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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 들이지 않고 주변의 사물에, 옛 물건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녀의 리폼 아이디어는 보는 이들의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신경옥 작업실이 그러했고, 작업실 아래층에 오픈한 와인 바 ‘19番地’ 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 곳. 기존의 와인 바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벗어났으며, 그와 함께 낡은 물건의 색다른 쓰임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딱히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기 보다 ‘신경옥표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녀의 상상 창고는 언제쯤이면 그 끝이 드러나 보일까 늘 되묻게 된다. prologue 1 스타일이 없는 게 스타일이 될 수 있다면 신경옥 그녀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한다. 명시된 어떤 스타일을 좇기보다는 나름대로의 개성과 감각을 공간 속에 디자인하는 그녀이기에, 그녀의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다. ‘19番地’는 신경옥 작업실 아래층에 위치한다. 아무런 부연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어떤 곳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곳. 상호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주소가 신사동 19번지라 그렇게 지은 것뿐이란다. 단순함에서 나온 기발한 발상. 그 발상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명씩은 문을 열고 들어와 이곳의 기능을 확인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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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_한줄기 햇살과도 잘 어울리는 곳, 편안함과 익숙함, 게다가 노련함까지… 낯선 곳에서의 설렘보다는 오래된 곳의 편안함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곳. 투 톤으로 이뤄진 벽과 칠이 벗겨진 듯한 바닥, 게다가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얽혀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해질 무렵의 햇살과 무척 잘 어울린다. 와인 바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 매장 풍경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작업. 마치 친한 친구 집에 온 듯한 익숙함이 19번지가 뿜어내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른쪽_신사동 가로수 길의 새 명소, 밖에서 본 ‘19番地’의 오묘한 풍경 온 종일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외관은 독특하다 못해 무어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하다. 상호도, 전화번호도, 간판도 없는 이곳. 달랑 ‘19番地’라는 것 외에는 알 길이 없다. 조그맣게 ‘Wine & Beer’라고 씌어져 있지 않았다면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을 법하다.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로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고, 기름때 묻은 사다리와 석유통으로 입간판을 대신하는 이곳은 ‘신경옥표’다운 리폼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담긴 곳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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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 ‘19番地’를 그저 지나치기에는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상호를 알리려고 보다 튀는 간판을 앞다투어 설치하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간판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상호 대신 사다리와 석유통을 매단 것으로 끝이다. 어디 그뿐인가. 외벽은 잡지에서 찢어낸 각종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어 그 궁금증은 증폭되게 마련이다.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도배지. 비를 맞으면 맞는 대로, 햇빛에 바래면 바래는 대로의 멋을 그녀는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듯하다.
“분명 새로 들어선 가게임에도 새 것은 하나도 없는 이곳. 낡은 물건으로 꾸미고, 단장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내부 곳곳을 매만진 ‘19番地’는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곳이다. 손님 접대용 그릇이나 컵 외에는 모두 쓰던 것들로 재단장한 곳이기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유독 편안한 익숙함에 빠지게 된다. 와인의 맛과 그녀가 고안한 기발한 상상 속으로의 여행을 이곳에서는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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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와인 바를 자세히 둘러보면 재미난 특징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리 크지도 않은 바 내부에 놓인 의자들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 사실 일반 가정집도 아닌 곳을 이처럼 개성 있게 꾸민다는 건 그녀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일게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고 개성 만점의 의자들을 구경하느라 그저 재미나기만 하다. 물론 의자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건 절대 아니다. 테이블의 크기에 따라 의자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한번쯤 앉아서 의자와 테이블의 절묘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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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_ 갤러리 문 뒤의 공간, 베란다의 작은 휴식 코너처럼! 다양한 색깔의 바 내부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느낌의 이곳은 바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자그마한 쉼터이다. 스카이 블루 톤의 갤러리 문을 열고 나가면 단출한 철제 의자와 원형 테이블 하나를 만날 수 있는데…. 키 낮은 담장, 곧은 가지의 나무, 싱그런 공기를 맞으며 마시는 한 잔의 와인 맛이 감미롭기 그지없겠다. 베란다를 코지 코너처럼 꾸미고 싶다면 한번 눈여겨볼 만한 아이디어.
