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화창한 봄날 오후 3시 조금 지나서 였다.
외출을 했다가 막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순간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오래도록 울렸다.
황급히 아파트 키를 열고 집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는 다름아닌 동창생 영규의 반가운 전화였다.
23년 만에 들어 보는 영규의 밝은 목소리
조금은 허스키한 음성이었지만 무지 반가웠고,
조금은 황당했다.
나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말 너 영규맞어? "
21살때 나에게 사랑의 러브레터를 보냈던 주인공 박영규였다.
영규는 첫 부임지가 경남 울산시청이었다.
21살때 영규는 3장의 종이에 빽빽하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서 나에게 핑크빛 사랑의 러브레타를 보내 주었다.
나는 그 글속에서 어찌나 한자가 많이 씌여 있음을 보고,
영규가 상당히 한문에 자신이 있는것 같았다.
공부잘한 영규의 글속에서 영규의 실력이 보이는것 같았다.
영규의 편지를 받고 어떻게 해야할찌 ....망설였다가...
용기를 내어, 답장 대신에 영규의 집을 가정 방문 하기로 생각하였다.
그당시에는 연애하면 부모님께 찍히기 때문에 조금은 두려웠다.
부모님이 너무 무서워서리.....
영규는 경북대학에 미역국을 먹고 부산에서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재수를 하고 있을때에 우리집에 들려서 우리어머니 한테 주소를 알아내고
맛있는 짜장면 곱배기로 대접받고 나에게 편지를 한것이었다.
어머니는 영규성격이 아주 서글서글하고
남자다운 성격이 마음에 든다면서
내가 집에 가니까 영규이야기를 하였다.
영규의 편지를 받고 3개월 뒤에 영규집을 방문 하였는데
영규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영규네 대청마루에 걸린 사진 액자를 보고 한참을 기다리니까....
영규어머니께서 밭일을 하시다가 점심 요기를 하러오셨다.
영규 아버지는 안계시고 영규어머니께서 외롭게 혼자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셨다.
전원일기에 나오는 그러한 시골 냄새가 풍기는
공기좋고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있었다.
영규어머니는 반갑게 맞아 주셨고,
"그래 아가 너가 우리영규가 좋아하는 처자냐?
누추한 집에 찾아 와주어 고맙다. 우리영규는
울산시청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러 갔지 ..
언제 또한번 내려 올거다."
"아가 내가 맛있는 국수 만들어 올테니 먹고 가거라" 하시면서....
횅하니 부엌으로 들어 가셨다. 조금 있으니 정말 영규어머니는
국수를 맛있게 만들어 오셨다. 국수를 먹고 난 뒤에 영규어머니는
사진첩을 가지고 오셔서,나에게 보여주셨다.
그리고 우시면서 영규 큰 형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사연을 듣고보니 나도 화가났다.
영규어머니는 아들만 삼형제로 낳으셨고,
큰형이 서울대학 의대출신이었고,
의대를 졸업하여 서울여자와 호텔에서
도둑고양이 결혼을 해버렸다고 하셨다.
영규어머니는 서울 양반들은 정말 나쁘다.
우리 아들은 좋아하면서 그 아들을 낳아준
부모는 안중에도 없다면서 서운하게 생각하셨다.
그리고 서울 사돈을 원망하였다.
영규는 막내였고, 중간에 형님 한분이 계셨는데,....
그형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난 영규집에 가서 두 가지 놀랜것은 형님이
부모를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간 일과
또 한가지 놀란것은 영규어머니 입에서 나온 섭섭한 말씀이었다.
그 이야기는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
하시는 말씀이 너가 "정숙이냐?"
우리영규가 정숙이를 좋아한다지....
난 영규어머니 말씀에 쇼크받고 양다리 걸치는 영규가
괘씸하여 내 마음속에서 영규의 이름을 지웠다.
정숙이를 좋아 하면서 뭣하러 나에게 이런 장난편지를 해!
별 싱거운 놈도 다있다.
나는 버쓰를 타고 오면서 자꾸만 기분이 나빴다.
아니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영규를 까마득이 잊어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후!~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디 오늘 영규의 전화를 받고
나는 큰 오해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오해를 왜 이제사 풀어 주는지 영규의 마음도 모르겠다.
영규는 부산 시청이라면서 나의 연락처를 무지 알려고
애를 썻다고 하였으며, 그리고 영규는 자존심도 안 상한지 나에게
"영미야! 나 있잖아 중매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사성 받았놓고,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울었다고 고백하였다.
