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여행
이 영 애
어린 시절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바다와 가까이 지내왔다. 부산 오륙도 섬 사이로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우리 집 유리창엔 태양이 가득히 내려 앉았다. 멋진 광경을 바라보면서 바다만큼 넓은 마음이고 싶었고, 철썩이는 파도가 하얀 물거품이 되어 높이 튀어 오르는 바위에 친구들과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꽃을 피우며 꿈을 키워 나갔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련히 떠오르는 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고향이 그리워 향수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인천 행 전철에 몸을 싣고 바다가 있는 월미도로 가끔 향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에 와 닿으면 비로소 고향의 향수를 달랠 수 있어 찾았었다.
남편과 여행을 계획하고 동해 바다로 갈까 남해 바다로 갈까 지도를 펴놓고 살피다 연말이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해돋이로 유명한 곳을 찾아 가는데 복잡할 때 가기보다 호젓하게 미리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포항 호미곶으로 정했다.
바다를 본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어릴 때 소풍날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며 전날 한잠 못자고 설치듯 오랜만에 부부 둘 만의 오붓한 여행이라 신혼 같은 느낌으로 뜬눈으로 밤을 새고 새벽같이 간식을 준비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문의에서 새로 난 도로를 거쳐 가는 길에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라는 음악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귀신인가 하고 놀랐지만 과속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바닥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말에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신기한 음악소리가 전국의 도로마다 설치가 된다면 아마 느긋한 마음으로 웃으며 과속하는 사람은 없고 즐거운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포항까지는 예전 같지 않고 쭉쭉 뻗은 도로 덕분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옛날 아침 일찍 여행길에 오르다 보면 꼬불꼬불한 시골길로 천천히 접어 들 때 굴뚝에는 아침 짓는 연기도 보이고 강가에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관도 구경할 수 있어 낭만이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는 시골의 정취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바닷가에 파도가 밀려와 잔잔한 거품을 내면서 사라지고 바위 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매기가 무리지어 한가하게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반겨주는 듯 했다.
해돋이 광장에 커다란 손이 바다위로 내밀고 있는 손과 마주보며 한 쌍 같이 보여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외로워 둘인가? 오른손과 왼손! 화면이나 그림으로만 보았는데 실제로 보게 되니 감동으로 다가왔다. 식물과 동물 이 세상의 모두가 한 쌍으로 살아가며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등대 박물관은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세계적인 등대가 한곳에 모여 있어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아름다운 등대를 관찰 할 수 있으며 특히 제주도 등대는 생선기름을 이용해 호롱불 을 켰다고 하니 새로운 것을 알았다. 애들과 왔더라면 귀한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함께 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여행가면 그 지역의 특산물을 맛보려고 옛날부터 유명한 포항 물 회를 먹기로 했다. 각종 야채와 배를 채 썰어 넣고 초고추장으로 간하여 얼음을 둥둥 띄워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 입맛을 확 잡아당기는 담백한 잊을 수 없는 그 맛, 다른 지역에서 절대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의 특산물로 과메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죽도시장에 들렸더니 기름기가 흐르는 과메기가 온통 시장전체를 장식하는 듯 했다. 술 좋아하는 남편은 벌써 저녁에 가족들과 모여앉아 고소한 과메기를 안주로 소주한잔 하겠다며 기분 좋아 하는데 호미곶 푸른 바다의 수많은 하얀 갈매기 떼들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다가와 오래토록 술안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우리 부부에게 정도 키워가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2008-11-28)
첫댓글 바다위로 내밀고 있는 손과 마주보며 한 쌍 같이 보여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외로워 둘인가? 오른손과 왼손! 화면이나 그림으로만 보았는데 실제로 보게 되니 감동으로 다가왔다. 식물과 동물 이 세상의 모두가 한 쌍으로 살아가며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