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 채소들 근황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그믐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 중에 가장 푸념, 너무
불평불만이 많은 우리네 인간들과는 달리 식물,
동물들은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정말 살아가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기본으로는 하는 것
같다. 23년 세월, 지금껏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살다보니 우리가 심기는 했으나 밭에서 스스로
잘 자라는 농작물의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나 무슨 식물에게
배우느냐고 하겠지만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으면 그게 올바른 자세이며 태도라고 생각
하는 것이 촌부의 산골살이, 삶의 모습이다.
오늘은 가을 채소들의 근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제 내린 비는 가을비 치고는 꽤 많이 내렸다.
45mm, 그만 와도 되는데 오늘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종일 비가 내려 채소들은 너무 싱싱하다.
올해도 가을 채소는 배추와 무우, 청갓과 쪽파를
심었다. 지난 몇 해 모종관리, 토양관리를 제대로
못해 배추농사를 망쳤다. 해마다 하는 일이기는
해도 돼먹지도 않은 고집이 문제였던 것이었다.
멘토 아우의 조언과 도움으로 올해는 컨닝하듯
그대로 해보고 있다. 다만 과정에서 농약보다는
친환경 농자재인 황짱을 주기적으로 살포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배추는 두 군데 밭에 나눠서 126포기를 심었다.
현재까지는 한 그루의 탈락도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지금의 이 추세대로 잘 자라준다면
우리 형제들 자급자족은 물론이고 나눔까지 해도
될 텐데 미리 속단은 금물이겠지? 농사는 하늘,
땅 그리고 농부의 정성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
것이며, 끝나봐야 결실의 결과를 알게 되는지라
그때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따금씩 아침, 저녁 물주기를 하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는 녀석들 보는 즐거움에
촌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다행히
이번에 비가 내려 물주기를 하는 수고는 덜었다.
무우는 세 군데의 밭에 세 차례에 걸쳐 심었다.
첫 번째 수영장 밑의 도라지밭을 파뒤집어 만든
밭에 조금 심은 것은 이미 잎파리가 무성해지고
뿌리가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밭에 심은 것
만으로도 우리 두 집의 김장으론 충분할 것이다.
두 번째 옥수수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심은 것도
어느새 상당히 많이 자랐다. 이 녀석들은 그나마
김장 무우 구실은 제대로 하게 되지않을까 싶다.
세 번째 작은밭의 토마토 줄기를 걷어내고 심은
것은 불과 며칠전 새싹 하나만 남기고 솎은 다음
퇴비장의 흙을 퍼다가 북을 주었다. 김장 무우
노릇은 아마도 힘들지 싶다. 어차피 있는 밭이라
놀릴 수가 없어 무청이라도 거둬 시래기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뒤늦게 조금 심은 것이다.
쪽파도 두 군데 밭에 세 고랑을 심었는데 너무나
예쁘게 잘 자란다. 지난 여름 제천에 사는 처제의
친구가 쪽파씨를 갖다주어 심은 것인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엊그제 꽤나 자그마한 잡초가 많아
쪽집게로 일망타진 해주었더니 좋아하는 듯하다.
청갓은 이제 새싹에서 본잎이 나와 많이 자랐다.
아내의 요구 그대로 조금 늦게 심었다. 너무 크게
자란 청갓은 뻣세기도 하고 맛도 덜하다며 조금
작았으면 하는 바램이라 김장 시기에 맞춰 조금
쏘물게 심어보았다. 그래서 아직 어리디 어리다.
어찌되었거나 우리 가을 채소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비가 듬뿍 내렸으니
더욱 더 가속이 붙어 잘 자라겠지?
첫댓글
가을 농사도 풍년이네요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 하세요.
나름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잘 자라주어 고맙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이슬을 머금고 있는 채소들이 튼실해 보여요.
정성의 손길을 식물이지만 기가막히게 알죠.
가을 농사로 내년까지 식생활을 해결해 주는
작물들이 대풍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가을비에 좋아하는 것은
이 가을 채소들이군요.
하루하루 모습이 변하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농부의 마음이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