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 교회는 모든 교회의 축소판이다. 이 교회는 특별하지 않다. 물론 황당한 사건들이 속출해서 ‘도대체 이런 공동체를 교회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라는 진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싸움닭처럼 목소리 높여 논쟁한다. 그리스도 때문에 무한한 자유를 얻었으니 누구도 자기 삶에 끼어들거나 참견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초신자들 앞에서 이방인의 제사 때 사용한 신전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는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야말로 복음의 자유라고 호방하게 말한다. 어떤 여자들은 회당에서 머리에 수건 쓰고 조용히 있는 것은 구시대적인 것이니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 뿐 아니다.
말씀을 나눈 후 식사 시간(주의 만찬)에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무엇 때문에 모였는지 알쏭달쏭할 지경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배려하는 식탁 공동체가 되자고 모였고, 그러면서 각자 음식을 가져와 펼쳐놓았더니, 한 편에선 부자 교인들이 너무 많이 먹고 마셔서 코가 삐뚤어져 취해 주절거리고, 또 한 쪽에선 그림의 떡인 양 음식 앞에서 손가락만 빨다 꼬로록 소리내며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부자와 빈자가 여기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더 심각한 일도 있다. 어떤 남자 교인이 계모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스캔들도 들리고, 짐승과 교합하는 교인도 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매번 당당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영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높은 수준의 영적 단계에 오르면 이런 걸 다 이해하게 될 것이며 외려 문제 삼는 사람들을 타박한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식이다.
게다가 이 교회는 파벌로 골치 아프다. 제각각 바울파, 아볼로파, 베드로파라고 무리지어 다니면서 뒤에서 험담하고, 또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은 나는 오직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이라면서 교회 전체를 험하게 매도한다. 우리만 진정한 교인이라는 식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영적 은사에 관한 혼란이었다. 은사에도 신령한 것과 저급한 것이 있어서, 높은 단계의 은사를 체험해 보지 않았으면 말도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천사의 방언을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치유나 예언 같은 은사를 자랑하며 더 높은 단계, 더 높은 권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특별한 은사가 없으면 이 교회에선 2% 부족한 교인이거나 아니면 아직 세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니 잔말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 모두 고린도전서에 기록된 상황들이다.
도대체 이 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교회 분쟁과 분열, 은사, 성윤리, 여성, 결혼과 이혼. 고린도 교회에서 발견되는 문제들은 2천 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 오늘의 교회에서도 빈번한 문제들이 이 교회에서 발견된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을 보면, 교회라는 곳은 원래 가망없는 곳'이라고 판단 내린다.
하지만 그 반대의 판단도 가능하다. 고린도 교회에 해결책이 제시되었다면, 오늘의 교회에도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바울의 서신을 공부하기로 맘먹었다면, 그 공부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 2020년 수요저녁 고린도전서 강해를 시작하면서.... 서론 원고 중에서...
이번엔 원고 없이 하려고 했는데, 또 원고를 쓰고 있다. 에고...
최주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