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주부와 호쿠리쿠 그리고 간사이 지방지도를 떠난 야마모토 신이치
(이케다 선생님)는 도다 조세이가 태어난 이시카와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3일, 신이치는 이시카와문화회관에서 '도다기념실'을 설치해 이시카와광포의
원점의 땅으로 장엄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튿날에는 도야마문화회관을
방문해 '마키구치기념실'을 설치하도록 제안했다.
그리고 17일,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에 탄생한 간사이마키구치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창가학회 창립기념일이자 초대 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가 순교한
날이기도 한 '11·18'을 하루 앞두고 열린 개관식이었다. 이튿날 11월 18일,
신이치는 학회 창립 46주년을 기념하고 마키구치의 33주기 법요의 의미를 담아
간사이도다기념강당에서 열린 회합에 참석했다. 신이치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꿋꿋이 정법정의를 지키다 영예로운 순교자가 되어 죽어서
옥문을 나오신 선사 마키구치 선생님. 그리고 그 스승 대신 광선유포를 위해
생애를 바치겠노라 맹세하고 살아서 옥문을 나와 사신홍법의 실천을 관철하신
도다 선생님. 이 엄숙하고도 지극한 사제의 발자취에 지용보살의 본사(本事)인
광선유포의 길이 있습니다."
도다는 마키구치의 3주기 법요 때, 마키구치의 영정사진을 향해 이렇게 맹세했다.
'이 불초한 자식, 불초한 제자도 두해에 이르는 감옥생활에서 부처님을 배례하고
받들며 광선유포를 위해 이 우둔한 몸을 평생 바치겠노라 결심했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비록 변변찮고 우둔한 몸이지만, 당신의 유지(遺志)를 계승해
학회의 사명을 완수하고, 영취산회에서 만나 뵙는 날에는 반드시 칭찬받을 수
있게 노력할 결심입니다.'
신이치도 이렇게 맹세했다.
'옥사에 갇힌 마키구치 선생님이, 노쇠한 몸으로 순교하는 순간까지 더없이
장렬하게 투쟁하신 까닭은 모두 오늘날의 우리를 위해서였습니다. 그 정신을
계승하지 않으면 광선유포를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마키구치 선생님과
도다 선생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광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사제가 있어야 비로소 영원한 창가 광선유포의 길이 있다.
<어머니의 시> 끝.
엄호(嚴護) 1 ~ 5
1976년 어느 늦가을 밤의 일이었다.
신이치는 학회본부에서 집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 눈앞으로 다가와 밤공기가 벌써 싸늘하게 느껴졌다.
겨울에는 화재도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신이치는 '본부 주변에 있는 학회 시설을
점검하며 귀가하자'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인 10월 29일에는 야마가타현 사카타시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12시간 가까이 불이 꺼지지 않아 건물 1774채와 대지 22.5헥타아르가 불탔으며
한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1003명에 이르는 커다란 참사였다. 신이치는 그날
아오모리에 있는 도호쿠종합연수원(현재 도호쿠연수원)에 있었다.
화재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구조활동을 시작하도록 지시하고 직접 나서서
온 힘을 다해 대응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시내에 있는 어느 영화관이었다.
처음에는 보일러 과열로 발생했다고 보았지만, 나중에는 전기 계통의 고장도 의심
되었다. 그러나 결국 화재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원인이 보일러이든 전기 계통이든 평소부터 꼼꼼히 점검
했더라면 화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에게는 '익숙함'이라는 감각이 있다. 지금 처한 상황에 익숙해지면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되어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라고 안이하게 믿어버리기 쉽다. 아니 위험한지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른바 감각이 마비되고 방심한 모습이다. 위기관리는 먼저 자신의
그런 감각을 깨부수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좋다. 어서에 "현인은 안온하게
살면서 위험을 한탄하며" (어서 969쪽)라고 씌어 있다. 현명한 사람은 안전한
곳에서도 늘 위험에 대비하는 삶의 방식을 지녔다는 지도다.
그렇기에 신이치는 화재를 비롯해 각종 사고나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 쉬운
연말을 앞두고 자신부터 먼저 솔선해서 본부 주변에 있는 건물을 점검하려고
결심했다.
신이치가 학회 본부 옆 건물에 다다르자 때마침 두 청년이 걸어왔다.
가슴에는 알파벳'G(지)'가 디자인된 황금색 뱃지가 빛나고 있었다. '아성회'멤버
였다. '아성회'는 학회본부를 비롯해 각지의 회관 경비 등을 서는 청년부 인재육성
그룹이다. "'아성회' 멤버로군요. 항상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도쿄 스미나미구 남자부원이었는데 마침 본부 주변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지금부터 함께 돌아보며 점검합시다." 신이치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어가며 두 사람에게 직장이나 가족에 관한 일을 비롯해 두 사람이 속한
학회 조직의 현장 상황 등을 물어보았다. 직장 일로 바쁜데도 '아성회'사명을 위해
달려온 용감한 청년들이었다.
신이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모두 힘든 속에서도 열심히 도전하고 있군요.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광선유포를 위하고 불자(佛子)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므로, 고생이 모두
커다란 복운으로 변해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렇게 확신하고 끝까지 싸우는
사람이 불법자(佛法者)입니다. 또 그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됩니다."
