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깁스를 푼 뒤 처음으로 병원을 가는 날이었다.
네시 예약에 맞춰 부천역으로 가는 도중 그쳤던 봄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횡단보고 앞에 농협이 있었기에 비도 피할 겸 퇴직금이 들어왔나 알아볼 겸 농협으로 들어갔다.
퇴직금은 월급을 탄 뒤 보름정도 있다가 나온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분명 입금은 안 되었을 거라 생각했으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카드 조회를 했는데 4일 만에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퇴직금이 입금되어 있었다.
따뜻해진 마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우산 하나를 샀다.
어떻게 보면 내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되어 주었던 회사였던 것이다.
입사를 한 뒤 힘든 상황이 하나하나 풀리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기에 울타리가 되어주었다는 느낌에 늘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다니던 곳이었다.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고 연말 송년회 땐 몇백 명 앞에서 무대로 나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으며
사장님이하 임직원 분들께서도 참 따뜻하신 성품이라 늘 정겨운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였다.
더구나 두달 전 남한산성 둘레길 하산 도중 빙판에서 넘어진 후 손목 골절을 입고 수술을 하며 일주일을 병상에서 지냈기에
주말을 빼고 5일을 나가지 못했으나 연차 처리를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그 회사에서 3년을 한달 앞두고 얼마전 퇴사를 했다.
그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앞으로 백세 시대에 맞춰 미리미리 노후에 대한 대책등을 생각해 두기 위해 시간활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 당시 다니고 있던 직장에만 올인하며 그 업무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무리 정년이 없는 곳이라 해도 어느 정도의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할 것이기에 노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 둬야 겠다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기본으로 따 놔야 하겠기에 사이버 대학교 편입을 했고 늘 마음에 두고 있었던
웃음치료사와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또 노인건강체조와 스피치 지도자 그리고 인성교육지도사 자격증까지...
또한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 계속 배워 나가야 할 장구와 경기민요까지 나중에 어떤 쓰임새로 쓰이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음에서 원하는 것은 배울 여력이 있을 때 해 두고 싶어서 수강신청을 해 놨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일이 많아 연장근무가 자주 있기에 매번 나만 연장근무 빼고 나오기도 미안했고
정시 퇴근 후 나온다 해도 늘 배우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기에 좋은 곳이었지만 과감히 퇴직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노하우로 좀더 가까운 인천의, 퇴근 시간도 좀더 빠른 곳에 입사를 했다.
아직 교육기간이지만 교육이 끝나면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되도 그동안 해 왔던 일과 비슷하기에 그다지 힘들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는 퇴근 후 배우는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임으로 퇴근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으로 아쉬운 마음으로 달래고 있는 중이다.
오늘 퇴직금을 확인해 본 뒤, 또다시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물밀 듯 밀려왔다.
마지막 월급을 받았을 때 뜻하지 않게 많은 월급에도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연장과 특근을 좀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오늘 퇴직금을 확인한 뒤엔 훈훈한 마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송도신도시의 내 소유 상가를 2억 8천만원에 판 뒤 사기당해 날린 돈 빚잔치로 다 없앴는데 얼마 전 확실한 건 아니지만 6억까지 간다는 정보를 어렴풋이 접했었다.
사실은 오늘 아침 그 얘기가 떠올라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약간 씁쓸해 지려던 찰라였다.
그러나 만약 그때 그 값에 팔리지 않았다면 경매 들어와 다 날아가고 우리가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마음을 밝게 돌렸던 것이다. 만약 우리 가정이 잘못되었다면 아이들한테 큰 오점을 남기는 부모가 될 뻔 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아이들한테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힘겨움을 극복하고 환하게 웃는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을 물려주는 것이 훨씬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늘 아무것도 물려줄 수 없는 아빠 엄마를 보면서도 최고 엄마, 최고 아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그래서 우리집은 다 최고만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늘 최고 아빠, 최고 엄마, 우린 늘 최고 딸, 최고 아들...
행복이란 돈이 많고 적음에 있는것이 아닌 것 같다.
생각보다 몇십 만원 더 들어온것에 이렇게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 지니 이 마음은 그 돈 몇십 만원의 가치때문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감사한 것에 마음을 열고 살아가면 더욱 더 따뜻한 것들이 많아 질 것 같아 기쁨이 샘솟는다.
얼마 전, 함께 일하던 동료 언니가 벌써 꽃이 만발했다고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보내주었다.
모든 것이 정겨운 그곳이 눈에 선하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공부를 하다 말고 또 옆으로 잠깐 샜지만 그래도 입가에 벙그는 미소의 감촉이 좋아서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손목도 잘 아물고 회복도 빠르다는 교수님 말씀대로 이제 왼손도 힘이 좋아져서 두손으로 자판을 마음 껏 두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첫댓글 산골순이만 쓸수있는
긍정적이고 다스한 글입니다
하시는 일도 잘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살그머니 님.
기분은 큰 것보다 작은 것에서 더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 늘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만약 오늘 길에서 만원짜리 두 장 주웠다 생각하면 하루종일 좋아지는 기분이 그 몇 배의 가치를 줄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잃어버렸다면 5만원 가지고 다니다 3만원 두고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면 될 테니까요. ㅎㅎ
제 살아온 방식이 그래서 크게 기분 나빴던 적이 드물었던 것 같긴 합니다. ㅎㅎ
덕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
산골순이님
닉으로 저 먼 지역에 거주하나 싶었는데
인천에 살고계시네요.
