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처럼 유튜브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뉴스를 접하며 요리법과 운동법을 배운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유튜브 열풍을 따라잡느라 바쁘고 크리에이터들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요즘엔 마케팅 협업을 넘어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브랜드파워를 얻고 물건을 직접 파는 즉 커머스를 접목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이렇게 유튜브는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포털로 약진하고 있다.
20대 대선은 유튜브 선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에는 인터넷 선거라는 얘기가 등장했다. 이후 포털 선거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번 대선에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유튜브에 등장하는 빈도가 늘었다.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선거 얘기를 수시로 다루는 건 기본이다. 특히 유력 후보 캠프를 고정적으로 밀착 마크하는 유튜버도 제법 많다. 이들은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자잘한 현장 동정까지 매일 생중계하듯 방송한다.
얼마 전에 '삼프로TV'에서 대선 후보 5인과 각기 90분가량 경제정책 위주로 심도 있게 인터뷰한 영상을 게시했는데, 사회적 반향이 크게 일어났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영상은 게시 후 보름 만에 조회수가 각각 650만 회와 340만 회를 웃돌며 둘을 합쳐 1000만 회에 달하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영상도 게시 후 일주일 만에 150만 회와 50만 회를 넘어섰고, 김동연 후보의 영상 또한 한나절 만에 10만 회를 훌쩍 뛰어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삼프로TV 현상'은 전문성의 차이에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채택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전문성과 오락성을 꼽는다. 유익하거나, 재미있다면 쉽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삼프로TV는 기획과 포맷 측면에서 유튜브의 강점을 살려 전문성을 극대화했다. 기성 미디어의 대선후보 관련 뉴스나 대담을 보면 의혹 제기를 앞세운 이른바 '네거티브' 등 자극적 내용이 많거나, 정책 설명 또한 후보 간 차별성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수준의 가벼운 전달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신뢰의 차이다. 삼프로TV는 기성 미디어와 비교하면 아주 미약한 유튜브 채널에 불과하다. 언뜻 생각하면 신뢰 관점에서는 기성 미디어가 더 유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시사하듯 작금의 언론 지형도에 대해 불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기를 몇 차례 경험하는 동안 일부 언론이 정파성을 띠거나 이해관계를 드러내거나, 아니면 심판자처럼 보도한다는 비판적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마치 정치권처럼 진영 논리로 대립하는 양상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자연히 미디어 이용자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계속 자라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범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제 분야에만 집중해 진정성 있게 운영하며 180만 명 안팎의 구독자를 차곡차곡 모아온 유튜브 채널이 오히려 신선하고 담백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각 후보와 대담하면서 단답형으로 그치지 않고, 추가 질문을 이어가면서 속 시원하게 답변을 끌어내는 장면에 대한 칭찬 댓글도 많았다. 이번 삼프로TV의 대선후보 대담은 기성 미디어에 자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유튜브 채널이 새로운 기반의 뉴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 대선이 본격화할수록 국민에게 '삼프로TV 현상'은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에서 뉴스와 시사·정치 채널 지형은 기성 언론사에서 유튜브로 진출한 채널과 새롭게 등장한 개인이나 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대부분의 언론사는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다. 특히 지상파와 일부 종편 방송사들은 메인 뉴스채널 외에도 프로그램별 채널이나 타깃 오디언스를 다르게 설정한 서브 채널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최근 3개월간의 영상 수와 이용자 피드백을 놓고 효율성을 따진다고 하면 뉴스타파가 월등한 성적을 보인다.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독립언론도 자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유튜브에서 뉴스 채널들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데 반해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그렇지 못하다. 이들 뉴스 채널에서 두드러지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슈퍼챗(시청자들이 기부 형태로 돈을 후원하는 것) 수입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 유튜브 채널 가운데 슈퍼챗 순위 상위권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채널이 주로 올라 있는데, 정치 채널이 포함된 건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런 수익성의 이면에는 막말은 물론 음모론과 위·조작 정보를 퍼뜨리는 등 사회적 혐오를 부추기는 심각하고 잘못된 행태가 동반될 때가 많아 사회적 대응책도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 유튜브가 플랫폼의 영향력에 걸맞게 운영 정책을 가다듬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할 필요도 제기된다.
기술 발전과 함께 뉴스 유통의 변화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이용자 처지에서 볼 때, 뉴스 접근성과 정보 습득이 훨씬 편리해지는 걸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미디어 이용자들은 이런 변화를 좀 더 능동적이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2021'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44%로 조사 대상 46개국 평균 29%에 비해 15%포인트나 높다. 이번 대선은 유튜브 선거로 기억될 듯하다.(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