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애즈원]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초대작가됬습니다)

[애즈원]

따로글을 올릴 수 없어서 이렇게 써요
제가 초대작가방으로 초대되었답니다~

제 소설 봐주시는 분들 앞으론 초대작가방에서 뵈요!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w. 애즈원

사랑해요, 안 되는 거 알지만.

그래도 사랑해요.

그 말을 끝으로 아슬아슬한 우리의 경계선은 허물어져 버렸다. 안쓰러운 우리 둘. 세간의 시선이 두려워 숨고 또 숨어버린

우리들의 사랑은 지나친 불장난. 서로를 위한 숨바꼭질,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외국으로 갈까 생각했어'

'…좋은 생각이네.'

'다시 돌아올꺼니까 난 안 미안해. 아무것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널 사랑한거? 그게 죄라는거? 세상한테? 아니, 전혀.

 아무것도 미안하지 않아. 정말.'

'그 사람한텐 미안해야지.'

그래봤자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기에, 내 표정은 얼마나 가식적이고 어색했을까,

하지만 당신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본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궁색한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간다는 말, 하고 가줘서 고마워요.'

우리는 무너지고, 또 무너져서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을 깨닫고 끝내, 도망치기를 결심한다.

그 날을 기억해보자면, 남아있는 건 그냥 내리쬐던 햇빛뿐이야.

그 시절은 많이 어지러웠지. 정권이 바뀌고 쓸데없는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싸움과 또 싸움.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은 잘만 흘러갔어.

지금와서 생각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단다.

그냥 선명한 하늘 아래 서 있던 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람 마지막 모습까지도 이미 희미해져버렸어. 미안하다.

너에게 제대로 말 해 줄수도 없어서. 그 시절 그대로의 시간만 멈춰서 내가 아직 덜 성장한 것 같아.

그래서 사는 내내 너와 싸우기밖에 더했니

갈 때가 다 되서야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우습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꼭 그 짓을 다시 되풀이하네.

인생은 묘한 반환점이 있어.

그게 그 사람을 만났을 때란다.

내 나이 스물 셋이었겠지. 대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그는 내 선배였어.

아, 사실 내가 재수를 했거든. 끝까지 부모님은 날 못 미더워 했단다.

생각해보면 내가 기를 쓰고 널 대학에 보내려고 했던 건 그 때 내부모님께 받은 영향이 아닐까 싶어지네.

덕분에 난 정말 행복했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누구나 그렇듯 사회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은 정말 끔찍했어.

이제 내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걸 느꼈을 때의 기분이란.

너도 지금 그럴거라는 걸 잘 알아. 이해해. 나도 겪어왔던 일이니까. 이해하고 싶지 않아도 이해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곳에 널 혼자 두고 가서.

많이 힘들고 아프고 두려울 텐데, 우리 착한 아가 울지 말아야 할텐데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정말 미안하다, 아가.

내가 너에게 그이 얘길 많이 해줬었지?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넌 정말 사랑받고 있는 아이라고.

곁에 있진 않지만 넌 정말 사랑받고 있다고.

혹여나 네가 그이를 미워하게 될까봐 가슴 졸였었어. 그래도 우리 착한 아가, 끝까지 아픈 내색 안하고 이제껏 예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혹시 지금 울고 있는 건 아니지? 난 정말 네가 있어서 살 수 있었어. 아가. 사랑한다.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사랑해. 정말 온 세상을 다줘도 모자랄 만큼 사랑해.

사랑하는 아가, 힘들어도 내 말 끝까지 들어줘. 이제서야 말하는 날 원망해도 좋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도 난 할말이 없어.

그 사람, 처음 만났을 땐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뻤고, 설레고.. 아 대체 어떤 단어가 그 때 그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린 사랑하고 있었어.

감정이 지속되면 될수록, 우린 더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서로에게 녹아들었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더 자세하게 말해줄 수가 없어서 미안해. 그 후의 그 사람의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모습은 잊혀지질 않네. 너무 선명해서 화가 날 정도란다.

큰 키야. 아마 180 정도는 되었을 거야, 자기는 180이 넘는다고 우기긴 했지만. 좋아하는 색깔은 초록색이었어. 카라가 있는 티를 자주 입었었어. 청바지를 주로 입었어. 두 눈이 참 예쁜 사람이었어. 머리를 좀 덥다시피 길렀어.

아…선명하네. 그 기억. 지금 내 모습은 이렇게 초라하고 늙어버린 보잘 것 없는 여자일뿐인데.

기억 속에 숨쉬고 있는 그 사람은 언제나 반짝이고 있으니.

참 우습지? 사람 감정.