왜 울었는데.하니까 너하고 결혼하고 싶어서....."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영규는 알수없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 그 정숙이하고 행복하게 살지 않으냐? 고 말하니...
정숙이, 정숙이가 누구인데 질투를 하냐면서
우리엄마가 말씀 하시는 그 정숙이는 이웃집 누나란다.
야! 왜 이제와서 오해를 풀어라고 말하면 뭣하니......
" 왜 이제사 해명하는거야? "
" 나는 너하고 결혼할수도 있었잖아?
지금와서 후회하면 뭣하냐? 다 엎질러진 물인데.....
너도 가정 가졌고,나도 가정 가졌는데
우리가 이제 만나서 어쩌겠단 말이야? "
"그래!~ 그동안에 어디서 살았어? 계속 울산 살았냐?"
영규는 울산/ 진해/ 마산을 거쳐서 올해에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하였다.
"에이 바보야!~ 계속 편지 하던가 계속 연락을 취하지? "
"뭣!~ 우리집이 이사를 가버렸더라구? "
"우리 오빠 있잖아!~ 우리 큰오빠 한테 말하지....."
너가 날 진짜루 좋아했다면 용감하게
"우리 큰오빠 한테라도 이야기하지 그랬어."
그 당시 큰오빠는 병사 계장이었는데, 영규는 군병역 문제로
큰오빠를 만난적이 있다고 하였다.
신체검사 할 청년들을 부산 병무청으로 인솔하여,
웃통벗고 펜티만 걸치고, 건강한 신체 인가를 검사 받기위하여
명단을 체크하고,또 병역기피자들을 찾아내는 일을 담당하였는데
상당히 위엄있고,무서운 분이라는것을 느꼈다고 하였다.
" 이그~ 영규야!~ 넌 행복해! "
그리고 어젯밤에 아내하고 싸웠냐?
갑자기 내가 왜? 보고 싶어졌냐? "
영규는 큰오빠가 너무 무서웠다고 하였다.
맞아! ~ 우리 큰오빠는 무서운 사람이다.
호랑이 같이 무서워!~ 얼마전에 큰오빠를 만났다구?
공무원 교육을 우연히 같이 받고 나의 연락처를 알았다고 하였다.
영규는 " 행복하냐? " " 남편은 너를 사랑하냐? "
" 아이는 몇이냐? 남편은 모하는 사람이냐?"
" 넌 모하냐? " 여러가지 물었다.
궁금한게 많기도 하다.
오늘 저녁 당장 만나자? 영미야!~
" 에이 큰일날 소리! 우리남편 내가 밤 외출가면 눈치챈다
이상하게 생각 할거니까.....
기회봐서 한번 만나자! "
내일 또 전화 한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오전에는 교회 성경 공부하고
오후에는 자동차 면허 시험보기 위해 도로연수를 하던 중이었다.
1.2차 필기,실기시험 합격하고.
3차 도로주행 시험이 남았다.
오후 3시에 집에 들어오면 준비해서.....
학원차가 오면 우리집 앞에서 오후 3시반에
학원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영규의 전화가 연속 3일을 왔다.
만나자고 자꾸 재촉한다.
그래서 몇일 뒤에 벚꽃축제때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얀 벚꽃 길을 영규와 손잡고
다정하게 걸으면 정말 멋있을것 같았다.
낭만적이고, 추억에 남을것 같아서,불현듯 그런 상상을 하면서
몇칠만 더 기다렸다가 화창한 벚꽃 축제때 만나는것이 더
인상에 남을것 같았기 때문에.....
" 그리고 만나면 뭣할래? "
" 만나면 저녁먹고, 20대에 해보지 못한 데이트를 해야지....
그리고 노래방 가서 노래도 한곡뽑고.....으히히히 "
영규는 싱글벙글 하였다.
영규는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한다.
난 노래는 못한다고 하니 같이 부르면 된다나....
영규와 드디어 약속을 한 날이 왔고, 난 영규와
만날 장소로 가기 위해 서투른 초보운전을 하였다.
재수없게도 영규와의 벚꽃축제 첫날!~
삼거리 내리막 길에서 접속사고가 났다.
앞에 달리던 까만 승용차가 깜박이도 안넣고,
내 앞에 끼어 들기를 하였다.
