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으로 고통을 마셔라. 통렌(Tonglen) 명상
우리가 고통이나 불쾌감을 피해 보호막을 칠수록 역설적으로 자신을 더욱 고통으로 몰아가게 된다. 반면, 무엇이든 마음을 닫지 않고 ‘상처를 받아도 상관없어’라고 내버려 두면, 오히려 만물이 하나이며 어떤 두려움도 없음을 차츰 알아차린다.
통렌(Tonglen), 티베트어로 ‘주고받기’라는 뜻을 가진 명상이 있다. 이 명상은 우리의 보리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명상으로 우리는 내면의 고귀한 마음과 만나게 된다. 통렌 명상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기쁨을 내보냄으로써, 우리에게 굳어진 습관을 반대로 뒤집어보게 한다. 또한 공간을 만드는 이 명상은 우리 인생의 막힌 곳을 탁 트이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유롭게 쉬게 한다.
그 기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통렌 명상은 고통이 어떤 형태로 들이닥쳐도 그것을 들이마신다. 이와 함께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반대로 행복이 어떤 모습으로 와도 숨을 내쉬면서 행복을 내보낸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몸 안에 나쁜 기운 대신 좋은 기운을 담는 명상과는 반대다. 남의 괴로움은 내가 맡고 내 안의 행복은 남에게 주는 것이다. 이 명상을 하면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이 후련해진다. 통렌 명상은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일깨운다.
“통렌 명상을 하며 고통을 들이마신다고 해서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내 고통이 헛되지 않고, 나는 혼자가 아니며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이 수행이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요.”
우리는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지만, 이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어리석은 일이다. 두려움이나 방어라는 습관 속에 머물 때,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협에 저항한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인생이 잡지 화보 같기를 소망한다. 박제화된 멋진 인생을 갈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통을 기꺼이 들이마실 때 감옥은 사라진다. 자신을 외부로부터 지키는 경계심도 누그러진다. 나아가 그 단단하고 두꺼운 벽이 금세 허물어질지 모르는 허약한 벽이였음을 깨닫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실수록 우리를 보호하는 장벽이 무너지고, 훨씬 깊은 차원까지 도달한다. 더불어 세상 만물을 향한 자비와 연민이 일어난다. 적어도 치과 의자에 앉은 것처럼 온몸을 긴장하며 살 필요는 없다.
평안과 자애의 숨을 내쉴 때도 우리를 에워싼 높다란 장벽은 무너져 내린다. 날숨은 우리 존재를 세상을 향해 송두리째 여는 것을 상상한다. 뭔가 귀중한 것을 가졌다면 꽉 움켜쥐고 집착하지 말고 손을 활짝 펴서 남들과 나누라. 모두 줘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자체로 우리는 신비로운 인간 체험의 보고이며, 그것을 남들과 나누어야 한다.
이 명상은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좇는다는 상식적인 논리를 완전히 뒤집는다. 그 결과, 우리는 이기심이라는 아주 오래된 습관적 틀에서 해방된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남에 대한 사랑을 함께 느낀다. 또한 나 자신과 더불어 타인을 함께 본다.
우리는 병들거나 죽어가는 사람, 또는 이미 죽은 사람을 비롯해 갖가지 고통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 명상을 할 수 있다. 제대로 형식을 갖춰도 되고, 언제 어디서나 시간 나는 대로 즉석에서 해도 좋다. 이를테면 길을 가다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고통을 들이 마시고 위로를 내쉬면 된다.
즉석에서 통렌 명상을 시도할 때는 숨을 들이쉬면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쉬면서 평온과 위로를 내보내면 된다. 제대로 형식을 갖추어서 통렌 명상을 할 때는, 다음의 네 단계를 따라서 해보라.
1. 먼저, 마음을 열고 고요함 속에서 잠시 쉬어라. 전통적인 가르침에서는 이 단계를 “절대적인 보리심이 번뜩이는 단계” 혹은 “광활하고 청정한 마음 바탕을 향해 자신을 완전히 열어젖히는 단계”라고 부른다.
2. 두 번째는 느낌에 집중하는 단계다. 어둡고, 뜨거우며, 무겁게! 마치 폐소공포증에 걸린 듯한 느낌으로 숨을 들이쉬라. 그런 다음에는 밝고, 차가우며, 가볍게 숨을 내쉬라. 온몸의 모공을 통해 숨을 끝까지 들이쉬고 또 그렇게 숨을 끝까지 내쉬라. 숨을 완전히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을 잊지 마라. 들숨과 날숨에 마음이 온전히 집중할 때까지 계속하라.
3. 세 번째는 개인적인 상황에 집중하는 단계다. 당신이 실제로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마음을 집중하라. 사실 통렌 명상을 처음 소개할 때는 전통적인 가르침에 충실해, 자신이 돕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명상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미 설명한 것처럼, 자신이 어딘가에 의식이 고착되어 있을 때는 구태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가 느끼는 고통에 집중하는 한편,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명상하면 족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으로 괴롭다면, 자신과 비슷한 기분으로 괴로워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숨을 들이마시고 고통을 들이마셔라. 그런 다음 숨을 내쉬면서 자신감과 능력 등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내보내라.
4. 네 번째는 들숨과 날숨을 점점 더 크게 확장하는 단계다. 만약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 통렌 명상을 한다면, 그 범위를 확대해 그들과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라. 만약 텔레비전이나 거리에서 본 누군가를 위해 통렌 명상을 한다면 마찬가지로 그와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라.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통렌 명상을 해보라.
만약 당신이 분노와 공포에 사로잡힌 모든 사람들을 위해 통렌 명상을 한다면, 범위가 아주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숫자를 키우는 것만 범위를 확장하는 게 아니다. 적이라고 생각해 미워했던 사람들이나 남들을 해치는 못된 악한들을 위해서도 통렌 명상을 해보라.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움과 막막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을 위해 고통을 들이쉬고 위로를 내보내라.
통렌 명상의 범위는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수행을 하다 보면 차츰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통렌 명상을 시도하게 된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또한 수행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우리의 자비심도 확장되며, 세상에 고정된 실체가 있을 거라는 착각을 내려놓게 된다.
출처 :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페마 초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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