이날은 학회본부에서 예정된 회합이 없는지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신이치는 건물 창문을 열어두지는 않았는지, 주위에 미심쩍은 물건이 놓여 있지는
않는지 세세히 점검하며 두 청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성회'에는 본부와 회관 그리고 학회원을 엄연히 지켜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나와 같은 사명입니다. 그런 사명을 완수해야 하므로 날카로운 감각과 주의력을
발휘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결코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주의력은 일념으로 결정
됩니다. '사고로 이어질만한 점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책임감에서 우러나오는
기원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기원함으로써 자기 마음속의 제불제천(諸佛諸天)
이 움직여, 주의력도 향상되고 지혜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이치는 '아성회' 멤버와 함께 세이쿄신문사를 향해 걸어가며 점검작업의 기본을
이야기했다. "건물 주위에는 물건을 놓으면 안 됩니다. 이 점이 철칙입니다. 특히
불에 타기 쉬운 신문지나 잡지 다발 등을 놓아두면 절대로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상태에서 방화라도 발생할 경우에는 큰불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신이치는 도중에 2층으로 지은 학회 건물에 들러 내부의 수납공간을 점검했다.
"이렇게 평소에는 자주 열어보지 않는 곳일수록 더 주의해서 살펴보며 열쇠는
잘 잠겨 있는지, 수상쩍은 물건은 없는지, 환기 팬이 계속 돌아가지는 않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수상한 물건을 금방 발견할 수 있으려면 정리정돈이
중요합니다. 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 등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으면 수상한 물건이 뒤섞여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 점이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정리하고 정돈하느냐만 봐도, 사용하는
사람의 경계심과 책임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신이치는 급탕실의 보일러와 전등을 모두 껐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깥쪽 화단에서는 나무나 풀의 뿌리까지 회중전등을 비춰
보며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는 이미 늦습니다.
작은 일을 놓치지 않는 눈이,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면 모두 함께 잘 검토해서 기본적인 점검사항을 상세하게 정하고, 이를 철저히
실행해야 합니다. 전철의 기관사들도 점검할 때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오케이' 하고 말하지요. 왜냐하면 그런 반복 속에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본을 정했다면 적당히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형식적이 되고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것은 방심입니다.
실은 이 점이 무섭습니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타성은 위험하다."
이어서 신이치는 본부 주변의 다른 건물을 돌아보며 두 사람에게 '방심'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는 화재뿐 아니라 사기나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많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설마, 내가 그런 일을 당하겠어.
괜찮을 거야' 하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실은 이런 생각이 방심으로 가는 첫걸음이며
그런 데서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또 회합에서 교통사고에 주의하도록 이야기해도
'그런 것쯤은 알고 있는데' 하고, 그냥 흘려듣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그래, 조심해야지!' 하고 자신도 주의하며 주위 사람과도 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조명이나 브레이크를 점검하는 등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성인은 시조깅고에게 "명심(銘心)하고 명심하여 조심하십시오." (어서 1133쪽)
"이전보다도 백천만억배(百千萬億培) 조심하시라." (어서 1169쪽) 하고
말씀하시며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서 지금보다 훨씬 더 조심하도록 강조
하셨습니다. 이렇게 '조심'하는 자세가 바로, 거친 사회에서 몸을 지키고
승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신이치는 두 사람과 세이쿄신문사를 지나 집까지 왔다.
아내 미네코가 현관 앞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미네코는 두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이치는 헤어지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정말 고맙습니다. 어쨌든 절대 무사고를
목표로 도전합시다. 나도 날마다 무사고와 안전을 철저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늘 함께 행동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항상 함께 있습니다.
사명은 같습니다. 아무쪼록 나를 대신해 본부를 지키고, 회관을 지키고, 동지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그럼 또 만납시다."
이날 신이치와 미네코는 두 사람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또 활기차게 사명을
완수하고 훌륭히 대성하도록 깊이 기원했다.
아성회(牙城會)
그대들 있어
창가성(創價城)
번영하고 승리하노라
광선유포를 향해
1971년 2월, 창가의 사자(師子)를 육성하려고 학회본부를 비롯해 각 회관에서 경비를
담당하는 청년들로 구성한 인재육성그룹 '아성회'를 결성했다. 남자부원을 비롯한
멤버들이 아성회를 결성하기 10년 전쯤부터 학회본부와 회관의 경비를 담당하며
문단속도 하고 화재가 일어날만한 곳을 점검도 했다. 신이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본부와 회관을 지키는 멤버에게 매우 고마워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려를 거듭했다.
작가 무샤코지 사네아쓰는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고 말했다.
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이 되는 일'을 철저히 완수하며 광선유포를 떠받치고
학회를 지키는 속에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가장 존귀한 모습이 있다.
신이치는 그 정신을 남자부가 지녀야 할 영원한 정신으로 삼아 계승하는 뜻에서,
정식으로 회관을 경비 할 멤버를 정해 전국 단위 인재육성 그룹으로 발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학회는 1972년에 정본당을 건립해 기진하는 사업과 총본산 주변 정비를 마치면
회관을 건설하는 데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총본산 정비를 비롯해
사원 건립을 중점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학회 회관을 건설하는 일은 뒤로 미뤄지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회관이 탄생하면 경비를 맡을 멤버를 육성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였다. 남자부 수뇌 간부들도 조직적인 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신이치는 1971년 신년 초에 회관 경비담당 멤버의 육성 문제로 상의하러 찾아온
남자부 수뇌 간부에게 즉시 이렇게 답했다. "나도 회관 경비담당 멤버를
구축하는 일에 찬성합니다. 인재육성그룹으로 그룹명도 정합시다.
내가 직접 명명(命名)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