아가, 처음 네가 남자친구와 깨지고 돌아왔을 때가 생각나는데, 내가 그날 뭐 그까짓 거 가지고 우냐고 말했던 거 기억나니

사실, 나도 다 이해할 수 있었어 네 마음.

정말 이해할 수 있었어. 그 땐 그냥 그렇게 말해버렸지만,

정말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아줄 줄도 알아야해.

나와 그 사람은 닭살커플이었어. 지금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걸. 내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잖니 너.

항상 만나면 껴안고 비비고, 영화관에서 키스해봤니? 놀라고 있지? 내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어.

이 세상에 단 둘이 남겨진 것 같은,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던.

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했던 그런 사랑이 내게도 있었어.

아프지 않으면 이상한거야, 이별이라는 건.

그 사람과 난 이별했어. 아팠어. 정말 미치도록 아파서 눈에 뵈는 게 없었어.

그런 아픔은 생전 처음이었지. 심장이 떨어져 나가도록 울어도 봤고,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어.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는데, 그런 일이 결국 나에게도 생기더라고 울고있니 아가? 울지마.

언제든 내가 옆에서 그 눈물 지워줄 수가 없어서 아프다. 정말 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그 사람과 이별할 때의 그 느낌보다 더 아프구나. 널 두고 가야한다는 게.

이제서야 깨닫게 됬어. 그 사람이 날 두고 갔을 때 그 기분. 얼마나 아팠을까, 그 때 난 내가 아픈 것에만 신경썼지.

원망만 했어. 날 버리고 간 그 사람을.

왜 헤어졌냐고?

그사람이 유학을 가야 했어. 안타깝게도 그걸 알게 된 건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지.

그 사람 어머니가 보통 분이 아니셨지. 부와 명예, 성공,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내던지시는 분이었어.

이젠 이해가 간단다. 나도 널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걸고라도 다 해 줄 테니까. 그게 사랑의 힘인가봐, 너무 애늙은이 같은가?

보다시피 난 그저 그런, 너무나 평범한 여자였고, 그 사람 어머니는 나와의 교제사실을 알고 바로 그이를 보내버린 거였어.

그 사람과 헤어지던 날이 기억나는 구나. 가을이었어. 휑하게 바람이 불던 날이었지.

여름의 빛이 사라지고 있었어.

그 날 우리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

그가 헤어지자는 얘길 꺼낸 건 저녁이었지. 난 잊을 수가 없어.

애타는 눈빛, 나를 꼭 붙잡고 있던 왼쪽 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건 그였지. 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말을 꺼내던 그 사람은..

난 이제서야 그 마음을 깨달았단다. 이렇게 너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 마음이 그 마음과 다를 게 없겠지.

다시 만나면 사랑하자고, 다시 만나면 죽도록 사랑하자고 했어. 아마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 지 한치 앞도 볼 수 없었기 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꺼야.

그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단다.

갑자기 그 감정이 선명해지는구나. 너무 사랑해서 죽을 것 같았던 그 감정이..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어. 주위엔 사람들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지.

나무들이 흔들리며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였어.

하얀색, 그의 운동화가 기억나네.

그리고 검은색, 유난히 검었던 그 날 밤이 기억난다.

유난히 짧았던 그와의 시간. 아가, 그 사람과 난 자그마치 3년의 시간을 함께했지만 아무런 미래도 보이지 않았단다.

어쩌면 그 사람이 유학을 가지 않았어도 우린 헤어졌을지 모른단 생각을 했어.

불안했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이 사람이 껴 있을지, 아닐지. 우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도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었어. 그런 가운데 유학이라는 헤어짐이 다가왔던거지.

아… 넌 내가 그 때 그이를 잡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친구들이 그러더라, 정말 바보같다고. 난 진심으로 그의 선택을 믿었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바보같이 착한 여주인공이 하는 짓이 아니라, 난 진심으로 그를 믿었단다.

그도 나를 믿었기 때문에 우린 헤어질 수 있었던 거야.

사랑하면서도.

그 이후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수많은 인연이 지나갔고, 수 많은 굴곡을 지나쳤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지나갔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아.

그게 인생이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밖에 나질 않는구나.

아가, 무슨 일이던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아.

넓은 바다를 유영하는 물고기와 비슷해. 무슨 일이던, 그건 너의 일부란다 아가.

어떤 일이던, 네가 껴안고 가는 거야.

바다가 물고기를 품고 있듯이 말이야.

아주 아름다운 물고기도 있을거고, 못생긴 물고기도 있겠지. 하지만 너의 일부야.

절대로 네게 독이 되진 않을 거란다.

