전부인데...
필요한 옷은 그때마다 사 입고..짐 되는것은 계절 지나면 다 버리고.
버너와 양은그릇과 휴대용 접시,커피는 필수 .(배 고프면 길가다 끓여 먹어야지..).
요즘 편이점이 곳곳에 있어...편함...
신문 기사가 있길래...관심있게 읽어보다가 누구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해서 올렸음....ㅋㅋㅋ
첫댓글 ㅋㅋ나도 저렇게 한달간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냥 편하게 살아봣으면 좋겟네요 ~용감하게 한달살기에 도전해보신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싶습니다..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