오른쪽_ 잘 꾸며진 벽을 만나다, 와인 바에서 배우는 실용 아이템 하나! 잘 꾸민 아파트의 한쪽 벽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앤티크 느낌의 서랍장과 의자 두 개로 단장한 와인 바의 코너. 뒤쪽으로는 밀실을 구분 짓는 벽이 있고, 나무 선반과 크고 작은 소품들이 앙증맞게 조화를 이뤄 마치 일반 주택에 와 있는 듯한 기분으로 이끈다. 일반 가정집에서 화장대나 콘솔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로 와인 바를 꾸민 게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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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을 짜 맞출 때 나무가 올라오는 부분만 둥글게 판 뒤 두 짝을 맞대어 하나의 테이블처럼 만들었다. 투박한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와인 바의 느낌보다는 한국적 정서가 강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밀실의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일까 봐 기존의 벽 중 일부를 사각 프레임 모양으로 뚫었다. 오히려 사각 프레임 모양의 벽 덕분에 밖에서 보면 일종의 장식 프레임 역할을 한다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와인 바 안쪽으로는 일명 ‘밀실’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다른 내부 공간과는 차별화되게 신경옥 특유의 색채 감각이 풀어져 있어 지인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화려한 원색의 의자와 동양적 정서의 크고 작은 소품들이 작은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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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3 무조건 새 것만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신경옥 그녀의 스타일은 분명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오래되어 버릴 것도 기능을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복잡다단한 기능 속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단순함,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이지만 그 안에 자리잡은 독특한 미감 등은 그녀가 아니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다. 어쩌면 그녀는 세상을, 사물을, 공간을 허투루 보지 않고 늘 사려 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왼쪽_ 세련미 대신 구수함이… 테이블 위 소품에도 운치가 담기다 신식과 구식, 새 것과 낡은 것… 서로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을 매치시키는 것 또한 그녀만의 감각. ‘와인 바’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소품들을 이곳에서 곧잘 볼 수 있기에 오히려 재미가 있다. 한자가 새겨진 낡은 수저함, 와인 바의 세련된 공간 속에 구수한 멋을 퍼트리는 소품이 된다.
오른쪽_ 선반 위의 눈길 끄는 소품들, 여러 나라의 풍경이 어우러지다 ‘신경옥’ 하면 떠오르는 소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무다. 예의 이곳에서도 투박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나무 선반을 만날 수 있는데, 선반 위아래로 다양한 느낌의 액자와 엽서를 붙여 마치 작은 갤러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포크 아트로 된 장식 액자와 여러 프레임의 사진들이 정감 있는 코너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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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서와 서양의 운치가 만났다, 여러 가지 스타일이 하나로 표현된 곳!
1_ 비즈 발로 문을 대신하다, 좁은 공간에서는 포인트가 되기도… 이젠 주부들 사이에서도 인기 품목이 되어버린 비즈 발. 이곳 역시 비즈 발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나 보다. 좁은 공간임을 감안, 주방이나 작은방의 문을 떼어내고 비즈 발로 대신했다. 시원스러운 느낌과 비즈 발의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
2_ 창호지 문이 파티션으로… 램프와 액자, 모자로 벽을 꾸미다 투 톤으로 나눠진 벽면에는 자잘한 소품 대신 황학동에서나 구했음직한 옛 문틀로 코너를 장식했다. 한옥에서나 볼 수 있는 창호지 문틀에서 창호지만을 떼어낸 뒤 근사한 파티션으로 재활용. 단순히 문틀만 놓아둔 게 아니라 액자와 낡은 램프, 모자를 걸어 밋밋함을 덜어준다.
3_ 밖에서 본 와인 바 내부, 자유로움 속에 색다른 멋이 느껴지다 신경옥 그녀의 손길이 닿은 만큼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19番地’ 내부. 제각기 다른 모습의 의자와 테이블, 절제된 벽장식, 큼직한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 내부 풍경은 정형화되지 않은 멋을 느끼게 만든다. 인테리어의 국적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조명은 모로칸 스타일로, 소품은 한국식 스타일로, 의자는 외국의 노천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들여놓았기에, 이곳은 신경옥 그녀의 프리 스타일이 맘껏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