지금 내가 널 떠나는 것? 바다는 넓고 깊지. 난 잠시 너의 너른 바다 깊숙이 쉬러 들어가는 것 뿐이야.

슬픔은 네 안에 묻어두렴.

난 그를 보낸지 1년만에 그의 걸음걸이를 잊었고, 2년만에 그의 뒷모습을 잊었어.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끝까지 살아남았단다. 사랑의 힘이었을까.

늙으니까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네.

그를 다시 만난 건 내 나이 스물 아홉.

그는 이미 결혼했어.

한참 일에 미쳐있었던 때였지. 스물 아홉이 되어서야 내 인생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를 만났단다.

전혀 예상도 못한 만남이었지. 그는 내 게스트였어. 내 인터뷰 상대가 그였을 줄이라곤, 누가 상상했겠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날따라 화장이 안 먹었던 게 기억나는데.

그는 유명한 재벌가가 되었더라구.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진부한 이야기였지.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좌절과 몇 번의 성공끝에 그이는 최고의 의사자리를 차지한 거였어.

그를 다시 봤을 때의 느낌?

다행이다 싶었지.

잘 살고 있었구나. 좋압이는 구나. 성공했구나. 웃고 있구나.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비록 그의 옆에 그의 부인이 앉아있었어도.

그의 부인의 첫인상은 좋았단다. 가슴께 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였어.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이 꼭 닮아서 아름다운 사람이었지.

누가 봐도 예쁘고, 바르고, 참하게 자란 사람이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

노란색의 나비같은 원피스가 참 잘어울리던 여자.

내가 기억하는 그의 부인은 거기까지가 전부야.

정장을 입은 그는 세월도 비껴간 것 같았어. 정말,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단다.

그 웃음이 곧 울음으로 변할 거라는 걸 알고있어서 난 웃지도 못햇어.

헤어질 때 봤던 하얀 운동화대신 검은색 구두가 있었지만, 그는 변함이 없었어.

당황하면 티가 너무 나는 것도, 날 바라보는 애타는 눈빛도.

아가, 너한텐 미안하다. 날 용서해달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을게. 날 원망해도 좋아.

네 예상대로 우린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하게 되버렸어.

우리의 세상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안개 낀 숲속을 걸으면서도 우린 괜찮다, 괜찮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그렇게 말했던거야.

마주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죄책감도 없었단다. 한 가정을 파탄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이에겐 아이가 아직 없었거든.

내가 정말 파렴치하지 않니, 이렇게 이기적이야 내가.

그 때의 기억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애매모호해. 정확하게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단편적으로 몇몇개만 떠올라.

그 시절 난 웃고 있었어. 몇 년만에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어.

지금와서 그 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했을 거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다시 그를 사랑했을 거라고 말할 거야.

어쩔 수 없는 게 사랑이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아팠단다.

우리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불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질 못했거든.

게다가 그는 이제 막 빛을 본 의사였어.

이제 막 시작하려는 화려한 인생이었어. 이해하겠니?

그는 나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한거야. 나 또한 그를 위해 날 포기했어.

아이를 가졌단다.

아가,

내 사랑하는 아가,

그게 너란다.

네가 내 몸속에서 숨쉬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야 현실이 보였단다.

두려웠어.

너무나 두려워서 눈 앞이 캄캄했어 잠도 들 수가 없었지.

그는 유부남이었고, 매스컴에도 간간히 등장하는 잘나가는 의사였고, 남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어.

그런 그 사람을 잡고 있다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현실에서 우린 그저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일 뿐이니까.

너무 약하다고?

아니야, 아가. 난 너로 인해 강해졌어.

살아갈 힘을 얻었어.

네 덕분에 그를 놓을 수가 있었단다.

그를 다시 만난 지 1년 6개월 만에 그와 난 다시 이별했어.

그것 또한 내가 안고 살아갈 물고기였어.

당장 현실앞에서 난 나이를 먹어가는 미혼모일 뿐이었지만.

그는 날 이해하지 못했어. 화를 냈지. 왜 이러는 거냐고 날 설득하려고도 했어. 완고한 나에게 무릎까지 꿇었었지.

그이는 최선을 다했어. 내게 모든 진심을 보여주었어.

지금까지도 그 날은 기억에 남는구나.

네가 날 이해해줄 수 있을까.

난 그를 피해 멀리 숨어버렸단다.

우린 세상앞에서 떳떳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난 또 지겨운 숨바꼭질을 했어.

울면서 전화하던 그를 바라만 봐야 했던 내 심정은.

멀리서 바보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를 바라만 봐야 했던 내 심정은.