앞차를 박치기 하지 않하려구 급정거를 하였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대형트럭이 내 차를 꽝!~하고 들이 박았다.
난 무면허...... 내 차는 임시넘버를 두동강 내고
차는 엉망으로 찌그려 졌고,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세강 병원신세를 지었다.
두달동안 남편은 지극 정성으로 퇴근하면,
집으로 안가고 병원으로 곧장 병문안 왔다.
남편몰래 다른남자를 만나려고 하니 하나님이 벌을 내리셨다.
영규도 바람 맞았다.
영규와는 정말 빗나간 사랑이 되버렸다.
두달 뒤에 간단한 쪽지편지와 함께 <충격 대예언>
비디오 테이프를 소포로 부쳤다.
교통사고는 영규와 내가 만나지 못한 신의 질투였나?
나는 하나님이 자꾸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남편은 정말 하나님이 맺어준 사람인가?
영규에게 " 나는 영규 너를 좋아 하였지만, 사랑은 하지 않았다."
" 내 사랑은 변함없이 사랑한 22살때 만난사람이다."
" 영규야! 정말 미안하다. 우리는 만나서는 안돼!~"
" 서로 가정에 충실하기로 하자. 만약에 우연히 만나게 되면 ....
그때 식사나 같이하자, 그리고 교회 좀 다녀라! "
" 나 너 만나면 전도할거다. 알았지? "
그리고 난 빨간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었다.
그후로는 영규의 전화 목소리는 들을수가 없었다.
글 유리바다.
첫댓글 왜 더이상 연락을 안 할까요? 궁금하고 싶어라,,,,,,,,, 풋 사랑 글 잘 읽었습니다...............
유리바다님 한가위 잘 보내셨는지요?..... 역시 젤라님은 진솔한 사람을 잘 챙기신 야무진분이셨구나? 싶군요 님같으신 분들이 샘터방에 오래도록 자리메김 하시도록, 분위기 활성화 시켜져야만 한다고 했으니..... 님에 꾸밈없는 글들, 끝이지 않고 정겨운 이곳에 뿌리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월드 예삐님, 노블리스님, 무사히 귀가 하셨군요. 이번 명절은 교통 체중이 심해서 한꺼번에 귀가하니, 고속도로가 많이 막힙디다. 샘터방에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척 피곤 하실텐데 남편들 에게 팔다리 주물러 달라고 하세요. 몸살은 안났는지.....고생 많았읍니다. 전 명절 날,부산에서 보냈읍니다.
진짜인가? ㅠ.ㅠ. 추석맞이 소설 쓰신거죠? 진짜이면 함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징..
잼 나게 잘 보았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못다한 사랑이나 못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은 부질없는 것이 랍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가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누구라도 지나온 과거의 꿈을 찾아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데 현인들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냥 가슴속에 그리는 과거가 훨신 아름답다고 하더이다~~~~
가슴한켠에 아련히 자리하고 있는 그 사랑이 누구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꾸밈없는 이야기 늘 들려주시는 유리바다님이 저는 무척 인상적이랍니다..정말 궁금해요... ^^ 해운대가면 유리바다님을 뵙고싶답니다... 그런날이 올런지... 모쪼록 늘 행복하세요~!!! ^^
샤넬5님은 해운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의 예쁜 추억이 생각나시겠군요~~~
그렇답니다 소담님~.... ^^*
바다님 우리만 보기 넘 아깝네요..사고때문에 못만나셨다지만..우째 좀 아쉽네요..몸은 괜찮으신거지요?^^ 소설같은글 잘 봤습니다^^
드라마같은 이야기 입니다 어찌 그리 변화 무쌍한 인생을 사셔서 우리에게 이렇게 읽을 거리을 제공하시는지 원 ㅎㅎㅎ 고맙습니다
유리바다님 부산해운대사세요? 나,부산이친정인데...언제 함 만나야겠네요.
어머나!~우리세상 멋진 님들 다 모이셨네요...즐거운 명절 잘 보내고 오셨읍니까? 꼬리글 예쁘게 달아주신,여섯시님,올리브유님,소담님, 샤넬님,산나물님,명숙님 장미나라님,감사합니다.
못만나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것 같네요... 유리바다님의 얘기는 끝도 없이 이어져서 ...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는군요... 언제나 행복 하세요.....
하하하~~~~~~~~~백조의 호수님. 즐거운 명절 잘 보내고 왔어요? 님들을 즐겁게 하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즐거워 져요. 님도 날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