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오르고 집값은 내리니 지방부터 사라지는 청약 시세차익이다.
조선비즈, 최온정 기자, 2022. 11. 27.
지방 집값이 급락하면서 분양가가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보다 비싼 지역이 등장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아파트 값은 내리는데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는 오른 결과다. 청약 매력이 떨어지면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지방의 부동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1월 27일 조선비즈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집계한 전국 분양가와 신축아파트 평균매매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시도 17곳 가운데 7곳은 분양가가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는 올해 1~11월 분양한 물량의 분양가를 대상으로,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5년 이하 아파트를 전체를 대상으로 각각 집계했다.
분양가와 매매가 차이를 보면 전라남도가 900만원으로 가장 컸고 제주도(476만원), 광주광역시(254만원), 울산광역시(182만원), 강원도(124만원), 경상북도(63만원), 대구광역시(35만원) 순으로 분양가가 신축 아파트 값보다 비쌌다.
서울의 경우 여전히 신축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3.3㎡당 2533만원 비싸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여파다. 경기·부산도 신축 매매가가 각각 1045만원, 1101만원 비싼 점을 감안하면 지방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세가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매가-분양가 역전현상이 심화하면서 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에서는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최초 분양가가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2억원 비싼 경우도 등장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의 최초 분양가를 보면 전용 84㎡짜리가 11억5000만원이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2019년 11월 준공)의 동일면적 매매가(9억5000만원)보다 2억원 비싸다. 대구 만촌동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어 입주 후 시세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024년 11월에 입주하는 수성구 수성동 ‘수성자이르네’ 단지의 일부 타입 분양가도 인근 신축 매매가보다 비싸다. 수성자이르네의 전용 85㎡짜리 분양가는 7억1900만~7억2900만원인데,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신축 단지인 ‘힐스테이트황금엘포레’(올해 3월 입주) 전용 84㎡ 아파트가 이달 4일 6억8200만원(20층)에 팔렸다. 분양권이 인근 매매가보다 30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울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25년 8월 남구 신정동에 입주하는 ‘울산대공원한신더휴(주상복합)’의 전용 85㎡ 분양가는 7억4100만~7억7600만원 수준이었다. 인근에 있는 ‘울산힐스테이트 수암1단지’(2019년 9월 입주)는 동일 면적 아파트가 지난 8월 6억9500만원(8층)에 팔렸다.
신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약세로 전환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에서 입주 1~5년차 신축 아파트값(호가 기준)은 0.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입주 6~10년된 준신축 아파트가 0.86% 오르고 입주 10년 초과 구축이 0.69% 오른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올랐던 2017년과 2018년에 신축 아파트가 각각 15.6%, 30.7% 오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그러나 분양가는 공사비 인상과 맞물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달 기준 1505만46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7%, 전월 대비 1.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광역시·세종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1579만500원으로 1년 전보다 13.35% 올랐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매매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진 모습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에서는 바로 옆 단지라도 브랜드·아파트 연령에 따라서 집값 차이가 커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것이 무조건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예전만큼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 매력이 떨어지면 미분양이 늘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회사 수익성은 물론 전체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건설사는 분양가를 낮추고, 정부는 실수요자가 청약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최온정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