송도아울렛, 그쪽 먹거리풍성해서 자주가는데
반갑군요.
열심히 사는모습 대단해 박수를 드립니다.
송도는 송일국 삼둥이 나오면서 많이 올랐다고 해서 상가 판 뒤로 한동안 외면하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현재 간석오거리 쯤 살고 있습니다.
조윤정 님 반갑습니다. 격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
@산골순이 동암역 근처 자주가는데
간석오거리 가깝군요.
마음으로 느껴보는 정다운 마음
많이 나눕시다.
친정집 가는 길
논산지나면 마음으로
수정님~~~~불러보는데
간석오거리 지날 때면
산골순이님 ~~~~
불러볼게요.
깁스도 풀고 지갑도 빵빵한 순이님을
어디가면 만날수 있을까?
노후의 준비를. 다양하게. 공부하고
있는 착한 순이님. 좋은성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낭주 님 늘 감사드립니다.
제 스타일대로 좋아하는 일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힘차고 멋지게 살아가시는 모습 제 훗날의 귀감이시라 뵙기에 참 좋습니다.
행복한 나날 맞으세요.^^*
글도 잘쓰시고 참으로 열심히 노력 하시네요
나민수 님 감사합니다. ㅎㅎ 일부러 노력하는 건 없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보인다고 할까요? ㅎㅎ
좋은 나날 되세요.^^*
손은 치료가 잘 되셨나요?
퇴직금 받으셨다니 좋기도 하고 좀 아쉽기도 하시겠네요. ㅎ
그래도 좋은 일 맞죠? ㅎ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곳 다시 들어가서 허전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손은 밤에 가끔 붓기가 있는 듯 아플 때가 있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그런 증상이 6개월은 갈 거라고 하시네요.
그래도 쓰는데 지장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앞으로는 다치지말고 늘 건강하기를...
문득 오래전 그 섬을 지나 또 그 섬의 여고생이
생각나네요. 20살 제복의 청춘에게 잠시
마음의 파랑을 일으켰던 여고생~
그 여고생은 지금도 그 섬에 살고있을련지...
산골순이님의 눈망울을 생각하면 강화도옆
그 섬의 추억이 연상됩니다.
제 고향이 강화라 늘 제 글이 올라오면 적토마 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시나 봅니다. ㅎㅎ
강화면 먼 곳이 아니니 언제 생각날 때 한바퀴 돌고 오세요. ㅎㅎ
행복한 날 되세요. 적토마 님.^^*
@산골순이
그러게요. 언제 시간이 나면 한번 가봐야 할듯...
분노와 울분을 다스리며 북쪽 하늘로 날아가던
기러기떼를 쳐다보던 그날의 추억도 회상할겸...ㅎ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깁스는 풀었지만 아직 밤이 되면 손이 붓고 아플 때도 있긴 해요.
안 다치는게 최고라는... ㅎㅎㅎ
하지만 하루하루 손목 힘이 좋아지느게 느껴지니 다 아물기만 하면
더 단단해 질 것 같아요. 그래서 장구 치는데 더 좋아질 것 같다는... ㅎㅎ
그동안 수술로 고생하셨으니 이제 어깨 치료만 잘 하시고 좋은 나날 맞으세요.^^*
지나간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잊게되니
큰 고통도 지나고보면 견딜만 한 일이 되어 있지요.
아마도 그걸 잊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속 상해 있다면
그 누구도 제 명에 못살고 말거예요.
그래도지금은 지나간 일을 옛 말하고 살게되었으니
모든게 화창안 봄날을 맞이하신거겠지요.
전 손목 부상 7개월째인데도 아직 고생 하고 있는데
회복도 빠르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퇴직금 흡족하게 받으신거 축하드려요. ^*^
ㅎㅎ 감사합니다. 방장님. 퇴직금 덕에 아주 흡족한 기분 느껴 봤습니다. ㅎㅎ또 하나 흡족한건 학비 백이십만원이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나온다네요.ㅎㅎ 손목이 가끔 붓고 아프긴 하지만 시간 지나면 좋아질 테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
궁정적인 마인드에
내일을 바라보면서 준비하는 마인드
행복이라는것이 늘 함께 하실것에요 ㅎ
감사합니다. 가시장미 님 나오신다는 말씀에
삶의 이야기 방이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인덕이 있으셔서 인기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얼음판에서 일주일이라 다행입니다
삶에 계획이 좋게 느껴집니다 늘~행복하세요~
예. 하마터면 뒤로 넘어져 큰 고생할 뻔 했어요.
순발력있게 왼쪽으로 몸을 돌리고 손으로 방어를
했습니다. 왼손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
인생길 굽이 굽이 잘달려 왔군요~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시며 사는 모습에서 자녀들이 본받을겁니다
삶에 행복이 결코 물질에만 있는게
아니더이다 남은 인생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참 아슬아슬하게 잘 넘기며 살아왔습니다. 부부가 똑같이 모험과 도전을 좋아했다가 맘고생 좀 했지요. 덕분에 이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넙니다. 지금 빠지면 큰일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