그의 이혼설을 전해들은 내 심정은. 내 심장은.

갈갈이 찢어지다 못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널 낳은 날은 겨울이었어. 12월 14일. 공교롭게도 그날은 그의 생일이었어.

널 품에 안은 그 날, 난 그에게 편지를 썼어. 너의 존재를 알렸단다. 그가 날 찾았겠지.. 하지만 결국 우린 만나지 못했단다.

난 천천히 빛을 잃어가는 그를 보면서도 다가갈 수 없었어.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내가 미친거라고? 아가, 날 이해해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안되는 거였어.

이생에서의 인연은 그게 끝이였던거야. 죽어도 난 그의 길을 막고 싶지 않았어.

널 홀로 키우면서 괴롭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

항상 공부 못 한다고, 제대로 정리 안 한다고 너 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것, 전부 거짓말이었단다. 아가...

내 사랑하는 아가... 난 진심으로 행복했어.

사는 내내, 그의 사랑과 너의 사랑을 받았니까. 그리고 그 사랑이면 충분했으니까.

내가 그이 앞에 나타난다면, 그의 부인은 얼마나 큰 절망속에 살아가야 했을까, 얼마나 울어야 했을까.

이제와서 죄책감이 들어서 최근 몇 달 동안은 제대로 잠들수도 없었어.

그이도 어딘가에서 날 그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기쁘단다.

적어도 그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나는 지금 모습보다 훨씬 젊고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일테니.

적어도 우리의 기억안에서 우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숨쉬고 있을 테니.

지금 까지 했던 건 내 이야기란다.

너의 엄마로써의 내가 아니라, 정말 내 자신의 이야기.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한 남자를 사랑했던 하나밖에 없는 내 이야기를.

정말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온힘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

사랑하는 아가, 내 아가. 이곳에서 하는 사랑이 다가 아니야.

억겁의 시간을 넘어선 사랑이 있는 거야. 영원을 넘어선 사랑.

난 이제 그 억겁의 시간을 넘어서 내 사랑을 만나러 가겠구나.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그 때 그 모습으로.

내 사랑하는 딸, 승희야.

그의 이름은 최승훈. 내 이름은 김지희.

우리 둘의 이름을 한글자씩 따서 네 이름이 된거야. 최승희. 아가.

정말 널 사랑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아가.

언제나, 어디서나, 널 사랑할게.

ps. 참, 지금 사귀는 그 남자애 말이다. 잘 어울리더라. 엄마한테 찾아와서 결혼까지 생각한다고 말하던데.

      귀엽지 않니?

편지는 총 8장이었다. 난 꿋꿋히 울지 않고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엄마, 이거 쓰느라 팔 아팠겠다.

그런 생각이나 하고 앉아있었다.

엄마는 건강했다. 그냥,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악화됬을 뿐.

어렸을 땐 왜 아빠가 없나 생각조차 안해봤다. 엄마는 항상 아빠얘길 했으니까.

이런 사람이었고, 이렇게 만났고, 이런것 저런것 모두 다 해봤고.

내 기억 속의 아빠는 항상 뚜렷하다.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약속시간에 늦는다. 그러면서도 남친이라니.

그래도, 장례식이 끝나고 처음으로 단 둘이 만나는 거라 입가에 웃음이 퍼진다.

"얘."

"네?"

"여기, 가까운 버스정류장 없니?"

"아… 이쪽으로 쭉 내려가시면 있는데…"

"고맙다…"

길을 물어본 할아버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고맙다."

잘못 들은 걸까, 할아버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完

[땅콩다솜]

남자도 알고 있는건가여ㅜㅜ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것을 ㅠㅠ

[애즈원]

아마 알고있어서 찾아온게 아닐까요^^

[맛난ⓘ쮸크림♬]

아..........정말 슬프네요....ㅠㅠ 마지막에 나온 그 할아버지....편지속의 승희 아빠맞죠ㅠㅠ?

[애즈원]

네 맞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moca]

와킁 대단한 단편....... 이런 편지장르 대박 애즈원님의 글은 나날이 발전.... ㅋㅋㅋ

[애즈원]

ㅎ이런 애즈원님이라니 으흥으흥?읭잉윙?읽어줘서감사감사

[C:moca]

ㅋㅋ 초대작가방에 니 이름 떴어!!!! 축하햇!!!!

[곰탱잇바보♡]

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즈원]

^^

[에프티매니아]

우와. 진심 새로운 장르같은....? 우와우와우와우와 작가님만의 독특한 방식인거같아요! 꺅 감동이예용 !

[애즈원]

고마워요~ 초대작가방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